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국 농어촌교회 목회자 대회 성료] 소감문_이정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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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목사(당진 중앙장로교회)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꾸물거리는 하늘을 보며 울산으로 방향을 돌리는 핸들과 마음은 따로 맴돌고 있었다.

썩기 전에 빨리 고추도 말려야지, 배추 고랑도 만들어야지, 가을장마에 논 물고도 살펴야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내의 손길이 없으면 밥을 못 드시는 동네 이수자 할머니를 이틀 동안 누가 돌보느냐하는 문제였다. 농사를 지어봐야 성도들의 농심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곳 수당리에 집과 교회를 새로 짓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농부목사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다가 올해 “내 소망이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시 119:116)라는 주제로 어렵게 개최하는 2021년 전국 농어촌교회 목회자 대회.

17년 전 당진에서 교회를 개척한 이래로 손에 일을 하루도 놓은 적이 없는 아내는 5시간 달리는 차안에서 연신 애꿎은 먹구름에게 하소연만 하다가 전국에서 모인 농어촌 목사님과 사모님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같은 마음을 가진 동질감으로 인해 한결 마음이 놓였는지, 탁 트인 방어진 앞바다가 시원하게 내려 보이는 아늑한 호텔 방에 들어서자 어느 새 수줍은 새댁으로 변하고 말았다.

곧이어 시작된 개회예배에서 박병화 총회장님의 “우리는 현지에서 일하는 현지 일꾼이다”라는 설교말씀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달란트 받은 일꾼의 자세를 다시금 다잡게 했고, 다음날 아침 기도회에서 조기원 목사님의 “그러나 너는”이란 말씀은 차가운 감옥에서 평생을 전도한 댓가로 이제 곧 다가올 형틀을 앞두고도 뜨거운 주님의 은혜의 햇살을 보는 바울의 심정이 느껴졌으며, 둘째 날의 아침에도 김태준 목사님의 “네 떡을 물위에 던져라”는 말씀은 성숙한 청지기가 해야 할 항목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볼 귀한 시간들이었다. 또한 매 시간 찬양사역자 좋은 날 풍경 박보영님의 애절한 찬양은 모든 짐을 내려놓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지닌 것 같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철저한 개인방역으로 진행된 이번 농어촌 목회자대회의 특이한 점은 실질적인 현장실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3분이 강사로 나선 농어촌 목회 포럼은 각 교회가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땀으로 일구어낸 농어촌 목회의 성공담을 나누었고, 웹 전문가가 새롭게 개발한 ‘농어촌과 도시’라는 플랫폼을 함께 공유하여 다가올 도농간의 협력시대를 예고하였으며, 농어촌자립 컨퍼런스에서는 이제 곧 누구나 맞닥트릴 은퇴 후에 삶을 대비한 노후준비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을 시도한 것이다. 또한 필드트립을 통해 주께서 조성하신 자연 속에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교제의 시간은 우리가 한 아버지를 모시는 형제요 자매임을 체험하는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어느덧, 아쉬운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와 나는 출발할 때의 공연한 염려와 걱정은 나를 온전히 세우시려는 주님의 진행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사역을 떠난 몇일의 쉼은 평화로운 바다처럼 언제나 평안함을 되찾으라는 신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녹녹하지 않은 교회의 현실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해도 앞으로 걸어갈 길은 주님과 함께 결코 외롭거나 피곤치 않으리라는 확신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아무쪼록 대회를 준비하고 실행하신 총회 농어촌부 부장님을 비롯한 모든 임원목사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더욱 알찬 대회로 연속해서 개최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