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제92회 총회 회의록을 읽고
“국어에 대한 이해부족 깊이 자각하고 연구하길”
변이주 목사_전주알곡교회
공문서에서 문장 작성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 필요해
객관성 결여된 주관적 보고문은 교단위상 떨어뜨려
오랫동안 기도하고 준비하여 치른 총회가 별다른 문제없이 마쳐진 것은 순전
히 하나님의 은혜임을 생각할 때 감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총회
원들의 노고에도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를 지적
합니다. 지적을 위한 지적이 아니라 교단의 발전을 염원하는 충정에서 비롯
된 것임을 깊이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1. 총회 회의록(이하 회의록) 18쪽 ‘정회’ 항목(외 여러 부분)
“찬송 252장을 다같이 부른 후, 총회장이 요5:17을 봉독하고, 증경총회장
정판주 ①목사로 기도케 한 후 정회하니 같은 날 오후 8시 34분이②더라.”
(1) 위 문장에서
‘①목사로 기도케 한’에는 다음과 같은 오류가 있습니
다.
1) 이와 같은 사역형 문장(사동문)은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임.
2) 굳이 이런 문장을 쓸 경우라도 ‘~로 하여금 ~하게 하다’가 바른 문장인
데 ‘하여금’이 빠져서 비문이 됐음.
3) ‘사동(사역)’이란 남으로 하여금 어떤 동작을 하게 하는, 즉 ‘시키
는’ 것임. 이런 의미에서 총회장이 증경총회장에게 무엇을 ‘시키는’ 행위
는 그것이 비 록 기도일지라도 무례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 사동문을 써서는
안 됨.
4) ‘~게 하다’에 의한 사동을 ‘긴 사동’ 혹은 ‘장형 사동’이라고 하는
데 ‘짧은 사동(단형사동)’에 비해 동사가 둘임. 따라서 장형에서는 두 사
건이 시간적인 차이를 가질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함.
(2) ‘②더라’
‘~더라’와 같은 고문체의 문장은 매우 어색함으로 쓰지 않는 게 바람직함.
2. 참조(회의록 73쪽 외)
“참조 : 총회서기(총무), 헌의부장”
공문서에서 ‘참조’는 이런 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 앞서 보낸 공문이 있을 경우 –> 예: 알곡 제31호(06. 7. 20) 참조.
*앞서 보낸 공문 ‘알곡 제31호(06. 7. 20)를 참
고하라는 뜻.
(2) 수신처가 지정되어 있을 경우 –> 예: 수신처 참조.
*수신처: ○○교회, △△교회, ××교회. –> (공문 하단에 수신처 지정.)
(3) ‘참조 : 총회서기(총무), 헌의부장’–> 이와 같은 문장은 총회장에게
이래 라, 저래라 간섭하는 꼴이 되어 역시 무례를 범하는 것임. 공문을 받
은 단체장 은 공문을 어느 부서로 보낼 것인지 알아서 처리할 터인데 구태
여 남의 단체 에 어느 부서에서 처리하라고 지적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3. 21세기찬송가검토위원회 보고
(1) 자료검토는 개인이 했을지라도 마땅히 ‘21세기찬송가검토위원회’라는
단체 명의로 보고가 되었어야 할 터인데, 개인 명의로 보고가 되었음.
(2) 음악부문과 가사부문으로 나누어 보고가 됐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터인
데 가사 부문은 두 사람이 각각 연구한 것을 발표하여 ‘21세기찬송가검토위
원회’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음. 마치 두 사람이 실력 다툼이라도 벌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음.
(3) 가사 부문 연구는 두 사람 다 전문성이 부족했음. 몇 군데만 지적하면
다음과 같음.
1) 1장 ‘만복의 근원 하나님’(회의록 155쪽)
저 천
사여 찬송하세 찬송 성부 성자 성령 –> 저 천사도 찬송하네
또한 접미어 “…하세”는 비속어인 반말로 시적 표현에 적절치 않다. 이 부
분을 ‘저 천사도 찬송하네’로 바르게 수정해야 그 대상이 분명해져 훌륭
한 찬송가가 된다.
① ‘~세’는 청유법 종결 형식에서 ‘하게체’에 속하는 것으로 대우 등급
으로는 ‘예 사낮춤’에 속함. 비속어가 아님.
② 청유문은 화자가 청자에게 같이 행동할 것을 요청하는 문장 종결 형식으
로, 명 령의 적용 대상이 청자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화자에게도 적용되는 특
수한 명령 임. ‘저 천사여 찬송하세’는 천사와 더불어 성삼위 하나님을 찬
송하자는 요청 표현으로 적절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음.
③ ‘저 천사여 찬송하세’는 영문 찬송 ‘Praise Him above, ye heavenly
host:’의 번역으로 원문은 명령형으로 되어 있음. 평서문 하게체 ‘찬송하
네’로 번역하기보다는 청유문으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함.
④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청유형 ‘~세’를 평서문 ‘네’로 고친 것은 객관
성을 확보하지 못한 주장임.
2) 42장 ‘거룩한 주님께’(회의록 157쪽)
주 앞에 삼가서 겸손히 행하면
r
주 너를 언제나 돌보시리 –> 우리를
말씀엔 위로와 기도엔 응답을
네 갈 길 바르게 인도하리 –> 내 갈 길
예배의 본질적 의미를 잘 표현한 찬송임에도 번역상 권유형으로 오역했고,
더구나 1인칭과 2인칭이 혼재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수정해야 찬송의 의미
가 살아날 것이다.
① 이 찬송 1절 첫 부분 ‘거룩한 주님께 예배를 드리세’의 원문은
‘Worship the Lord in the beauty of holiness’로서 명령형임. 그것을 우
리말로 번역할 때 청유형으로 했음.
② ‘청유’는 넓은 의미의 명령이며, 특히 청유형으로서 ‘같이, 함께’와
같은 요소가 없을 때에는 명령의 효력이 분명히 드러나는 특징이 있음. 그러
므로 찬송가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원문의 명령형을 청유형으로 바꾼 것은
원저자의 뜻에도 맞을 뿐 아니라 우리 어법에 맞는 것임.
③ 1인칭과 2인칭이 혼재해 있지도 않음. ‘주 너를’ ‘네 갈 길’에서
‘너, 네’는 원문에서 ‘thee’인 바, 이는 2인칭 단수임. 1인칭과 2인칭이
혼재해 있지 않음.
④ ‘우리를’, ‘내 갈 길’로 고칠 경우, 오히려 1인칭 복수(우리)와 1인
칭 단수(내= 나의)가 혼재된
문장이 됨.
⑤ ‘내 갈 길’은 ‘나의 갈 길’의 준말로서 바른 표현이 되려면 ‘내가
갈 길’, 혹은 ‘나의 길’로 고쳐야 함. 95장(회의록 160쪽) ‘나의 사모하
는’에서는 ‘나의’를 ‘내 가’로 고쳐놓고 ‘내 갈 길’의 오류는 발견하
지 못한 아쉬움이 있음.
3) 570장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회의록 174쪽)
……내게 부족함 전혀 없어라 –>쮡 내가 주님이 목자가 되셔서 부족함이 없도록 공급
해 주심을 믿는 ‘양’을 그 자체로서 만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동사 ‘내가’로
해야 뜻이 맞다.
① ‘내게’를 ‘내가’로 고쳐야 된다는 설명에 타당성이 없음. 고칠 필요
가 없음.
② ‘내게’는 ‘나에게’의 준말로서 ‘나(대명사)+에게(조사)’의 구조
로 되어 있음. ‘자 동사’가 아님.
4) 16장 ‘은혜로신 하나님 우리 하나님’(회의록 175쪽)
사랑하는 자녀로 삼아 주신 것
운율상 매우 부자연스런 노랫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어(詩語)에 ‘……
것’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음에도 사용되었다. ‘것’이란 대명사는 특히
서정적 표현에 애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① ‘운율상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음. 어떤 면에서 부
자연스럽다는 것인지?
② 시어(詩語)에 ‘……것’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타당성
이 없음.
③ ‘것’은 대명사가 아니라 ‘불완전명사’임.
5) 127장 ‘그 고요하고 쓸쓸한’(회의록 176쪽)
그 고요하고 쓸쓸한 저 달빛 아래서
315장, 497장도 같은 경우로서 ‘이’, ‘저’, ‘그’의 관사가 붙은 곡은
한결같이 못갖춘마디이다. 음절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붙인 것이다. 주로 영
문에는 정관사이든 부정관사이든 그것이 명사 앞에 붙음으로써 분명한 의미
를 나타내지만 우리 글에는 그렇지 않음을 감안할 때 절제된 사용이 요망된
다.
① ‘영문에는 정관사이든 부정관사이든 그것이 명사 앞에 붙음으로써 분명
한 의미를 나타내지만 우리 글에는 그렇지 않다’는 견해는 국문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 한 데서 생긴 오해임.
우리 국문법에서 관형사 ‘이, 그, 저’ 등은 체언 앞에서 그 체언
의 내용을 구체 적으로 어떠하다고 꾸며주는 구실을 함.
② 관형사를 시어(詩語)로 쓰는 것은 운율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체언을
강조하 여
시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함임.
4. 글을 마치면서
이상 회의록에 관하여 몇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분량
이 너무 많을 것이며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줄 압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문장 작성(특히 공공문서)에 더욱 신중해야 되겠습니다.
2) 21세기찬송가검토위원회의 보고서는 객관성이 결여되었고 너무 주관에 치
우친 부분이 많았습니다. 문법적·예술적 소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견을 발
표했다 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3) 21세기찬송가검토위원회의 보고서는 위원회의 명의로 보고가 됐어야 하는
데 개인의 이름으로 발표되어서 공공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가
사 검토 는 두 사람 각각의 보고서를 내놓음으로써 무슨 실력 경쟁이라도 하
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4) 그중 일부는 필자가 지난 5월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발표하여 신뢰성에 흠을 남겼습니다.
5) 국내 창작 작사가 중에는 유수한 시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사를
함부로 손질하는 실례를 범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외부 사람
들이 본다면 합
신교단의 위상에 얼마나 먹칠을 하게 될까 염려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
다.
6) 한국교회의 가장 심각한 취약점은 국어에 대한 이해 부족임을 깊이 자각
하여 이 부분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