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신학특강| 욥기 38:1-42:6의 하나님 말씀의 의미<1> _ 현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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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신학특강

* 한국성경신학회 제44차 논문 발표회에 발표된 원고를 2회에 걸쳐 소개하며 편집상 필자의 허락을 받아 각주를 생략한다. 원본을 읽거나 내용 인용을 원하는 독자는 논문발표집이나 차후 발간될 <교회와 문화 44호>를 참고하기 바란다. _ 편집자 주

 

욥기 38:1-42:6의 하나님 말씀의 의미 – 욥기와 욥기의 주제 <1>

 

 

<현창학 교수 | 합신, 구약학>

 

<글 싣는 순서>

I. 욥기와 욥기 해석
II. 지혜서 문맥 내에서의 욥기
III. 욥기의 구조
IV. 욥기의 주제

 

욥기는 책 전체의 방향과 의미를 발견하고 
본문 한 본문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욥기는 보응의 원리인 실천적 지혜보다 사색적 지혜로서
인간의 이해를 넘는 신앙적 해법을 추구한다

욥기의 말씀들은 아름답고 풍부한 어휘와
뛰어난 문체를 지닌 구약 시의 백미이다

 

I. 욥기와 욥기 해석

욥기는 구약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책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지난한 해석의 과정을 거쳐 욥기가 어떤 책인가 하는 이해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 가져다 줄 열매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신앙에 더없는 깊이와 넓이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적으로도 욥기는 세계문학사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시작(詩作)의 기술이나 문학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다루어내는 주제의 심오함이나 심각성이란 것이 다른 어떤 문학 작품과도 견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욥기를 차분히 주석하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그리고 깊이 읽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이 지닌 난해성에 대해 살펴보자. 무엇보다 욥기는 어휘가 어렵다. 거의 매 절마다 성경에 매우 드물게 나오는 단어들이 한 두 개씩 등장한다. 성경에 드물게 나오는 단어들은 정확한 의미 결정이 쉽지 않아서 해석자가 애를 먹는 첫 번째 관문이다. 어휘 문제가 해결돼도 구문의 문제가 남는다. 단어의 뜻이 다 파악되었다 하더라도 그 단어들이 모여 이룬 문장이 과연 어떤 구조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구약성경에서 시로 된 부분은 대체로 문장들의 구문 파악이 쉽지 않은데 그 중에도 특히 욥기는 구문이 난해한 문장이 많은 책이다. 주어 술어를 정하는 문제, 평서문인지 의문문인지 또한 아니면 조롱(mockery)의 문장인지를 정하는 문제, 문장의 톤(tone)을 파악하는 문제 등등 구문 이해와 관련된 힘든 숙제들이 해석자를 기다린다. 어휘와 구문이 다 파악되었다고 하자. 그 다음은 책의 구조 문제가 있다. 욥기의 책의 구조 자체는 파악이 어렵지 않다. 다만 그 구조를 이루는 각 부분들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각 부분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거기서 (책 전체를 위해) 무슨 기능을 하는지 또한 그것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하는 것들이 모두 정밀한 숙고를 요한다.

예컨대 4-27장의 욥과 친구들의 긴 토론은 왜 필요한 것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28장의 지혜 찬양은 누구의 말이며 왜 거기에 들어가 있는지, 29-31장의 욥의 변명은 왜 그곳에 있으며 무슨 기능을 하는 것인지, 32-37장의 엘리후의 연설은 4-27장의 친구들의 주장과 비교해 새로울 것이 별로 없이 진부한데 왜 필요하며 무슨 목적으로 있는 것인지, 38:1-42:6의 하나님의 말씀은 책 전체에서 무슨 기능을 하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등 모두 충분한 해설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1-2장과 42:7-17의 산문과 그 사이에 들어 있는 시(대화)(3장-42:6) 사이에는 욥의 태도나 그 안에서 다루어지는 신학적 토론의 성격과 분위기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데 이 모순과 불일치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하는 것도 욥기 해석의 큰 과제 중의 하나이다.

욥기는 개별 어휘의 문제, 문장들의 구문 문제 등이 다 해결되어도 이처럼 구조적인 불연속, 모호성, 모순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해석자로 하여금 긴장을 조금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이렇게 하여 어휘, 구문, 구조의 문제들이 다 해결되고 나면 해석자는 그제야 비로소 책의 주제, 즉 욥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일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책의 주제를 파악하는 일은 우선 구조의 어느 부분이 욥기가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정하는 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주경하면서 숙고에 숙고를 거듭함으로 마침내 욥기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욥기는 이처럼 지난한 해석의 과정을 통과한 후 비로소 속살을 드러내는 책이다. “의인의 고난”이라는 심각하고도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책인 만큼 해석의 과정도 그에 걸맞은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바른 해석에 이르게 되면 그것은 상상 이상의 값진 열매를 선물로 가져다 줄 것이다. 해석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욥기는 하나님의 백성의 믿음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한층 깊고 성숙한 것으로 도약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경륜의 깊은 것에 대해 깨닫게 되고, 하나님의 사랑과 자유의 신비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깊고 크신 사랑에 감사하면서 하나님과 세계에 대해 넓은 마음을 품는 데로 성장하게 된다. 과정이 고되어도 욥기의 핵심 주제가 무엇인가 하는 ‘답’에 이르기 위해 힘을 다해 주석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간 교회 강단은 욥기를 설교하는 일에 있어 많은 곤경을 겪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욥기는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쉬운’ 방식으로 설교되기 일쑤였다. 욥기의 진정한 의미를 강해하는 대신 그저 이미 알고 있는 교리를 증명하는 본문으로 인용하는 정도에 그침으로 책의 의미가 쉽게 축소되곤 했다. 선호되는 몇 구절만 인용되기 일쑤였는데 그것도 본문의 원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거나 오히려 반대의 의미로 오해되어 설명되기도 하였다. 충분한 연구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욥기이고 책 전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어느 한 본문도 설교할 수 없는 것이 욥기이다. 욥기는 책 내의 치열한 고민들과 날카로운 의견의 대치들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읽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갈등의 과정 끝에 주어진 하나님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주석이란 성경의 한 본문 한 본문에 대한 바른 이해와 더불어 특히 욥기와 같이 어려운 책의 경우 책 전체가 주는 메시지를 정확히 찾아내는 작업이다. 책 전체의 방향과 의미를 발견하고 한 본문 한 본문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욥기라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책을 현대 청중에게 의미 있게 해설하고 설교하는 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이다. “욥기의 바른 이해에 기초하여 준비된 설교는 오늘을 사는 청중에게 욥기의 의미(주제)를 정확히 전달해 줄 것이고, 따라서 청중은 욥기를 통해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와 직접 만나며 자신들의 고통과 혼돈을 하나님 앞에서 참된 용기를 가지고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먼저 욥기가 처한 지혜서의 문맥을 살피고, 그 다음에 욥기의 구조에 대해 알아본 다음 마지막으로 욥기의 주제를 탐구하는 밝히는 순서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겠다.

 

II. 지혜서 문맥 내에서의 욥기

욥기는 지혜서에 속한다. 잠언, 전도서와 더불어 ‘삶의 기술’(the art of living)을 다루는 지혜의 문학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혜서는 크게 잠언에 그 특징이 나타나는 실천적 지혜와 욥기와 전도서에 특징이 나타나는 사색적 지혜 둘로 나누어진다. 지혜서의 이 두 분류에 대해서, 그리고 특히 사색적 지혜의 성격에 대해 인지할 때 거기에 속한 욥기의 성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지혜서의 분류(두 종류의 지혜)

얼핏 보아도 잠언과, 욥기와 전도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느껴진다. 잠언은 어떤 실제적인 권면을 하는 데에 열심인 반면, 욥기와 전도서는 실제성보다는 주어진 원리에 대해 회의하고 항의하는 태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별화되는 점을 따라 지혜서를 분류하면 지혜서 전체를 좀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지혜서를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와 사색적 지혜(speculative wisdom)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1. 실천적 지혜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는 생활의 실제적인 교훈, 즉 의로운 삶을 살도록 권면하는 지혜이다. 잠언이 이에 속한다. 실천적 지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제적인 교훈들이므로 경험적 지혜(experiential wisdom)라 부르기도 하고, 생을 좋은 ‘요리’로 만들어 가는 것에 비유하여 처방 지혜(recipe wisdom)라 부르기도 한다. 뒤에 나올 사색적 지혜를 ‘고등’ 지혜(higher wisdom)라 부르는 데 비해 실천적 지혜는 ‘하등’ 지혜(lower wisdom)라 부르기도 한다.

기본 사상은 소위 보응의 원리(retribution principle)이다. 즉, 의롭고 바르게 사는 삶에 번영과 축복이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사상이다. 악하고 거짓되게 살면 멸망과 저주를 받게 된다.

악인의 집에는 여호와의 저주가 있거니와 의인의 집에는 복이 있느니라(잠 3:33).
의인의 소망은 즐거움을 이루어도 악인의 소망은 끊어지느니라(잠 10:28).
의인은 영영히 이동되지 아니하여도 악인은 땅에 거하지 못하게 되느니라(잠 10:30).

실천적 지혜는 이 원리를 처세훈의 기본 철학으로 제시한다. 인생에 성공하기 위해(장수, 부귀, 평안, 기쁨, 축복; 잠 3:16-18) 정직하고 의로운 생활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가르친다. 보응의 원리는 하나님이 우주와 인간의 삶에 심어 놓으신 도덕 질서이며 세계가 운영되도록 정하신 내적 원리이다(built-in principle). 보상의 원리는 지혜 스승들의 정통적(orthodox) 가르침이다. 시편 중에 실천적 지혜에 해당하는 시들이 있는데 1, 19B, 32, 37, 112, 119편 등이다.

  1. 사색적 지혜

사색적 지혜(speculative wisdom)는 실천적 지혜가 가르치는 보응의 원리가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지혜를 말한다. 욥기와 전도서가 이에 속한다. 사색적 지혜는 보상의 원리를 획일적이고 낙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하며 그로부터 한 걸음 물러앉아 인생의 문제를 반추하고 관조한다. 사색적 지혜라는 이름 외에 반성적 지혜(reflective wisdom)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인간의 실존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는 의미에서 실존적 지혜(existential wisdom)라고도 한다. 실천적 지혜와 대비하여 ‘고등’ 지혜(higher wisdom)라 하기도 한다.

사색적 지혜는 정통적 지혜 전통이 처세훈으로 내세우는 보응의 원리에 반발하여 “이단적”으로(heterodox) 질문한다. 사색적 지혜의 저자들은 의롭게 살아도 고난과 불이익을 받는 수가 있고 악하게 살아도 형통하고 유리하게 되는 수가 있는 삶의 현실을 목도하며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를 신정론(神正論)의 고민이라 한다.

 

강도의 장막은 형통하고 하나님을 진노하게 하는 자는 평안하니 하나님이 그의 손에 후히 주심이니라(욥 12:6).

어찌하여 악인이 생존하고 장수하며 세력이 강하냐 그들의 후손이 앞에서 그들과 함께 굳게 서고 자손이 그들의 목전에서 그러하구나 그들의 집이 평안하여 두려움이 없고 하나님의 매가 그들 위에 임하지 아니하며(욥 21:7-9).

세상에서 행해지는 헛된 일이 있나니 곧 악인들의 행위에 따라 벌을 받는 의인들도 있고 의인들의 행위에 따라 상을 받는 악인들도 있다는 것이라 내가 이르노니 이것도 헛되도다(전 8:14).

내 허무한 날을 사는 동안 내가 그 모든 일을 살펴보았더니 자기의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멸망하는 의인이 있고 자기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악인이 있으니(전 7:15).

또 내가 해 아래에서 보건대 재판하는 곳 거기에도 악이 있고 정의를 행하는 곳 거기에도 악이 있도다(전 3:16)

 

사색적 지혜는 단순히 반항하며 질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질문 후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의 너머에 있는 신앙적인 해법을 추구한다. 시편에서는 37, 49, 73, 139편 등이 사색적 지혜로 분류된다.

 

III. 욥기의 구조

이번에는 책 전체의 구조를 살펴보자. 욥기는 책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기능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구조 자체는 비교적 명료하게 파악된다. 욥기의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1-2장 서언(the prologue) (시련을 맞는 욥과 세 친구의 도착)
3:1-42:6 대화들(the dialogues)
42:7-17 결언(the epilogue) (욥의 회복과 하나님의 무죄 증명)
(* 밑에 더 자세히 설명되는 부분은 밑줄을 그어 표시함)

산문으로 된 서언(序言)과 결언(結言)이 책 전체의 틀(frame)을 형성하고(A-A’) 그 안에 시로 된 대화들(B)이 싸여 있는 A-B-A’의 봉투구조(inclusio)를 이룬다.

가운데 대화들(3:1-42:6)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데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6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3장 욥의 개시 탄식-저주
4-27장 3회에 걸친 세 친구와 욥 사이의 대화 난타전
28장 지혜에 대한 찬양
29-31장 욥의 무죄 선언
32-37장 엘리후의 연설
38:1-42:6 신현(神顯)과 여호와의 담화

이 중 3회의 대화 난타전(4-27장)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4-14장 제1회 난타전
4-5장 엘리바스의 연설(I-1E)
6-7장 욥의 응수(I-1J)
8장 빌닷의 연설(I-2B)
9-10장 욥의 응수(I-2J)
11장 소발의 연설(I-3Z)
12-14장 욥의 응수(I-3J)
15-21장 제2회 난타전
15장 엘리바스의 연설(II-1E)
16-17장 욥의 응수(II-1J)
18장 빌닷의 연설(II-2B)
19장 욥의 응수(II-2J)
20장 소발의 연설(II-3Z)
21장 욥의 응수(II-3J)
22-27장 제3회 난타전
22장 엘리바스의 연설(III-1E)
23-24장 욥의 응수(III-1J)
25장 빌닷의 연설(III-2B)
26-27장 욥의 응수(III-2J)
(3회에는 소발의 연설이 빠지고 따라서 III-3은 존재하지 않음)

38:1-42:6의 여호와의 담화(discourses)는 2개의 여호와의 말씀(speeches)과 각각에 대한 욥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38:1-40:2 여호와의 말씀 I(창조의 지혜)
40:3-5` 욥의 답변 I(자신의 ‘작음’ 인정-입을 다뭄)
40:6-41:34 여호와의 말씀 II(브헤못, 리브야탄)
42:1-6 욥의 답변 II(자신을 부인하며 “불가해합니다.” 고백)

욥기의 연설/말씀들(speeches)은 아름다운 시로 지어져 있고, 이 부분들은 풍부한 어휘와 뛰어난 문체로 구약 시의 백미로 꼽힌다.

<다음 호에 계속>

* 현창학 교수 _ 한국성경신학회장. 서울대 물리학과(B.S.) 총신대원(M.Div., Th.M.) Calvin Theological Seminary(Th.M. 이수) University of Wisconsin – Madison(M.A., Ph.D.). 저서로 『구약 지혜서 연구』,『선지서 주해 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