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단상> 거짓과 무고_손봉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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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단상>

거짓과 무고

손봉호 박사_서울대 명예교수

“거짓말하는 풍토 하루 속히 없어져야”

이번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은 정책이 아니라 도덕성이었다. 한 후보는 다
른 후보를 거짓말한다고 공격하고 공격을 당한 후보는 그것이 한 사기꾼의 
주장에 근거한 근거 없는 무고라고 되받았다. 그 사기꾼과 함께 세 사람이 
펼치는 거짓말 공방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말았다. 결코 선진국 선거의 모습
은 아니었다. 

‘거짓’ 공방 얼룩진 대선

거짓말과 무고는 한국 사회의 고질이다. 전 국정원 원장 김승규 변호사가 한
국인과 일본인의 도덕성에 대해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0년 한 해 동안 한
국에서 위증으로 기소된 사람은 일본에 비해 인구감안 671배이고 무고로 기
소된 사람은 인구 감안 4,151배나 된다고 한다. 정말 부끄러운 비교다. 
거짓말과 무고는 둘 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
이지만 양자 간에는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다. 거짓말은 
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뤄지고, 무고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둘 다 거짓이지만 좀 따져보면 무고가 좀 더 악질적이다. 자기의 이익을 추
구하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봐 줄 수 있으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은 용
서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은 거짓말도 많이 하지만 무고는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층 더 부끄럽다. 
이렇게 거짓이 횡행하고 무고가 버젓이 이뤄지는 것은 이에 대한 사회적 제
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따르는 인간들이 있고 심지어 지도자로 
떠받기까지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신적 암에 걸린 것이다. 
암을 고치기 어려운 것은 초기에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과 무고가 고쳐
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도덕
적 불감증이 우리를 야만인으로 만들고 고통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짓말하는 자와 무고하는 자를 경멸해야 한다. 물론 무고
를 거짓말보다 더 경멸해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우리 자
신이 정직하고 공정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반성이 비판보다 훨씬 더 어렵
다는 사실이다. 

비판보다 어려운 것이 반성

눈은 눈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당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야 마음
의 눈으로 자신을 살필 수 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정신은 바로 이런 것
에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