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등대교회 이야기 _ 김양옥 목사

0
635

살아가며 섬기며

 

등대교회 이야기

 

<김양옥 목사 | 등대교회>

 

* 2006년에 개척 설립되어 노숙인을 중심으로 복음 사역에 전념하며 뜨겁게 섬기고 있는 등대교회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편집자 주

 

 

필자가 노숙인 사역을 하게 된 동기는 군대 전역 후 20대 후반에 교회 교육전도사 시절이었다. 교회에 노숙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교회 관리 집사님들과 교역자들이 돈 천원 주면서 빨리 교회에서 쫓아내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나중에 단독목회를 하면 노숙인 목회를 하리라 하고 결심하며 기도했는데 주께서 사역의 길을 열어 주셨다.

 

1 _ 과거

14년 전인 2006년 3월에 이화동 25평 되는 지하창고에서 아내와 미취학아동인 어린 자녀 셋과 노숙인 1명과 쪽방주민 1명으로 드디어 개척을 하였다. 많은 선배 목사님들과 나를 아끼는 지인들이 노숙인 목회를 반대했지만, 내 마음에는 고아, 과부, 나그네들을 특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노숙인들과 쪽방주민들을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면 반드시 책임져 주시리라는 마음이 늘 있었다.

기도한 대로 정말 우리 사회에서 쫓겨나고 밀려나고 더 이상 갈 곳 없는 도시빈민들이 우리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가난을 대물림하여 가족과 사회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노숙인들, 교도소에서 출감하여 갈 곳 없는 전과자들, 행려병동에서 퇴원하여 갈 곳 없는 사람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쪽방에서조차 쫓겨나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등대교회 구성원이었다.

이 분들과 함께 예배드린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마음에 상처와 원한이 가득해서 예배시간에도 시간이 길어지면 욕하고 싸우고, 예배중간에도 술 먹고 소리지르며 식사 시간에도 밥상을 엎어버리고 서로 밥을 먼저 먹고 더 먹기 위한 싸움이 일상이었다.

언젠가는 주님께서 저들의 상처를 만지시고 믿음이 회복될 것을 믿고 열심히 목회했다. 이들을 위해서 무료급식도 하고 무료진료도 하고 아픈 사람과 병원에 동행하면서 가족을 대신해서 입원을 시켜 주고, 일자리가 없으면 직장도 구해 주고, 쪽방방세가 없으면 쪽방방세도 내어 주고, 다른 노숙자가 오면 쪽방도 얻어주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에게는 주민등록도 복원시켜주고 상담을 해서 수급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은 동사무소와 구청과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수급자를 만들어 주었다. 쪽방에서 사망한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장례비용을 다 감당하면서 장례도 치러주었다.

그런데 이 분들이 병들고 돈 없고 갈 데 없을 때는 교회의 지도를 잘 받다가도 몸이 좀 건강해지고 겨울을 보내고 수급자가 되고 직장을 얻게 되어 혼자 독립해서 살 수 있게 되면 말없이 교회를 떠나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했다.

개척하고 3년 동안은 좌충우돌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 마음에 고민이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노숙인들과 쪽방주민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고 믿음으로 홀로 설 수 있을까? 이때 동시에 교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던 교회 자리에 꽃집이 들어오니까 이제 교회를 비워달라는 통보가 온 것이다. 이 위기 앞에서 목사가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교인들 가운데 유력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모두 다 교회가 책임져 줘야 할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기도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나는 원래 기도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 위기 앞에서는 정말 기도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밤마다 몇몇 교인들과 기도하며 나는 기도원에 올라가 2주간 금식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혼자 새벽에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응답해 주셨다. “왜 두려워하느냐 내가 앞서 가서 다 준비하지 않느냐?”라는 음성이 마음에 들려오면서 걱정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하나님의 공급하심이 기적같이 일어났다. 건물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에 오히려 현재의 지상 2층의 80평 자리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 기적의 현장을 나와 전 교인이 함께 목도하였다. 이 일로 나의 목회 패러다임에 변화가 왔다. 어려운 일 당할 때 기도하면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 계셔서 응답하시고 간절히 주를 찾는 자를 만나 주시는 하나님이심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거듭나고 기도의 능력을 통해서 변화되고 성령의 권능의 역사가 교회를 성장시키고 사람을 새롭게 하는 것임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기도와 말씀에 전력하는 노숙인 사역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물론 교인들의 필요에 따라 구제하고 돕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것은 복음을 들을 수 있는 통로로 사용하고 노숙인을 변화시키는 동력은 기도와 말씀의 능력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목회 철학이 바뀌니까 내 자신부터 변화되고 교회가 변하고 교인들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첫째, 말씀을 듣는 태도가 달라졌다. 둘째, 십일조를 하는 성도들이 많아지고 물질의 헌신을 하는 성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셋째, 술, 담배, 경마, 도박을 끊는 성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넷째, 교인들과 함께 기도원에 20명 정도 기도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다섯째, 교회에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울증, 불면증, 허리디스크, 췌장암, 귀신들린 사람들이 치유가 되고 회복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섯째, 비좁은 쪽방에서 임대주택으로 이사 가는 성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전도할 때 방해하고 때리고 괴롭히던 사람들이 회개하고 교회에 출석하면서 서서히 우리 등대교회가 동대문 쪽방촌을 변화시키고 장악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 예배당을 이전하고 성도들의 필요에 맞게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다. 교회 한쪽편에 샤워장과 남성노숙인 쉼터를 만들고 쪽방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노숙인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남성노숙인 쉼터를 3개월 이상 이용한 사람들이 거의 300명가량 되었다.

교회를 이전하고 등대교회 제2의 사역이 시작되었다. 노숙인들과 쪽방주민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시작하고 함께 기도원에 가서 기도하고 삶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노숙인으로 왔던 성도가 주님을 만나 거듭나고 서리집사가 되는 성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주일에 출석교인들이 80-90명 출석하기 시작했고, 재적인원은 120명 정도 되었다. 쪽방주민 330명 중에 120명이 등대교인이 되었다.

교회에 애로사항이 하나 더 생겼다. 예배당에 있는 남성노숙인들과 혼숙할 수 없기에 여자 노숙인들이 오면 당장 고시원이나 여관, 쪽방을 구해 주면서 여성노숙인 쉼터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년에 위기가 왔다. 이곳에 이전한 지 10년 만에 예배당을 비워 달라고 통보가 왔다. 1층 게임방 건물을 제외한 2층 교회와 3.4층 여관을 모두 비워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인들과 함께 또 다시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교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10년 동안 이 건물에서 믿음생활을 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임재와 공급하심과 치유와 변화를 체험한 성도들이 모두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도회에 참여하였고 두려움이 사라지고 믿음으로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도하니까 하나님께서 건물주의 마음을 변화시켜서 2층 교회는 그대로 사용하고 3,4층도 교회가 임대해서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기도하니까 위기가 기회가 되고 고난이 축복으로 변하였다. 3,4층을 리모델링하는데 교인들이 먼저 찾아와서 헌금하며 자원하는 성도들을 통해서 리모델링이 은혜 가운데 잘 마치고 3층에 여성노숙인 쉼터인 본 하우스가 시작되었다.

 

2 _ 현재

올해부터는 3층에 여성노숙인 생활공간인 본 하우스를 통해서 여성노숙인들이 생활하게 되었다. 거리에서 방황하고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하고 갈 곳 없는 여성노숙인들이 생활하고 또한 당장 갈 곳 없는 거리의 여성들이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주일 오전에는 이곳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고 여성 교우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며 한 주간의 삶을 나누고 기도 제목을 나누며 사랑방 역할을 감당하며 노숙인 성도와 여성성도들이 서로 사랑의 교제를 나누며 기쁨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 성도들이 고령이고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해 겨울철에는 갑작스럽게 입원하는 성도들이 많아 병원심방이 잦다. 특별히 겨울철에는 지하철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매주 금요일 자정에 역전 예배를 드리고 무료급식을 하고 생필품을 전달하고 이들을 전도해서 우리 교회로 인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 늦은 밤 다들 피곤하지만 우리 성도들이 자원해서 자신들도 처음에 노숙했던 아픔이 있기에 노숙인들을 섬기는 예배에 참여하여 이제는 봉사자가 되어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성도들로 성장하였다.

현재 우리 교회는 아직도 쪽방에 불신자들이 많이 있기에 교역자들과 성도들이 집중력 있게 지속적으로 그들을 전도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3 _ 미래

우리교회는 현재 수요일, 금요일은 무료급식 예배를 드리고 목요일에는 새신자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말씀으로 양육해서 더 연약한 성도들을 섬길 수 있도록 우리 성도들이 직접 현장 사역에 함께 참여하는 훈련과 양육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훈련이 된 성도들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해서 다시 사회로 나가 가족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김밥집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어렵고 힘든 곳에 제2의 등대교회를 세우고 싶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선교하는 교회로 나아가고 싶다.

 

<등대교회 설립 14주년 연혁>

♣ 2006. 3. 5. 첫 주에 종로구 이화동 우리모두복지재단 새우리약국 지하에서 쪽방주민 1명과 노숙인 1명과 가족들이 함께 개척하여 예배를 시작하다.

♣ 2006. 10. 노회 허락으로 등대교회 설립예배를 드리다.

♣ 2006. 11. 12. 추수감사주일에 최초로 문운학 성도 외 3명이 학습을 받다.

♣ 2009. 5. 18. 이화동에서 창신1동 464-8번지로 이전하여 리모델링 공사 시작하다. (시공회사: 삼우토건주식회사 / 대표자: 최중철 대표이사)

♣ 2009. 6. 13. 리모델링 공사 완료하다.

♣ 2009. 7. 12. 이화동 지하에서 현재 장소(창신동 464-8번지)로 이전하여 이전 감사예배를 드리다.

♣ 2009. 10. 19. 남성노숙인 생활공동체 개소하여 남성 노숙인들이 교회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다.

♣ 2011. 10. 마지막 수요일. 본사랑재단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에 문화교실을 시작하다.

♣ 2012. 9. 12. 수요무료급식 예배를 오전 11시에 드리고 점심에 무료급식을 시작하다.

♣ 2013. 10. 8.-18일까지 10일 동안 여성 노숙인 생활공동체 설립을 위하여 10일간 금식기도 시작하다.

♣ 2018. 10. 23. 교회재계약 및 3,4층을 교회가 임대하다. 3층은 여성 노숙인 생활공동체로 4층은 사택으로 계약하다.

♣ 2018. 11. 12. 본하우스 및 사택 리모델링 시작하다.

♣ 2018. 12. 28. 리모델링을 마치다.

♣ 2019. 1. 17. 담임 목사 사택으로 이사 오다.

♣ 2019. 1. 23. 본 하우스(여성 노숙인 생활공동체)가 시작되다.

♣ 2019. 5. 19. 교회설립 14주년 확장 감사예배 드리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48길 4 2층(창신동)

전화 : 김양옥 목사 010-3283-0671 / 교회 070-7698-8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