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해피엔딩 Happy Ending _ 이정규 선교사

0
212

마른 땅에 단비를

 

해피엔딩 Happy Ending

 

<이정규 선교사 | 인도네시아 수마뜨라 섬 람뿡>

 

성도의 삶은 해피엔딩이다.

선교도, 하나님의 나라도 완성될 것이다

 

개관 감사예배
성경 묵상 수련회

 

선교지에 7년째 서 있다. 고국에 두고 온 부모 형제가 그립다. 현지에서 잦은 정전, 8개월째 이어지는 가뭄과 더위. 때로는 시골 교회 마룻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밤이 새도록 나를 공격하는 모기들과 싸우면서 언제 이 기나 긴 밤이 지나 새벽이 올까를 기다리기도 한다. 석회석이 가득한 물로 인해서 떨어져 나가는 나의 이빨들. 수만 가지 이유로 늘 고국 쪽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지난 7년이 70년처럼 느껴진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에 버려진 70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겠는가?

또한 때로는 선교지의 녹록하지 않은 영적 현실은 파송을 받아 떠나오면서 가졌던 영혼 사명의 사명을 흐릿하게 한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고백하며 찬양했지만, 정작 이 산지에 도착해서 이슬람이라는 거대한 아낙 자손으로 인해서 얼마나 위축되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되는지 모른다. 예배를 드릴 때에도 조용조용히, 성경 공부 모임 때에도 이웃에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사도 바울의 담대한 복음 사역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당시에는 나라 간에 비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역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여기서는 잘못 걸리면 이민국으로부터 경고와 추방의 위험이 높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이방 땅에 나그네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언제까지 이런 긴장이 내 안에 있어야 하나? 하박국의 탄식이 떠오르고 욥의 고뇌가 깊이 묵상 되곤 한다.

그러나 힘이 날 때가 있다. 기도해 주는 성도들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낄 때에. 묵상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위로가 넘칠 때에. 선교지를 위해서 사용하라고 격려의 헌금이 들어 올 때에. 그 중에 하나가 매 주 토요일 저녁 고국의 후원 교회의 주보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후원 교회의 주보는 나에게는 한국 소식을 알려주는 신문과 같다. 답장 없는 편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또는 동일한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조금 알고 있다. 그래서 담임 목사님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있다. 나와 비슷한 간증을 하는 해외 선교사도 만나 봤다.

이러한 하나님의 다양하신 위로를 통해서 선교지가 고난의 장소가 아닌 축복의 자리로 바뀌게 됨을 경험한다. 할렐루야! 올해에 참으로 많은 열매가 있었다. 함께 성경을 배우는 형제자매들의 성장과 그중에 한 명이 파트 간사로 헌신하게 되었다. 2개 대학 캠퍼스 모임이 더욱 풍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정신없이 지나간다. 지난 8월에는 무슬림 형제 가정이 전도를 통해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약 3년간 성경 공부 모임 공간이 없어서 여기저기 전전하던 가운데 한국의 교회의 헌금을 통해서 선교센터를 구입하게 되었다.

물론 과정 중에는 여러 우여 곡절과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전세 살다가 아파트에 이사 가는 분들의 마음을 경험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엔 요한계시록 세미나를 하게 됐다. 어쩜 평범한 사역이지만 외국인으로서 현지어 성경의 제일 어려운 부분인 요한계시록을 강의했다고 생각할 때에 나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다. 물론 한 달 넘게 준비하면서 거의 매일 밤마다 고뇌의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말이다. 겨우 알파벳만 배우고 인도네시아로 떠나 왔던 것이 7년 전이었는데 이제 현지어로 계시록 세미나를 하게 된 게 개인적으로 너무나 하나님께 감사하다. 정녕 지난 7년은 금보다 귀한 시간이었던 게다.

요한계시록 연구와 강의를 마치며 성경의 결론이 해피엔딩임을 다시 깊이 배우게 됐다. 성도의 삶은 언제나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이다. 선교는 완성될 것이고 땅 끝까지 예수 복음이 전해지며 장차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 온전히 임하게 될 것이다. 순결한 그리스도의 신부인 우리는 영광의 하나님과 그 얼굴을 대하게 될 것이다. 해피엔딩! 그 기대감으로 오늘도 선교지에 서 있다. 이것이 우리가 서 있는 자세일 것이다. 고국의 모든 분들도 저와 동일한 믿음으로 가슴 벅차게 그 종점을 향해 순례의 길을 가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주님의 동행하심이 우리 모두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