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선교 협력의 작은 섬김_배승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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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섬기며

선교 협력의 작은 섬김

배승훈 목사(포항주안교회)

 

안타까운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데?”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선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준비가 여럿이 있다. 선교적 소명은 말 할 것도 없고 그에 필요한 훈련 또한 잘 준비 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도 직장도 모두들 힘들어 하고 있다. 무엇보다 힘든 곳은 교회일 것이다. 유례없는 전염병 속에 교회의 모임조차 자연스럽지 못함으로 인해 교회 공동체가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 이는 교회뿐만 아니다. 세계로 흩어져 있는 선교사들의 귀국은 언제 또 다시 선교지로 나갈지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파송을 받은 한 선교사 가정은 출국 직전 선교지 공항이 폐쇄되어 뜨거운 가슴을 6개월이나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파송 받고 나가려는 시기에 왜 이런 일로?” 탄식하며 다시 선교적 소명을 다잡아 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처럼 코로나 19의 모습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움과 난관 속에 부딪쳐 있다.

국내의 작은 교회의 모습도 녹록지 않다. 전도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모임조차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주께서 우리에게 이런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 이 시기에 우리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마음”을 말이다. 그리곤 우리 교회가 작지만 작아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 못하는 일들이 없도록 은혜를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노회에서 선교사 준비를 하며 선교사로서의 훈련을 받는 후배들을 만나 교제를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교적 소명이나 신학적 배경은 든든하지만 선교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일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침 이들은 한 장로님의 섬김으로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있었다. “정비이론을 배웠지만 실제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럼 우리 교회에서 “실제적 실습위주의 섬김 교육으로 섬겨드리면 어떨까?”라는 제안에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계획된 선교사님들을 위한 실제적 훈련은 지난 7월 23일부터 24일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실습 중심으로 진행된 과정은 “자동차 정비(포항침례교회 이상원 집사), 전기 설비(오천교회 이재득 집사), 음향 설치 및 운영(한동 대학교 서동욱 집사), 그리고 목공(포항주안교회 배승훈 목사)”으로 각 분야마다 전문가를 모시고 섬기게 되었다.

참여한 선교사들은 이*길 목사/이*주 사모, 박*준 목사, 박* 목사 등, 네 분의 후보선교사들이다. 이들은 직접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필터를 갈고 전구를 교체하고 펑크를 때우는 방법들을 배웠다. 인입된 전선을 가지고 등을 달고 콘센트, 스위치를 설치하는 방법을 익혔다. 또한 음향기기를 가져다 놓고 설치 및 운영, 최적의 조작방법 등을 직접 실습해 보았다. 그리곤 목공을 통해 목공 기계들을 다루고 가장 기본이 되는 박스를 만들고 타카와 피스를 이용해 조립까지 해보게 되었다.

처음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취지를 이야기하고 실제 중심의 교육을 부탁했을 때 하시는 말씀이 하나같이 “뭘 해야 하죠?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갔을 때 빽빽하게 프린트를 해서 이것저것을 설명하며 땀을 흘렸다. 이분들은 뭔가 조금 더 해 드릴 것이 없을까? 하며 선교사님들의 열정 못지않게 각 분야에서 섬겼다.

각 과목을 3시간씩 드렸지만 4-5시간을 넘기며 절제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갈 때 ‘저 분들의 섬김이야말로 선교후원의 원동력이 아닐까?’를 보며 가슴이 뜨거웠다. 이것이 한국교회 안에 담긴 선교열정임을 다시 확인한다. 참여한 분들의 후기는 “실제적 훈련이 너무 좋았다. 그냥 있는 것을 누릴 줄만 알았지 실제로 전선을 까고 전등을 연결시키면서 그간 너무 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목공을 하면서 “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잠깐 도전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는 어느 사모님의 고백은 이런 기회로 또 다시 섬길 도전을 주었다. 1박 2일, 4개의 과목을 소화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모두들 다음엔 3박 4일 하면서 “저녁에  나눔과 기도도 하고 깊은 교제를 통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선교적 가슴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후기도 있었다.

포항주안교회가 귀한 후보선교사님들을 작지만 이렇게 섬길 수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 코로나19로 한국의 한 대형교회는 월세 대납운동으로 섬기며 어려운 작은 교회들에 참 많은 힘과 용기를 주었다. 이런 일들은 대형교회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은 교회라도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빛으로 향기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건 “우리가 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데?”라는 생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작아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조차 갖지 않고 마음이 없는 것”이 조금 더 서글플 뿐이다. 이 어려운 시기, 우리 모두들 조금만 참자, 곧, 곧 우리를 향한 주님이 계획하신 곳,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주께서 우리를 데려다 주실 것이다.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실 주님(마 28:20)이 여기도 그리고 거기도 계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