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신도시
숯덩이 같은 아파트 단지
남은 불씨 몇 개 창문에 깜박인다
흐린 변두리 어디쯤 쏘다니다
콘크리트 벽에서 자맥질하는
믿음, 소망, 사랑이며
닳아진 말들을 애써 달래는 밤
어둠의 뿌리를 끝끝내 물어뜯는 불빛에
바람 그치고 꽃 눈 내려
하얗게 새벽이 열린다
횡단보도 건너올 봄을 기다리다
신호등 아래 애벌레 되어 웅크린 이웃들
겨울은 마침내 첫 버스를 타고 떠나고
지역난방 굴뚝의 지친 연기 사이
하늘 향해 솟구치던 연립한 꿈들은
이토록 잿빛 교차로를 흠뻑 적시며
산과 마을과 언 손을 녹이는 힘찬 강물로
눈시리게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