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목회특강| 목회 및 신앙 교육의 균형감(1) _ 나현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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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목회 특강|

* 교회 계절 신앙 교육의 시기에 체코의 철학자, 신학자, 교육자이며 종교 개혁가로 알려진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를 통해 신앙 교육의 목회적 가치를 재고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몇 회에 걸친 특강을 마련했다. – 편집자 주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John Amos Comenius)에게서 배우는

목회 및 신앙 교육의 균형감 (1)

 

<나현규 목사 | 합동 총회교육출판국/교재개발팀장>

 

 

▲ 1642년, 코메니우스가 50세가 되던 해, 영국의 조지 글로버(G. Glover)가 그린 판화 작품이다.
▲ 가장 많이 알려진 코메니우스 초상화 중의 하나로, 오벤스(Jurgen Ovens)가 그린 그림이다.
▲ 빛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말년의 코메니우스 초상화다. 코메니우스는 암스테르담에서 렘브란트가 살던 골목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 코메니우스 탄생 400주년 기념우표이다. 우표 안에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이니셜이 적혀 있다.

 

  1.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 (John Amos Comenius)는 누구인가?

 

데카르트에 의해 이성과 자연의 분리가 시작되었던 17세기, 동시대를 살았던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John Amos Comenius: 1592-1670)는 이미 분리주의를 내다보고 대통합의 위대한 도전을 시도한 인물이었다. 코메니우스는 사상적 분리, 학문적 분리, 언어의 분리, 종교의 분리 등을 가리켜서 ‘미로’와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복잡한 수 천 갈래의 길을 세 가지로 정리하길 좋아했다. 이름하여 ‘삼분법’이다. 매우 흥미롭게도 그의 이름도 ‘삼분법’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생애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코메니우스’, ‘아모스’, ‘요한’의 순으로 그이 이름을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을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첫째, ‘코메니우스’라는 이름이다. ‘코메니우스’는 체코식 이름인 ‘코멘스키’(Komensky´)의 라틴식 이름이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코멘스키라는 이름은 ‘꼼나(Komnˇa)에서 온 사람’이란 뜻이다. 꼼나(오늘날의 콤니아)는 당시 체코의 모라비아에 있는 한 지역 이름이었다. ‘코메니우스’는 체코의 니브니체(Nivnice)에서 태어나, 우헤르스키 브로드(Uhersky´ Brod)에서 자랐다. 코메니우스가 헤르보른 대학에 입학할 당시 입학 등록 명부에 기록한 이름은 ‘니브니첸시스’(Nivnicensis)였다. 또한 그는 대학 생활 중에 자신의 이름을 ‘니바누스 모라브스’(Nivanus Moravus)로 쓰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가 자신의 성(last name)을 지역(거주지, 세상, 자연)과 연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메니우스는 10살에 아버지를 잃고, 11살에 어머니와 두 여동생을 잃었다. 고아가 된 그는 청년시절 이후 평생을 떠도는 생활을 했다. 그는 조국을 떠나 망명생활을 하던 중에 30년 전쟁(1618-1648년)을 겪었고, 그 전쟁 통에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모두 잃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 땅에서의 삶이 고난의 연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메니우스는 ‘세계, 자연, 이 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서 ‘세계’ 혹은 ‘자연’은 지긋지긋한 곳이 아니라 탐구하고, 실습하고, 향유해야 할 하나의 ‘책’과 같았다. 그는 그것을 ‘자연의 책’이라고 불렀다. 이는 그의 사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코메니우스는 자연을 책으로 삼아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었다. 그래서 코메니우스가 실제 사물의 지식과 자연과학 분야, 자연 질서에 따른 교수방식, 실물 관찰의 중요성, 사물과 언어의 연결 등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정신에서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코메니우스는 다음과 같은 황금규칙을 제시한다. “모든 것들을 가능한 한 항상 감각을 통해 배워야 한다. 눈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눈앞에 보여주고,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은 귀로 듣게 해주며, 냄새로 알 수 있는 것은 코앞에 갖다 대주고, 맛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미각을 통해 맛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면, 만져서 알 수 있는 것은 촉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는 미취학 연령에 맞는 감각적 맞춤교육의 필요성을 17세기에 이미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메니우스를 현대교육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예 중의 하나다.

 

둘째, ‘아모스’(Amos)라는 이름이다. 코메니우스의 체코식 원래 이름은 얀 코멘스키(Jan Komensky´)였다. ‘아모스’라는 이름은 코메니우스가 프르제로프(Prˇerov) 라틴어 학교(1608-1611)에 다닐 때 친구들에 의해 처음으로 불린 것으로 전해진다. 라틴어의 ‘사랑’(Amor)이라는 단어에서 ‘아모스’라는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던 중 그가 헤르보른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정식으로(middle name)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모스’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사랑’이라는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짐을 실어 나르는 자’라는 의미다. 두 번째 의미는 구약성경의 선지자 이름이다.

이 두 가지 이름의 의미는 그의 사상에 있어서 또 다른 차원을 열어 준다. 먼저 ‘사랑’은 바로 인간 및 인간의 이성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이 사랑은 그의 인문학적 관심으로 나타났다. 코메니우스는 인문학을 하나님이 주신 ‘이성의 책’으로 간주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매우 열심히 읽었다. 젊은 날에 코메니우스는 다양한 저자들의 책을 탐독하였는데, 저자들 중에는 라티키우스(Raticius), 헬비쿠스(Helvicus), 레니우스(Rhenius), 리터(Ritter), 글라움(Glaum), 라트케(Ratke), 케킬리우스(Caecillius) 등이 있으며, 특별한 영향을 받은 저자들 중에는 안드레에(Andreae), 캄파넬라(Campanella), 베룰람(Verulam)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베이컨(Bacon)과 같은 저자들로부터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코메니우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Physica)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자연학 개론」(Physicae Synopsis)을 저술하여 자연철학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며, 베이컨의 「대개혁」(Instauratio Magna, 1620)을 읽고는 “내가 보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지금 떠오르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에 대한 가장 밝은 빛으로서 경탄할 만한 작품”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또한 「신기관」(Novum Organum)을 정독하면서 그의 사상적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한다. 특히 코페르니쿠스의 작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코메니우스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하던 중 어떤 사람(그녀는 한 교수의 미망인이었다.)이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란 책의 초고를 갖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자신이 갖고 있던 생활비 전부를 털어 그 책을 샀다. 결국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라하까지 걸어서 귀국해야 했다.

‘아모스’의 의미 중에 ‘짐을 실어 나르는 자’란 뜻은 그의 사상에서 정치철학과 관련이 깊다. 구약성경의 아모스 선지자는 ‘공법과 정의’를 외친 선지자였다. 코메니우스가 27세 때 지은 「하늘로 보내는 편지들」(Listove, do neve)이란 작품에 보면 당시 억압받고 있는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성경의 아모스 선지자의 심정으로 묘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정말 공평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저 부자들은 세상의 물질을 풍족하게, 아니 더구나 불필요하게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와 반대로 우리는 궁핍함에 시달려야만 한다.” 코메니우스는 이런 시대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그 원인들까지 언급하고 있다. 즉 당시 붕괴되어 가는 봉건주의와 신생하는 초기 자본주의의 부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런 사상적 고민으로부터 정치적 관심이 시작되었으며, 인생의 고난이 깊어질수록 정치적 필요성에 대하여 보다 깊이 생각하며 평화를 갈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평화는 국가 내의 사회적 평화뿐만이 아니라 국가대 국가 간의 평화로 확장되었다.

 

셋째, ‘요한’이란 이름이다. 이는 코메니우스의 세례명이다. 코메니우스는 ‘여호와는 자비하시다’란 뜻의 ‘요한’이라는 이름을 특별히 좋아했는데, 그는 체코 형제연합교회에서 어릴 때부터 이 이름으로 자라났다. 그는 요한이라는 이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마다, 이 땅에 생명을 주시며, 빛을 비추시는 로고스이신 예수님을 소개하는 요한복음 1장을 자주 인용하곤 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모든 만물의 시작이며, 과정이며, 끝이다. 달리 말해서, 여호와 하나님은 전체이며, 완전이며, 궁극이다. 그는 영원한 것만이 우리의 사고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영원한 것을 중심으로 이 땅의 모든 것을 통합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사상적 맥은 성경에서 출발하여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빈을 잇는 개혁교회의 특성이다. 코메니우스가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신학자로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에라스무스(Erasmus), 루터(Luther), 칼빈(Calvin), 아른트(Arndt), 후스(Hus) 등이 있고, 헤르보른 대학 시절의 알스테트(Alsted), 피스카토르(Piscator),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있던 파레우스(Pareus)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성경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에게 있어서 성경은 ‘계시의 책’이다. ‘자연의 책’, ‘이성의 책’은 ‘계시의 책’을 통해 볼 때만 그 의미를 온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은 성경이다. 성경과 자신의 신학의 관계에 대하여 코메니우스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만약 나의 신학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나는 성경을 끌어안고 나의 온 마음과 목소리를 다해 ‘나는 이 책에 기록된 것은 모두 믿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메니우스의 핵심 사상인 ‘판소피아’(Pansophia)가 로마서 11:36과 골로새서 1:28을 두 축으로 하여 세워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판소피아란 무엇인가? ‘판소피아’란 전체적 지혜이다. 즉 모든 사물에 대한 존재 근원과 존재 방식과 존재 목적에 대한 앎과 관련된 전체적이며 포괄적인 하나의 체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코메니우스는 포괄적이며 균형을 이루는 판소피아 사상 체계를 통해 감각, 이성, 신앙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자연과 이성을 분리시키지 않고, 이성과 신앙을 이원화 시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코메니우스는 판소피아를 통해 이성 안에서 감각을 깨웠던 교사요, 감각을 통해 이성을 밝혀준 지도자였으며, 믿음으로부터 이성을 분리시키지 않으면서도 신앙을 일깨웠던 목사였다. 또한 더 나아가 자연과학을 널리 수용했던 교육학자요, 인문학을 두루 섭렵한 철학자였으며, 정통 신학을 계승한 신학자였던 그는 치우침 없는 포괄적 사상체계인 판소피아의 적용을 희망하였다. 판소피아의 적용은 다르게 말해서 ‘전체적 교육’(Pampaedia)이며 이는 곧 개혁이었다. 개혁의 대상은 ‘학교’, ‘국가’, ‘교회’였으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 영역별 세계적 모임인 ‘빛의 대학’, ‘평화재판소’, ‘거룩한 종교회의’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코메니우스의 제안은 마침내 1945년 ‘국제연합’(UN) 기구가 창설됨으로 결실을 거두게 되었으며(그 안에 국제사법재판소(ICJ)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이 결성되어 있음), 1956년 인도의 뉴델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회의에서 코메니우스가 유네스코 정신의 최초 제안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코메니우스는 『삶의 법칙(Rules of Life)』이라는 책의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어느 곳에 있든지, 하나님을 위해 사십시오. 그분은 당신에게 생명을 주신 분입니다. 양심에 따라 사십시오. 양심은 당신의 삶의 생명입니다. 명예를 위해 사십시오. 명예는 당신의 삶 이후의 생명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인생이 바로 하나님을 위한 삶이었으며, 양심에 따라 산 삶이었을 뿐만 아니라 명예로운 삶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계속>

 

* 나현규 목사 _ 총신대 기독교교육학(B.A.), 총신대원(M.Div.), 총신대 구약학(Th.M.), 공주대학원 교육학(Ph.D.), 총회여름(겨울)성경학교 교재 집필(다수), 생명의 빛 고등부공과 집필 및 책임편집, 저서 『판소피아와 교육』 2015(학지사, 2016년 대한민국학술원 사회과학분야 우수도서 선정) 외, 현 예장(합동) 총회교육출판국 교재개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