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고고학으로 조명하는 성경 –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5)] _고양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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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보암의 황금송아지 산당 1

고양주 목사(수원선교교회)

 

종교적 정통성에서의 열세가 민심의 이동으로 이어질 것이 두려웠던 여로보암은 단과 벧엘에 산당을 건설함으로써 예루살렘과 경쟁할 수 있는 종교 중심지를 구축하고자 했다(왕상 12:27-29). 이와 관련된 유적은 텔 단의 북쪽 정상 부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헌수의식(water libation) 관련 유물: 중앙제단 남쪽에서 일종의 헌수의식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토기 물통과 돌판 그리고 웅덩이들이 발견되었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블레셋과의 전투에 앞서 물을 붓고서 회개하거나(삼상 7:6), 다윗이 부하들이 가져온 물을 여호와 앞에 부어 바치는 모습 등이 나타난다(삼하 23:16). 예수님의 생수와 관련된 설교는 초막절 헌수 의식을 배경에 두고 있다(요 7:37,38). 에스겔의 환상에서도 드러나듯, 제단에 부어지는 혹은 제단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고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겔 47:1), 헌수의식의 기본 의미도 이러했을 것이다.

둘째, 희생(burnt offering) 제단: 여로보암의 제단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이스라엘 제단이다. 금속으로 복원시켜 놓은 현재의 제단(3×7×3m)은 여로보암 2세 시대의 것이며, 금송아지를 만든 여로보암 1세 시대의 제단은 이보다 좀 더 작은 규모로 그 밑에 위치해 있었다. 네 귀퉁이에 뿔을 가진 이 제단의 모습은 성막에 세워졌던 놋 번제단과 금박 분향단 및 솔로몬 성전의 뿔제단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보여준다(출 27:2, 대하 4:1). 이 뿔들 위에 제사장이 희생제물의 피를 바름으로써 온 이스라엘 회중의 속죄가 이루어졌고(레 16:17,18), 누구든지 이 뿔을 잡는 자에게는 고의적 살인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용서와 구원이 임하였다(출 21:14; 왕상 2:28).

황금송아지 신상을 제외한 일체의 제반 시설에서 단의 산당은 예루살렘 성전을 빼 닮았다. 사각 형태의 넓은 뜰과 주변의 방들, 뜰 중앙에 놓인 뿔 달린 희생 제단과, 방에서 발견된 분향단, 그리고 성소와 지성소로 이어지는 구조가 특히 그렇다. 므깃도 등지에서 발견된 가나안의 산당이 원형의 돌제단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유사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아마도 솔로몬이 진행한 건축 사업의 현장 감독으로 예루살렘에서 활약했던 여로보암의 경력이 큰 작용을 하였을 것이다(왕상 11:28,29).

이를 통해 여로보암이 백성들에게 어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 산당은 결코 이방인들의 종교가 아닌 여호와를 섬기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언약궤 대신 황금송아지가 들어선 이 산당은 이렇게 해서 여호와신앙의 외양을 가지게 되었고, 이처럼 교묘한 혼합주의는 실제로 큰 효과를 드러냈다. 바알 종교를 타파하고자 했던 예후의 종교개혁마저도 영리하게 피해가며 끈질기게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 속에 파고들었던 것이다(왕하 10:28,29).

여로보암 산당의 전경 : 가운데 뿔제단 모형이 자리함.

 

가나안 신전(므깃도)의 제단
여로보암의 산당이 가나안 신전보다 예루살렘 성전을 복제했음을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