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와 하얀 눈 최삼랑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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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와 하얀 눈

최삼랑 집사/ 순천제일교회

민들레 홀씨를 보면 하얀 눈을 생각게 된다. 
전혀 다른데 같은 느낌이 있다. 후~ 불면 머얼리까지 날아가는 홀씨를 보며 
잠깐은 여러 생각에 잠길 때도 있지만 금방 잊게된다. 생명력이 강해 바람에 
날려 씨앗이 내려앉은 곳엔 다음해에 어느 곳에서든 뿌리를 내리고 잎의 숫자
만큼 노오란 꽃을 피운다. 

내 마음에 믿음의 씨앗은 얼마만큼 내려앉아 꽃 피웠을 가를 생각한다.
“이 땅을 사는 모든 인생의 모든 순간과 모든 사건은 그 영혼에 뭔가를 심어 
놓는다.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영적
인 생명의 씨앗도 세월의 흐름을 타고 날아와 사람의 마음과 의지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그 무수한 씨앗은 대부분 죽어 없어지는데 그것은 인간이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토머스 머턴의 글이다. 이 글은 믿음의 씨앗을 우리의 삶 속에 얼마큼 받아들
이고 사는가는 자신들의 준비된 믿음의 그릇 만큼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생각할 때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길 기도
한다. 주님 오신 날이 기쁜 날이기에 소망하는 것들이 그 날 이루어지길 바라
면서 하얀 눈과 함께 행복감, 만족감을 가져다 주길 원하는 기원을 하게 된
다. 

흰눈과 하얀 민들레 홀씨처럼 주님 오신 날이 기쁨, 깨끗함, 순수함 그 자체
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곳은 남쪽지방이라 눈 내리는 날이 드물기에 눈오는 
크리스마스는 다른 곳 사람들보다 더 큰 기쁨이다. 

첫 교복을 입던 중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 때, 그 날은 눈이 왔었다. 전 교인
이 백 명 정도 되었기에 가족 같은 분위기였고 아이들의 1부 장기자랑이 끝나
고 2부 순서가 중고등부 선물 교환이었는데 선물 속엔 벌칙을 하나씩 꼭 써넣
어라 했다. 우린 지도부장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선물교환을 했는데 수줍음
이 많은 내 선물 속 벌칙은 엉덩이로 이름 쓰기였었다. 사춘기 소녀의 부끄러
움이 생생히 기억되는 첫 선물교환시간이었다. 

그리고 3부엔 각 각 조를 나눠서 구역별로 어른들과 학생들이 한 조가 되어 
새벽 송을 하러 갔었다. 교인들 집 앞에서 찬송을 부르면 
각 가정에서 준비
한 선물들을 주셨고, 마치고 교회를 돌아오면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맛있는 
떡국을 끓여 주셨다. 그땐 그냥 그러는 행사들이 즐거움이었지만 세월이 흘
러 추억 속 그때를 생각하면 베풀고 나눔의 실천을 사랑으로 행했던 모습들
인 것 같다.

작은 것에서 믿음의 씨앗을 찾고, 감사가 되는 삶 우리들이 그리워하는 믿음
의 자세는 아닐지……. 
내게 그런 추억에 있었기에 정말 힘들다고 고백하고플 때 주님을 찾게 되고 
곁눈질하는 생활을 하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는 믿음의 뿌리가 
생긴 것 같다. 요즈음 교회나 가정에서 세상의 흐름에 순응한다는 의미로 정
말 지키고, 가꾸어야 할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추억엔 전혀 없을 우리들의 추억. 그 추억 만들기를 엄마 아
빠인 우리들의 세대가 다시 우리 아이들에게 뿌려줘야 되지 않을까? 

민들레 홀씨와 하얀 눈. 
금방 기억 속에 없어질 모습일수도 있지만 홀씨는 날아가 뿌리를 내리고, 하
얀 눈은 우리에게 차가움 속 깨끗함을 알리는데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
이 되라’ 하신 주님의 말씀
이 작은 실천에서부터 행하는 그것이 아닐는
지….. 

따뜻하고, 포근했던 추억 속 크리스마스는 우리 부모들의 홀씨 되어 주심 때
문임을 새삼 감사케 된다. 행함이 있는 믿음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의 추억 
속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새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