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빈 들
하늘에 붙박여 땅을 떠받든
춥고 고달픈 밑동들
빈 들이 감싸 안은 온기로
뼛속 산그늘을 다 녹인다
돌연 몰려드는 까마귀 떼
얼부푼 꿈에 금을 그으며
쓸쓸한 마을을 할퀴고 달아나지만
이른봄까지 쉬 뽑히지 않는
질기고 생생한 영혼들을 품고
내내 깨어 있는 빈 들
칼바람 살 저미는 어둠 속
성에꽃 가슴으로 불 밝혀
시린 눈보라를 죄다 들이마신다
흙핏줄 졸아붙는 냉혈의 밤
쏟아지는 함박눈 맞으며
들불 지핀 듯 온몸 참 따뜻하구나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