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봄 같은 기쁨을 기다리며 _ 이상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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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섬기며

 

봄 같은 기쁨을 기다리며

 

<이상용 목사 | 포항그의나라교회>

 

비록 우리의 모든 리듬이 깨진 것같이 보이지만,

주님의 리듬은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믿습니다

 

봄이 오면 익숙한 멜로디가 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봄의 소리 왈츠’. 이 곡이 유명한 것은 아름다운 선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봄에 어울리는 경쾌한 리듬 때문이 아닐까요? 쿵! 짝! 짝! 쿵! 짝! 짝! 경쾌하시기도 하신 우리 하나님은 당신의 피조물 안에 리듬을 심어 놓으신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은 그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한 발을 내딛습니다. 그렇게 리듬에 맞춰 겨울이 가고 봄이 옵니다.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봄 리듬을 따라 사람들도 움직입니다. 엄마는 겨울옷을 정리하고, 초록색의 얇아진 니트를 내놓습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딸은 겨울에 맞춰 둔 교복을 여러 번 입고 벗으며 봄이 오길 기다립니다. 겨울 지나 봄이 오면 처음으로 입어 보는 교복을 입고 피어난 개나리 담장을 지나 학교로 갈 것입니다. 경쾌하게. 교회도 봄 리듬에 맞춰 준비를 합니다. 묵은 때를 벗겨 내는 ‘봄 맞이 대청소’, 봄 햇살 같은 이들과 함께 걷는 ‘봄 소풍’. 쿵! 짝! 짝! 쿵! 짝! 짝! 언제나 그러하듯 봄은 리듬으로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타지로 이사를 가는 한 가정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날이 2월 마지막 주일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2월 내내 마지막 주일에 있을 ‘즐거운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2월 내내 주일이면 함께 먹을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비록 헤어짐은 아쉬운 일이지만 헤어짐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봄 햇볕처럼.

그러나 2월 마지막 주일을 바로 앞에 두고 대한민국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국 156명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90명이 증가한 346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대구경북에서 나왔고, 군인들도 확진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주일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던 가정은 토요일 밤에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이 장교였고, 긴급 부대복귀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이별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그렇게 틀어졌습니다. 그동안 맞춰왔던 리듬이 그렇게 깨졌습니다. 목사로서 사는 삶의 리듬은 주일이 중심이 됩니다. 주일 설교와 오후 교리 공부나 성경공부 준비에 생활의 리듬이 맞춰져 있습니다. 모든 성도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무리들 가운데 임하시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뵈옵고 부복하며 영광을 돌리는 예배가 모든 성도의 생활에 중심입니다. 주를 뵙고 누린 은혜를 힘입어 성도와 교제합니다. 저는 주일에 함께 모여 나누는 모든 이야기들 중에 하찮은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주일의 교제는 즐겁고 소중합니다. 주님 앞에서 먹고 마시며 나누는 모든 교제가 흩어진 성도들에게 살아갈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 주일은 그렇게 우리가 함께 추는 춤사위의 리듬 같은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의 교회의 일상이란 ‘깨진 리듬’ 같습니다. 함께 내딛던 즐거운 춤사위는 ‘깨진 리듬’으로 어색한 그 무엇이 되었습니다. 목사도 교인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박자에 발을 내딛어야 하는지 어색하기만 합니다. 우리 교회는 주일 예배를 계속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인들이 다 참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으며, 나름 이해하기에 달리 뭐라 하지도 않습니다. 참석하는 사람들도 처음 겪는 일에 어색해합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나누던 포옹의 인사도, 그 흔한 악수도 없습니다. 유치원생이 자랑하던 맛난 주일 점심도 없습니다. 적은 무리가 모이기에 친밀도가 높았던 교회라 주일 예배만 드리고 흩어지는 일이 생경하기만 합니다. 즐거운 웃음 대신 어색한 웃음이 깨진 리듬 사이로 번집니다. 사실 마스크로 가려져 어색한 웃음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우리의 리듬이 모두 깨진 것같이 보이지만, 주님의 리듬은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믿습니다. 이 믿음이 우리의 멜로디입니다. 멜로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듯, 우리를 향하신 선하신 뜻이 있음을 믿는 믿음이 신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멜로디입니다. 우리가 부르는 멜로디가 하모니를 이룰 수 있길 소망합니다. 같은 대구, 경북에 있어도 어느 교회는 예배당에서, 어느 교회는 가정예배로, 혹은 영상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다 같은 멜로디이되 음이 달라 보입니다. 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겠지요. 서로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이 없기를 바랍니다. sns상에서는 예배당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대해 ‘몰상식’으로, 모이지 않는 교회를 향해서는 믿음이 부족한 행위로 치부해 버리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에 대한 신뢰가 우리 마음에 있다면 비록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도 ‘틀렸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벚꽃은 피어 만발하니 분명 봄입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봄 같은 기쁨’ 주시길, 아직은 멀어 보이는 이 길에 ‘선한 손의 도우심’으로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