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황경철 (부천 CCC 대표, 목사)
흑암 속에서도
태양 아래 있는 듯
환한 웃음 지어 봅니다
다리가 부러져
걷지도 못하면서
급히 뛰려 애씁니다
낡은 벽에 페인트가 벗겨지듯
온몸과 영혼은
너덜너덜 만신창이
입술은 당신을 부르면서
영혼은 다른 것에 헐떡이는
가증한 모습
어제 당신 앞에 꿇은 무릎은
오늘 유혹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당신 향한 열정에 상기된 얼굴은
정욕에 휩싸여 차가운 미소가 번뜩입니다
돌아가는 맷돌을 보며
저 속에 나의 전 존재가 산산이 짓이겨
영혼의 원점에 안착할 수 있을까
깊은 한숨 허공에 토합니다
그러다 문득,
아무리 돌아도 제자리만 맴도는
저 맷돌이 내 영혼의 현주소임을
깨닫고 쓰러집니다
<수상소감>
먼저 부족한 자에게 입상의 기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립니다. 19년 전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의 시간을 보내던 저에게 시를 쓰는 시간은 유일한 위로이자, 탈출구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도 공유하기 힘든 고통과 아픔을 쏟아내고, 때로는 하나님께도 실망했던 감정들을 써나가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 것 같습니다.
병상에서, 사역 현장에서 끼적였던 서툰 글들을 주저하는 마음으로 응모하였는데, 이렇게 과분한 상을 주시고, 특별한 기회를 주신 기독교개혁신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시기에 기도로 힘이 되어 주신 고향의 어머님과, 저의 평생의 은인이자 돕는 배필이 되어준 아내 박정민 사모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부족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주의 은혜 가운데 멋지게 자라 준 찬영, 찬우, 수아 세 자녀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