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일종이 땡땡땡”
임인철 목사_평강교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구약의 백성들이 그토록 소원했던 메시야 대망이 이
루어진 날입니다.
오랜 기간 믿음의 백성들이 기도하며 기다렸던 준비의 시대가 끝이 나고, 하
나님 약속의 성취이자 구약 율법의 완성을 알리는 복음의 시대가 도래함이
주님 나심의 의미입니다.
복음이신 예수님의 가르치심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내 마
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
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눅
10:27)입니다. 성탄절을 지키며 주님 탄생을 축하할 때 교회는 이 기본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함이 목사된 자의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오던 메시야 출생해
어릴 적 성탄절은 은은히 울려 퍼지는 새벽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12월이 들어서면서부터 준비한 성극공연은 단연 성탄절의 클라이맥스였습니
다. 어린 시절 공연했던 성극은 언제나 1막
주님의 탄생부터 3막 주님이 십
자가에 죽으시는 장면까지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주님 곁의 한편 강도였지요. 어린 마음에 나에게도 예
수님 역할을 주면 잘 할 수 있었지만 4년 간 계속 강도 역할만 했습니다. 한
편 강도에게 잘 어울리는 학생이 자라서 목사가 되고, 교회를 개척한 후 첫
번 성탄을 맞았습니다. 교회의 식구라고 해야 아내와 나, 정집사 부부, 청
년 1명을 합해서 총 5명뿐입니다.
우리의 성탄은 철원과 포천의 경계에 있는 동산교회로 향했습니다. 지겹도
록 눈이 온 그 해 온 세상이 하얀 새벽, 시골길을 걸으며 주님 탄생을 목청
껏 외쳤습니다. 시골교회라 젊은 사람이 없어 동산교회 김목사님 부부와 몇
명의 학생들 그리고 우리교회 식구들이 함께 새벽송을 돌았습니다.
김목사님 말씀이 그 동네 주민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아도 새벽송 와주는 것
을 큰 복으로 알기에 교회 식구들이 와주기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
수님을 믿든, 믿지 않든 한 가정도 빠짐없이 온 동네가 예수님의 탄생을 축
하하고 축하받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밤이 되었습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시골
길을 오롯히 비춰주는 오렌지색 나트
륨등 아래서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예수
님의 탄생을 축하한 그 밤의 기억은 도시에서 목회하는 저에게 주신 예수님
의 성탄 선물이었습니다.
노부부가 사시는 가정에서 고요한밤을 불렀습니다. 찬송이 울려 퍼지자 캄캄
했던 집에 불이 켜집니다. 불이 켜지는가 싶더니 현관문이 열리면서 자다 말
고 나오신 어르신들이 멋쩍고 수줍게 웃으시며 우리를 맞이합니다. 찬송을
부르고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자 검은 비닐봉투를 내놓았지요. 귤이 한가
득. 손을 잡고 고맙다 말씀합니다.
할머니에게도 성탄 기쁨이 가득하길
다음 집으로 향하는 동안 소복히 쌓인 눈길은 오직 우리의 발자국만을 남깁
니다. 교회에서 꽤 떨어진 외딴집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자! 이 집은 할머
니께서 귀가 잘 들리지 않아요.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크게 불러요.” 우리
는 목에 힘줄이 생기도록 크게 불렀으나 할머니는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더
큰 목소리로 다음 찬양을 불렀고, 목사님은 다시 한 번 “메리크리스마스를
크게 외칩시다.” 그래도 묵묵부답이셨죠. 그렇게 각 가정을 방문한 후 교회
로 돌아와 어르신들이 끓여놓은 뜨거운 떡국을 먹고서 단잠
을 잡니다.
다음날 성탄축하예배를 동산교회 식구들과 드렸습니다. 끝나고 인사를 나누
는데 할머니 한 분이 막 섭섭해하십니다. “목사님 왜 저희 집에는 오시지
않으셨어요. 제가 뜬눈으로 기다렸는데…” 김목사님이 당황하시며 할머니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우리가 새벽에 갔었습니다. 아무리 찬송을 불러도
나오시지 않기에 주무시나보다 생각했지요.”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주님 나심을 함께 축하하려고 초코파이 한 상자를 사
서 기다렸는데 어두운 귀 때문에 소리를 듣지 못해 나오시지 못하셨지요. 그
래도 우리 주님은 그 마음 아시고 할머니의 축하를 가장 크게 받으셨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 교회의 첫 번 성탄은 시골의 정겨움과 함께 나의 기억 속에 자리합니
다. 올해도 그 해처럼 예수님 때문에 외로운 자들의 가슴이 따뜻해지면 좋겠
습니다. 특별히 교회를 통해 영원토록 주님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기를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