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변명할 수 없는 7일간의 기회 _ 남웅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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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명할 수 없는 7일간의 기회

 

<남웅기 목사 _ 바로선교회>

 

홍수 전 7일은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문을 열어 주시려는 마지막 기회 제공

 

누구나 변명이란 말 그 자체를 싫어합니다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정작 비난 받아야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변명, 거짓변명이지, 변명 그 자체는 아닌 줄 압니다. 변명이란 약한 인생이 오해로 말미암아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한 하나님의 일반은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를 나무랄 때도 무조건 매를 들거나 꾸중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왜 그랬어?” “무슨 일이야?” 먼저 물어보는 절차를 거칩니다. 법원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했더라도 최후진술의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사실과 진실을 밝히고 정당방위 등의 불가피한 환경이었다면 죄를 묻지 않는 게 상식입니다.

문제는 그 변명의 진실성 여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능하여 진실을 꿰뚫어 볼 능력도 없고, 게다가 악하기까지 해서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왜곡하는데 익숙할 뿐입니다. 그러한즉 거짓 변명이 득세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변명이란 말에 역겨움부터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시고, 모든 빚을 탕감해 주시기도 합니다(마 18:24-27).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창 3:19)는 하나님의 질문은 물음이 아니라 기회제공인지 모릅니다. 그때 만일 아담이 회개하고 돌이켰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생각할수록 아쉬운 대목입니다.

인류의 대 홍수는 노아의 나이 600년 2월 17일에 일어났습니다.(창 7:11) 그런데 성경은 바로 앞 절에다 의미 있는 문장 하나를 덧붙여 놓았습니다.

(창 7:10), ‘칠 일 후에 홍수가 땅에 덮이니.’

이 비밀스러운 문장엔 하나님의 크고 깊은 사랑이 숨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칠 일의 기준은 바로 노아의 식구들이 방주에 들어간 날을 말합니다(창 7:6,7). 그러니까 홍수가 시작된 게 2월 17일이라면, 방주에 들어간 날은 그 이레 전인 노아 600년 2월 10일이라는 역산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아 홍수 사건에서 40일간의 홍수 못지않게 2월 10-17일, 그 일주일간의 공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하나님은 왜 방주에 들어간 직후 홍수를 내리지 않고 7일이나 기다리게 했을까요? 역사에서 그 7일만큼 황당한 기간은 없고, 그 7일만큼 뜨거운 역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7일은 노아에게 있어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주 안의 고요와 평화가 기이한 대목입니다. 한편 그동안 바깥에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방주를 비웃으며 노아를 미쳤다고 비난했겠습니까? 이는 노아가 방주를 지을 당시 야유했던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부족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 보기에 비도 오지 않는데 방주에 들어앉아 있는 노아 가족들이 얼마나 황당하게 보였겠습니까?

비가 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아네 식구들이 방주 속에서 기다린 홍수 전 7일은 사실 기이한 역사의 알짬입니다.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과 끝없는 기다림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7일은 비록 그들은 방주를 거부했지만 지금이라도 방주의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문을 열어 주시려는 하나님의 마지막 기회 제공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돌이키는 자 없었습니다. 홍수 심판보다 그들의 완악함이 더욱 무서운 대목입니다. (창 6:5-7)에 의하면 당시 사람들은 하나님 심판을 당한 것 맞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죄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방주를 외면해서 심판 받은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이 시대의 방주입니다. 예수께서 감당하신 십자가 공로는 노아의 120년 방주사역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방주 안에 노아와 그 가족이 있었듯이 지금 교회 안에 예수와 그 백성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약시대는 바로 홍수 전 방주 속에서의 7일과도 같습니다. 지금은 노아의 시대와 같습니다(마 24:36-39). 방주와 노아를 비웃을 게 아니라 그 방주에 올라타야만 합니다. 그 7일은 무한정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