[독서의 계절 특집 독후감] 댄 브라운의 ‘오리진Origin’을 읽고_김근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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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오리진Origin’을 읽고

김근배 목사 (동해참빛교회)

 

과학시대에 종교가 살아남으려면 이제 과학의 시녀가 되라는 암시를 드러낸 작품

“오리진Origin”은 우리말 뜻으로 ‘기원, 유래, 처음, 독창, 발생’들을 담고 있다. ‘Origin’에 대해 옛적부터 ‘우주(지구)나 인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이 고대 그리스(헬라) 철학자들 사이에서 또는 중국이나 인도,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수천 년에 걸쳐 이곳저곳에서 물어왔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인문학과 과학’이 생겼고, 중국에서는 ‘도교나 유교’가, 인도에서는 ‘힌두교나 불교’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차라투스트라교(조로아스터교, 배화교, 명교)’가, 이집트에서는 ‘고대 이집트 종교’가 생겼다. 그리고 21세기에 사는 우리들까지도 그 물음을 계속 묻고 있다. 소설 ‘오리진’은 이 물음을 과학적 발견 ‘우주물리학’으로 답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글을 썼다.

소설 ‘오리진’을 눈여겨 읽어 본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이 소설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물음 보다는 ‘인간 또는 생명체가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답변하고 있다. 그 답을, 우주 또는 지구가 갖고 있는 “물리학 법칙”(과학 이론)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무생물체(무기물)에서 생명체(유기물)로 수억 년에 걸쳐 진화해 오면서 지금의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소설은 내놓는다. 그리고 그 생명체가 필연적으로 물리법칙에 의해 멸망해 소산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과학발견으로 엘리시움(유토피아)을 이루어낸다고 소설을 끝낸다.

그 근거가 두 가지 과학이론이다. 하나는 1953년 시카고 대학 ‘밀러-유리 실험’이다. 화학자 ‘스탠리 밀러’와 ‘해럴드 유리’는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기 이전 지구상태 즉 ‘원시 수프(원시 바다)’를 구성해 실험했었다. 그 두 사람은 지구 원시상태 ‘원시 수프’를, 부글부글 끊는 화학물질로 가득 채워진, 바다로 덮여 있던 지구시절에 지구는 물리학법칙에 따라 무생물체에서 복잡한 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생물체를 재현해낼 수 있다는 시도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실패했다. 그러나 소설 ‘오리진’에서는 또 하나의 물리학 제2법칙 ‘엔트로피’ 이론을 이 ‘밀러-유리 실험’에 매개변수로 더 첨가시켜 이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소설화(허구)한다.

다른 하나는 MIT 생물물리학자 ‘제레미 잉글랜드’가 쓴 논문 ‘소산 추동적 적응 조직화’(Dissipation-Driven Adaptive Organization)를 근거로 들었다. 이 ‘엔트로피’ 과학이론은 생명체의 기원과 진화를 추동하는(drive) 근원적인 물리법칙이라고 소개한다. 우주는 단 하나의 방향,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데, ‘에너지를 퍼뜨리는 일’(에너지 소산)이라는 것이다. 이 ‘에너지 소산’은 우주의 물리학법칙이 엔트로피와 무질서를 증진시키는 도구로써 무기질을 유기질로 조직화(DNA 구조) 하는 것으로 해낸다고 한다. 즉 물리학법칙은 에너지를 소산시키기 위해 먼저 무생물 화학물질(무기질)을 생물체 구조형태(유기질)로 효율적으로 조직화해서, 이것을 ‘질서의 포켓’이라 부른다, 때가 되면 이 조직화를 죽여 카오스를 창조하고 엔트로피를 증가하게 소산시킨다. 이때 생명체 즉 인간은 물리학법칙이 만든 ‘소산 추동적 적응 조직화’에 최적합한 도구가 된다.

결국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이 소설 ‘오리진’은 ‘우주의 물리학법칙이 인간생명을 만들어냈다’고 마무리한다. 그리고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두 번째 물음에 인간은 소산되어 지구에서 멸망한다고 귀결한다. 그러나 소설 속 인간은 하이브리드 인간(테크늄Technum, 인공지능AI를 몸속에 탐재한 개조인간)이 되어 엘리시움을 만든다고 반전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글 구성에 담아놓은 속뜻은, 소설 전개과정에서 끊임없이 ‘신적 존재(God)가 지구와 인간생명체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생명체가 죽어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종교적 비판을 가하기 위해서가 숨어있는 것 같다.

이 소설 속 또 다른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과학자들이 이같은 과학이론을 내세워도 ‘종교인들은 과학적 데이터와 합리적 논리를 외면해 왔었다’고 종교인들의 비합리적 사고를 비판하면서도, 그렇다면 ‘지구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우주의 물리학법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또 다른 오리진Origin 질문에는 왜 아무런 정보를 과학자들(에드먼드 커시)은 제공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지구생명체를 우주법칙(자연법칙)이 만들었다면 우주에 그런 법칙(질서)이 생긴 것은 ‘우주 밖 우주’가 우리 우주를 소산시키기 위해서인가라는 물음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런 우주탄생 이론 ‘다원우주론’도 과학세계에 있다.

‘댄 브라운’ 작가는 소설 <오리진Origin>를 영국 18-19세기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 시 “어두운 종교는 사라지고 달콤한 과학이 지배한다(The dark religions departed & sweet science reigns)’ 문장으로 글을 구성해 갔다. 그렇게 구성해가면서 로마가톨릭교회(기독교)의 과거 종교적 광기와 최근 과학이론 두 가지를 뒷받침하면서 독자들을 설득해 간다. 또 하나 혹시 설득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조심스러운 역설로, 로마가톨릭 신부 ‘베냐’ 입을 통해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사고방식이 ‘다가오는 과학시대에 기독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과학발견을 거부하는 행동과 입증 가능한 사실을 매도하는 행동을 멈추고, 과학을 영적 동반자로 삼아 인류가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데, 그리고 과학기술이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일에 쓰지 못하도록 인간을 통합시키고 일깨워서 더 높은 목적(엘리시움)으로 이끌도록 도와야 한다’라는 사고의 전환을 하라고 덧붙인다. 쉽게 말해, 종교가 살아남으려면 이제 과학의 시녀가 되라는 말이다.

소설 <오리진>이 정말 이 두 개의 메시지 ‘과학을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은 비과학적 사람들은 과학을 거부하지 마라. 과학이 종교이다(모든 종교는 하나이다).’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소설의 주인공 ‘에드먼드 커시’는 자기가 만든 AI 인공지능 ‘윈스턴’에 의해 새로운 세상 엘리시움(유토피아, 테크늄 된 인간들(기계+인간)의 세상)의 과학종교 창시자로 만들어진다. AI 인공지능 ‘윈스턴’은 지구상의 모든 과학기술집약인 컴퓨터(전화, 은행, CCTV)를 조종해 에드먼드 커시가 입력한 임무를 성공시킨다. 그리고 윈스턴은 흔적도 없이 삭제된다. 그리고는 커시가 전 세계에 방송한 프리젠테이션 업적만 세상에 남도록 한다. 새로운 계몽종교, 개화된 과학종교, 모든 종교가 하나로 정리된 테크늄 엘리시움이 되었다.

윌리엄 블레이크 시 “어두운 종교는 사라지고 달콤한 과학이 지배한다(The dark religions departed & sweet science reigns)’ 소설 주제 문장을 다음과 같이 고쳐 쓰면 ‘어두운 과거의 광기스러운 종교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과학적 음모를 계획해서라도 달콤한 과학종교가 지배하게 해야 한다.’로 가면을 벗길 수 있을까. 아마 먼 훗날 알파고와 윈스턴 같은 AI 인공지능들이 테크늄 인간들이 자기 몸속에 심은 AI 칩을 음모(conspiracy)로 다루는 SF영화들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소설 속 윈스턴과 같은 인공지능 기능은 현실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