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5회 총회 이후의 성찰과 지향점
비상한 시기에 열린 105회 총회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개회되기까지 집행부의 결연한 의지와 큰 수고가 물론 있었고 각 노회들의 협조로 비대면 총회를 어렵사리 마쳤다. 그러나 향후 전향적 발전을 위해서라면 전국 총대들과 교단 전 회원들의 현실적 반응에도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반응은 몇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이번 총회를 꼭 열어야 했느냐는 생각이다. 원리적으로 안 열어도 되고, 그토록 비상하다면 오히려 104회기 총회의 사안들을 이어받아 한 회기를 더 해당 집행부가 맡게 했어도 된다는 것이다. 상비부 사업이나 조직 등 세부적 내용에 난점이 있지만 노회 중심의 원리라는 큰 틀에서는 무시할 의견이 아니다.
또 하나는 최종적으로 비대면 1일 4시간 회의로 확정하고 통보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국 노회와의 뚜렷한 의견 수렴 없이 결정했기에 개회가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중서울노회 총대들이 이런 점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현장에서 퇴장하였고 현재 논란 중이다.
다른 하나는 개회까지의 과정상 법적, 절차적 문제는 있지만 비상시기에 이루어진 부득이한 일이므로 현실적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의 실수, 미숙함은 양해하자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는 법적으로도 큰 하자가 없고 비상시기에 적절했던 결정이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으로서는 법적 문제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총회를 인정하자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이미 끝난 105회 총회를 통해 우리가 냉철히 성찰하고 향후 지향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총회는 중요 사안에 대한 전국 노회의 의견 수렴에 민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보는 이미 824호 사설에서 총회는 필요할 때면 ‘온라인 긴급 총회’라도 열어서 긴급 사안에 대한 총대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각 노회 소속 전국교회의 현장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라고 당부했다.
총회는 임시적 대의 기구로서 일방적 권력 기구가 아님도 언급했다. 총회는 상시에 귀를 열고 여러 제언들을 무시하지 말고 깊이 반영하기를 바란다. 비상상황만을 강조하고 과정의 생략을 너무 정당화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열의가 있어야 한다. 온라인, SNS를 활용하면 의견 수렴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급한 대로 일을 진행한 차후에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일이 반복되면 전체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지난 103회 때 합신총회선언문 채택 사안을 다시 떠올리면 사전에 전체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약한 일 처리는 분열적 후폭풍을 동반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중서울노회의 총회 개최에 대한 문제 제기도 그런 의견 수렴 과정의 약함에서 오는 후유증이다.
이제부터라도 총회는 비상하고 급한 명분이 있어도 장로교회의 노회 중심 정신에 입각하고 일방적 결정의 실수를 범치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총회 집행부가 그런 점을 인정하고 재삼 양해를 구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공적 태도와 언표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그런 성찰의 표명이 있다면 중서울노회도 다가오는 노회에서 이를 반영하여 교단 전체적 화합에 접근해 주기를 조심스럽게 바란다.
앞서의 한 의견처럼 비상 시기라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총회를 열어야 하느냐는 논의도 따로 필요하겠지만, 104회 총회 집행부가 어떠하든지 105회 총회 개최를 가능케 하려는 데서 발생한 일이다. 악의를 갖고 어떤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던 것이 아닌 이상 함께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둘째로 이와 연장선에서 합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웃 교단들이 무슨 결정을 했느냐 하는 것은 하나의 참고 사항일 뿐 그에 영향을 받거나 근거를 두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우리 교단이 한국교회 화합의 가치를 추구하며 한교총 등의 교단 연합적 활동을 중시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대외적 활동에 너무 공을 들이며 혹여 유명한 대형 교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 자주 읽힌다면 이는 개혁교회의 보루로 자처하는 합신의 정체성 위에서 재성찰이 필요하다.
105회 총회부터는 내적 단합에 힘쓰고 노회들이 더욱 건강해져서 교단 내 연약한 교회들을 잘 살피도록 애써 주기를 바란다. 비상하고 어려운 시기 아닌가. 우리가 모르는 중에 고사 직전의 소속 교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교단의 내적 섬김에 에너지를 집중하기를 재삼 권고한다. 아울러 개혁교회다운 자존심과 신학적 정체성을 지켜 주기를 바란다.
교단 연합으로 함께할 일이 있지만 우리가 참여할 수 없는 일과 고수해야 할 가치도 따로 있다. 매사에 분별해야 한다. 특히 총회장은 교단을 대표하는 대의 기구의 의장으로서의 전체적 의견 수렴의 기반 위에서의 운신과 자세가 더 필요하다. 대외적 모양새나 외교사절 대표자 같은 이미지에만 너무 몰두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모든 일이 원만히 정돈되고 서로 화합하여 개혁교회의 가치를 품고 나아가는 105회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