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물든 복음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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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물든 복음을 경계한다

 

 

사회에 대한 기독교의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자칫 복음이라는 본질을 소홀히 할 때 순간 기독교는 인본주의적 휴머니즘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교회의 역사를 통해 이와 같은 모순을 수도 없이 목도해 왔다. 복음을 상실한 도덕화된 교회, 그리고 휴머니즘으로 전락한 문화화된 종교 등은 상황이라는 컨텍스트보다 복음이라는 본질을 소홀히 한 결과였다. 반면에 복음‘만’을 강조하고 상황을 도외시하는 것 역시 가슴이 아픈 일이다. 이 경우 기독교는 세상과는 무관한 맛을 잃은 소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독교는 교조적이고 독선적이며 정죄와 비판이 난무하는 우월감에 휩싸인 무례한 종교가 되기 십상이다. 무례한 기독교는 성도의 삶과는 무관하며 형식적으로 교리를 적용하는 바리새적 종교일 뿐이다. 이 또한 복음의 본질을 상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작금 한국교회에서는 성속 이원론과 도덕적 세속주의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욱이 현장이 결여된 한국교회의 성속 이원론적 신앙과, 한국교회를 잠식하고 있는 번영과 성공에 물든 또 다른 세속주의와의 싸움은 한국교회를 휴머니즘화된 도덕적 복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것은 복음이 윤리나 도덕에 삼킨 것과 다를 바 없다. 곧 상황을 강조한 나머지 복음의 본질이 왜곡된 것과 다름없다. 비록 복음을 말하지만 그 복음은 분명 다른 복음이다. 여기에서는 사도적 공교회의 신앙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사람을 향한 신앙’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함께 있어야 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이제 ‘사람에 대한 사랑’만 남고 만 것이다.

기독교는 당연히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조하고 공의와 형평, 인애에 기반한 사회적 제자도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바꾸고 변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혁된 실존으로서, 나아가 죄 많은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으로 존재하기 위함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 세속적 가치에 뒤섞이지 않은 순수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되찾아야 한다. 곧 세속적 상황으로부터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복음을 회복할 때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복음’을 가지고 다시 상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