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선교사의 사랑 배우기 _ 강유진 선교사

0
52

마른 땅에 단비를

 

선교사의 사랑 배우기

 

<강유진 선교사 | 태국 끄라비>

 

태국인의 생각과 문화를 잘 알고
그들을 더 현명하게 대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

태국에 선교사로 나온 지 6년이 되었다. 내 곁에는 언제나 많은 태국성도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늘 미소가 있고 친절함이 넘친다. 그러나 돈이 오고 가는 문제에서 만큼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선교사에게 좀 피해를 입혀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선교사는 돈을 가지고 와서 태국인을 위해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많은 성도들이 어려워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힘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성도들이 있다. 나는 3년 전에 우리가 태국 성도 가게에서 사서 쓰던 나무 탁자와 나무 의자들을 이번 기회에 니스칠과 수리를 다시 맡겼다. 그도 일거리가 없어서 4개월 정도를 놀고 있는 것 같아서 일거리도 주고 니스 칠도 새로 하고 탁자 위의 유리도 새로 맞추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비용을 미리 알려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그는 알려주지 않았고, 가져오는 전날까지도 알려주지 않아서 혹시 그가 헌신하는 마음으로 비용을 안 받으려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가 내민 청구서는 너무나 상상 밖이었다. 니스 칠을 위한 재료비와 유리 값은 내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인건비는 너무나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성도이기에 한마디도 싫은 내색이나 반문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고스란히 그가 내민 청구금액을 지불해야 했고 마음은 씁쓸했다.

우리도 어렵게 후원금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데 태국 성도들이 선교사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참 서운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아는 태국 사모님이 태국인에 대해 말씀하기를 태국 사람은 아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 돈도 더 많이 들고 마무리도 잘 안 해 준다고. 그 이유는 서로 좋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상대가 관계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대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반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 그가 새로운 고객을 자기 단골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돈도 깎아 준다고 한다.

참으로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른 문화가 아닌가. 우리는 잘 아는 사람, 같은 교회 사람이면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 어찌하든 비용을 깎아주고 최선을 다할 텐데 태국에서는 반대라고 하니. 그래서 태국 성도를 도와주는 것도 이런 점을 알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알았다. 이것을 모르고 돈거래를 했다가는 마음 상하기 십상이다. 여러 사건을 통해서 태국인의 생각과 문화를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더 현명하게 대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

태국인들의 쾌활하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 좋다. 그들은 쉽게 염려하거나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웬만한 어려움이 닥쳐도 늘 ‘괜찮아. 괜찮아’를 입에 달고 산다. 그래서 태국을 미소의 나라라고 부른다. 태국 크리스천은 어떤가? 그들도 마찬가지로 늘 긍정적이고 늘 하나님께 감사하며 산다. 하나님이 그들의 삶을 돌보아 주신다고 늘 고백한다.

이런 태국사람들과 살면서 처음에는 너무 행복할 줄 만 알았다. 시간이 갈수록 신앙인들과의 관계에서 신앙관의 다름, 문화의 다름으로 인해 겪는 씁쓸한 사건들로 인해 태국인을 좀 더 알아가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그들을 사랑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특히나 믿는 크리스천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과 처신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태국 성도들은 선교사가 늘 돈은 많이 가지고 사는 줄 안다.

그래서 그들은 선교사가 그들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선교사 집에 있는 물건도 미안함이 없이 쉽게 사용하려 든다. 만약 그들을 위해 선교사가 큰맘을 먹고 음식을 대접한다 하더라도 말은 고맙다고 하면서도 내심 고마운 줄을 모른다. 한번은 한국에서 단기 팀이 와서 우리와 동역하는 전도사의 안내를 받아 함께 선교를 하고 섬에 가서 관광하였다.

끄라비에는 유명한 포 아일랜드 섬 투어가 있는데 나는 입장료와 배를 빌리는 삯과 우리가 먹을 점심값 등 모든 비용을 넉넉히 태국 전도사에게 미리 지불하였다. 왜냐하면 음식을 사오고 여러 가지 처리를 하려면 먼저 돈이 필요하기에.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사역을 마치고 나면 그에게 수고비를 따로 챙겨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그날도 시간보다 늦게 와서 팀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고는 뒤늦게 팀을 데리고 4섬 투어를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아는 곳이 아닌 좀 다른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고 처음엔 별 의심이 없이 나도 한국 단기 팀에게 아름다운 섬을 안내했다. 그런데 이후에 나오는 음식도 지불한 돈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고 구경하는 섬들도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곳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아내가 전도사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입장료를 냈으니 국립공원 섬으로 데리고 가달라고 했는데 그는 마지못해 우리를 데리고 가더니 입장료를 받지 않는 먼 곳에 배를 대고는 빨리 서둘러서 본 후에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로는 금방 물이 차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다고.

아내는 여기서 시간을 좀 더 보내자고 말했고, 우리는 이미 이곳을 자주 다녀보았기에 물이 차는 것이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도사가 우리를 속이려 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미 15명의 섬 입장료(24만원)를 그에게 미리 지불한 상태였는데 그는 입장료를 섬 관리자에게 지불하고 싶지 않아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먼 곳에 배를 댄 것 같았다.

그리고 세 곳의 섬을 급히 돌아본 후에 마지막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에 우리를 안내하고는 거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인도했는데 아무래도 이 전도사가 우리에게 눈가림하고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 어렵게 결단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서 끄라비까지 선교를 하러 온 단기 팀을 대상으로 전도사가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화도 났다. 이게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행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찌 하나님의 은혜를 안다고 하는 전도사가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며칠을 고민하고 기도하고 태국교회 목사에게 상담을 했다. 그런데 그도 태국인인지라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고 두 번 다시 그 일에 대해 우리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이 사건들을 통해 태국인들 특히나 태국성도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동역할 것인지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들이 죄로 여기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죄라고 말할 것인지 이것은 정말로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국문화는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예절이고 문화이기에 그에게 지적하고 가르치고 싶었으나 끝내는 용서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선지자처럼 그의 죄를 들추어 내고 고치려 한다면 우리의 관계는 깨어지고 나는 그의 원수가 될 수밖에 없기에 그를 하나님께 맡기고 마음으로 용서하고 그가 스스로 깨닫고 주님 앞에 회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후에 시간이 지나자 얼어붙은 내 마음도 점점 회복되고 그를 향해 다시 연민의 사랑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도 눈치를 보다가 조금씩 다가온다. 태국성도와 목사들에게 참 많이 뒤통수를 맞고 실망한 일들이 있었지만, 주님의 마음으로 그들을 가슴에 품어 내고 그들과 함께 더불어 거룩한 하나님의 땅을 이 끄라비에 세워가야 함을 믿는다.

오늘도 사랑을 배운다. 용서하고 품는 것이 주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이기에. 오래 참으시고 버리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였기에 나도 연약한 그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