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 종교개혁500주년 특강 3| 말씀과 성령의 신학자 츠빙글리 _ 조용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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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특강 _ 3

 

말씀과 성령의 신학자 츠빙글리

 

<조용석 교수 | 장신대 역사신학 초빙>

 

츠빙글리의 말씀과 성령의 신학은
바로 하나님 말씀을 영적으로 체험하는 신학이다

 

츠빙글리(Huldreich Zwingli, 1484-1531)는 151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가장 큰 교회였던 그로스뮌스터(Grossmo¨nster) 교회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은 이후, 페스트(Pest), 즉 흑사병에 걸리면서,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흑사병은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인하여 유럽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스위스의 취리히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능력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흑사병을 이겨 내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의 사람, 성령의 사람으로 거듭났던 것이다.

흑사병에 전염되기 전과 치유된 이후의 츠빙글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흑사병을 앓기 전까지 츠빙글리는 그리스 철학에 대한 조예가 상당히 깊었던 당대 지성인 중에 지성인으로서, 당시 최고의 명성을 떨쳤던 가톨릭 지식인 에라스무스의 성경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아,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기록된 성경원문을 읽을 수 있었던 당시 소위 소장파 신학자이면서 목회자였다. 그는 당시 에라스무스 성경인문주의 운동에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젊은 지성인들처럼,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신뢰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때까지 그는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경말씀을 가슴 깊이 영적으로 체험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흑사병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츠빙글리는 다음과 같이 기도하고 있다. 그가 간절하게 부르짖었던 기도는 “역병가”(Pestlied)라는 제목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주 하나님이여, 곤경 속에 있는 나를 도와주소서. 죽음이 문 앞에 온 것만 같습니다. 그리스도여, 당신은 죽음에 대항하여 이기셨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부르짖습니다. / 당신은 저를 죽게 만드시려고 하십니까? 저는 삶의 한 가운데서 어떤 것이라도 긍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길 /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그릇입니다. / 만드시든지, 아니면 부수어 버리소서!”

이후 그는 그의 병이 치유되는 과정 속에서 성령의 임재를 확신하며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섭리를 체험하며,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신뢰했던 인간의 이성에 대한 헛된 믿음을 버렸다. 바로 그 때 그는 하나님께서 사도바울을 통하여 선포하시는 말씀 로마서 9장 20절, 21절, 하나님께서는 토기장이시며 자신은 토기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끝까지 돌보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온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냐 /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

츠빙글리 종교개혁운동의 목표는 루터의 종교개혁운동 중에서 미흡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하여, 루터가 시작한 종교개혁운동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답게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에서 가톨릭교회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볼 때, 루터에게서 남아있던 가톨릭교회의 잔재는 바로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 인간의 종교적 전통이었다. 예를 들자면, 루터는 교리적으로는 가톨릭교회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의 미사예식을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사용했다.

따라서 그는 루터보다 더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과 인간의 말을 구별하고, 오직 하나님 말씀만을 강조하면서, 개혁교회 종교개혁의 초석을 닦았다. 성경말씀과 어긋나는 가톨릭교회의 교황, 추기경, 주교, 사제의 임의적인 성경해석 및 인간적인 가톨릭교회의 종교적 전통을 거부하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말씀만을 선포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츠빙글리는 가톨릭교회의 미사예식을 거부하고, 말씀 중심의 예배를 드렸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개혁주의신학의 출발점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참된 신앙, 또한 참된 경건은 바로 사람이 유일하신 하나님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거짓 신앙, 혹은 거짓 경건은 하나님 아닌 다른 자, 즉 피조물을 의뢰하는 것이다. 그는 오직 성경말씀을 통하여 참된 신앙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성경말씀을 망각한 채 철학에 물든 신학에 대하여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와 같이 오직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경말씀을 붙들었던 츠빙글리가 가장 많이 인용한 하나님 말씀은 바로 요한복음이었다. 그의 핵심적인 종교개혁사상은 바로 요한복음 6장에 있다. 그는 요한복음의 핵심인 6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그리스도께서 몇 개 안 되는 빵으로 수천 명을 먹이셨는데, 이들은 나중에는 거저 배를 불릴 수 있기 위해서 침을 흘리며 그를 따랐다. 마음을 감찰하시는 분인 그리스도께서 이들을 알아보시고는 그들의 위선과 그들의 게걸스러운 식욕을 벌하시고 그들에게 참되고 생명을 주는 영의 양식을 구하라고 권하셨다. 이것이 하나님을 가장 기쁘시게 하는 일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생명의 양식은 무엇인가? 우리의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시는 참된 영의 양식은 참된 하나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참된 영과 생명의 양식을 먹는다는 것은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것이다. 츠빙글리는 하나님 말씀을 단순히 성경에 기록된 문자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과 골수를 쪼개는 영적 말씀으로 이해한다. 바로 이 영적 말씀이 우리를 죄악으로부터 구원한다. 츠빙글리의 말씀과 성령의 신학은 바로 하나님 말씀을 영적으로 체험하는 신학이다!

바로 여기서 그의 주장했던 영적인 성찬식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에 의하면, 참된 생명과 영의 양식으로서의 하나님 말씀을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믿음으로 먹는 영적인 성찬식이 육신의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는 성찬식보다 더 중요하다. 그에게 있어서 눈에 보이는 빵과 포도주를 먹는 성찬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과 구원의 역사를 회상하면서, 동시에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겠다고 서약하는 교회예식일 뿐이었다.

츠빙글리에 의하면,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 중심적으로 살 수밖에 없으며, 하나님 말씀을 참된 영의 양식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오직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이 육신적 생각에 갇혀 있는 우리를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으로 살리신다. 인간의 말은 육신의 말이요, 하나님 말씀은 생명을 살리는 영의 양식이다! 츠빙글리가 강조했던 하나님 중심적인 삶과 생각,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결국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육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되리라”(요 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