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신 부모님 한번이라도 안아드리고 싶어” 최광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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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신 부모님 한번이라도 안아드리고 싶어”

최광희 목사_행복한교회

우리 집 막네 영광이는 올해 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늦둥이로 태어나더니 씩
씩하게 잘도 자라 주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들 틈에 끼어 자라
서 그런지 사용하는 용어가 별로 아이답지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자
기보고 애기라고 부르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항상 어린이라고 불러달라고 합
니다. 

7살 늦둥이 어른스러워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영광이를 깨워서 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밥을 먹지 않
고 우는 겁니다. 놀라서 왜 우느냐고 했더니 이러는 겁니다. “내가 밥을 먹
어서 커지면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거잖아요.” 그래서 슬프다
는 것입니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밤에 영광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기도해주고는 자라고 했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아빠와 엄마
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제가 한꺼번에 업어 드릴 수가 없잖
아요.” 그러
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둘이 한꺼번에 업어 줄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었
던 모양입니다. 

일곱 살짜리 애가 뭐 이런 얘기를 다하나 싶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해서 엄
마만 업어주면 되고 아빠는 씩씩해서 안 업어 줘도 된다고 했어요. 그랬더
니 “그러면 아빠는 막대기 짚고 다녀야 되는데 막대기 있어?” 그러는 것입
니다. 그래서 막대기는 다음에 사면된다고 했더니 “제가 돈 벌어서 막대기 
사 드릴께요” 하길래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며칠이 지나서 자기가 어른이 되면 엄마 아빠가 늙어질까봐 밥을 
안 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빠는 할아버지 안 되고 운동 많이 해서 씩
씩하고 힘센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밥을 먹였어요. 늦둥이 하나 있으니 
저는 늙을 권리도 없네요. 영광이랑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봤습니다. “왜 어린 영광이가 아빠가 할아버지 
될 것을 생각하고 업어줄 걱정을 할까?” “막대기(지팡이)를 짚는 것을 어
떻게 알았을까?” 아마 본 것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우리교회에 6년 동안 출석하다가 작년에 84세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있는
데 
그분을 매 주일 제가 차로 모셔 와서 3층까지는 업어왔거든요. 예배 마치
면 다시 업어서 차로 모셔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트까지 모셔드리곤 했습니
다. 그러다가 작년에 천국으로 가셨어요. 영광이는 교회에서 할아버지와 할
머니를 좋아하고 인사도 잘 해서 귀여움을 받았습니다. 아마 영광이가 놀면
서도 아빠가 그 할아버지를 업어드리는 것을 자세히 본 모양입니다.

갑자기 전에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생각이 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70세면 누구나 고려장을 하도록 국법이 정한 시대의 이야기입니
다. 어떤 사람이 70넘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는 깊은 산에 내려놓고 왔답니
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들 녀석이 할머니를 지고 갔던 그 지게를 잘 챙겨
서 광속에 잘 보관해두는 것입니다. 

아들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하는 말이 기가 막힙니다. “다음
에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로 산에 모시고 가야 될 것 아니예요.”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이 사람이 얼른 가서 어머니를 다시 모시고 와서 죽을 때
까지 집에 모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엊그저께 어버이날에는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어떤 노부부
가 자식은 
다 외국으로 보내고 둘이 살았는데 할머니는 늘 누워계시고 할아버지가 살림
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심장병이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죽자 제대
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할머니는 죽은 영감의 시신 옆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결국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충격적인 노부부의 죽음

노인 부부가 그렇게 안타깝게 죽은 지 열흘이 지나서야 이웃 사람에게 발견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우리 부모님들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니
와 장인과 장모님이 모두 부산에 계셔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보고 싶어서 전화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부산에 가면 연로한 
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하신 장인어른을 한번 업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