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덕 위의 자전거 _ 고순철>
햇빛편지
언덕 위의 자전거
힘써 오르면 쉴 곳이 있네
초원, 황톳길, 돌길을 지나
변주 숨 가쁜 악보였지만
같은 무게로 달려 온 날들
눈물 무늬 족적이 여기까지 뚜렷하네
통증으로 굳은 살 박인 다리엔
한약처럼 번지는 마른 풀 냄새
속도에 긁힌 옆구리를
햇빛 버무린 흙에 누이고
멀리 바라보는 오후
오르막은 늘 저렇게 하늘로 향하지
외로움은 덤으로 받는 것
남은 길을 적시며 성큼 내려오는
차가운 산바람 한 사발
흰 구름 섞어 마시면 그 맛이 순해져
노을을 살짝 뿌리면 훨씬 달달해지지
풍금 소리 넉넉히 가슴에 채웠고
동그란 생기도 힘줄로 돋았으니
팽팽히 무릎 세워 다시 일어나야지
눈을 들면 언덕 몇 개 더 남았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