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천지와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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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천지와 한국교회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잦아질 것 같았던 코로나19 사태가 신천지로 인해 급작스레 확산되면서 자유롭게 공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고 국회에서는 종교집회 자제 결의안 채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신천지 집회로 인한 불똥이 기성교회로 튀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책임의 상당부분이 신천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교회도 이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신천지에 빠지는 이들의 90~95퍼센트가 기성교회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출석교회에 만족감을 갖지 못하는 교인들이라고 한다. 신천지는 이들에게 여덟 단계로 구성된 맞춤형 전도 방식으로 접근하여 7개월 동안 1주일에 네 번, 하루에 세 시간씩 공부하게 한다. 그런 다음 서술형 시험을 통과한 이들만을 교인으로 받아들이는데 그 수가 자그마치 23만 여명에 이른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급성장한 원인을 치밀하게 짜인 맞춤형 전도전략, 세뇌 수준의 철저한 성경공부, 교인들 간의 긴밀한 사귐과 교제, 무엇보다 차별화된 말씀의 탁월성에 둔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한국교회의 부실한 점을 방증한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세례교육은 서너 번의 교육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고 말씀으로 거듭난 양심을 단련시키기보다 흥겹고 소위 ‘은혜로운’ 곡조로 이루어진 찬송으로 교인들의 정서를 한껏 고양시키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종교 활동에는 열심을 내지만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을 본받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신천지 욕은 하지만 새 하늘과 새 땅은 사모하지 않는다.

이제는 신천지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신천지가 넘볼 수 없도록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마틴 루터처럼 매일 자신에게 복음을 말해야 하며 이웃에게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 잃어버린 구령의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지 아니하면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신천지 추수꾼들의 텃밭이 될 것이다. 전도할 때는 지혜롭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전도폭발훈련, 4영리, 다리전도법 등 도식화된 전도방법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 방법들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구태의연한 방법만으로는 무신론과 반기독교적 사상으로 무장한 이들을 주께로 인도할 수 없다. 만족함이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에 굶주려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 등 전도대상자의 취향과 삶의 양식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력한 전도방법으로 접근하는 신천지 사람들에게 영혼들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둘째, 기독교 정통교리를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신천지가 급성장하는 이유는 그들 나름대로의 체계화된 교리가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회는 이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경적이고 풍성한 교리들을 가지고 있다. 최초 교리는 세상과 교회 외부를 향한 증거였다. 그러다가 교회를 견고하게 세우는 토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교회는 이러한 기독교 정통교리를 선포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고 깡마른 교리만을 가르치면 안 된다. 기독교 진리는 성숙한 인격이란 그릇에 담겨져서 전해져야 한다. 개혁교회가 종종 범하는 실수는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긍휼, 사랑과 자비와 같은 하나님의 성품은 갖추지 못한 채 ‘전적부패, 제한속죄’와 같은 신학적 명제만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영혼에 상처만 줄 뿐이다.

셋째, 성도의 교제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공동체다. 때문에 죄도 짓고 실수도 범한다. 이런 경우, 말씀의 원리를 따라 죄를 범하면 경책하고 자백하면 용서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용서하는 일에 인색할 뿐만 아니라 실수를 범한 이들을 품어주기보다 부정 등급 꼬리표를 달아버린다. 신천지에 빠진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처럼 용서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교회 안에서 자라난 이들이다. 그러므로 용서와 회복이 가능한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죄와 부족을 마냥 받아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연약함과 부족함을 드러낼 수 있는 신뢰관계 안에서 상호 권면과 경책도 가능한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건강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 신천지에 빠진 많은 사람들은 역기능 가정에서 상처받은 이들이다. 부부관계, 부자관계 안에서 만족과 위로를 경험하지 못한 자들이다. 신천지 포섭대상은 대개 이런 사람들이다. 신천지에 유독 젊은 층이 많은 이유는 인격적으로 대해 주고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서 성취감을 갖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신천지에 빠진 사랑하는 가족으로 인해 아픈 가슴을 치며 피눈물 흘리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 기독교계처럼 많은 이단들이 기생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회는 이단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정통교리가 이단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단의 발흥으로 더 체계화되고 공고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이번 코로나19와 얽힌 신천지 사태를 교회 체질을 개선하고 더 견고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신천지가 사라져도 더 무서운 영적 바이러스로 무장한 변종 이단들로 인해 한국교회는 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