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세 가지
박상준/ 개금교회 부목사
1.
지난해 3월 늦장가를 든 친구가 있다. 나의 온가족이 다같이 혼인식에 참석하
기 위해 부산에서 충주까지 갈 정도로 친분이 있다. 나는 축시를 지어 액자
를 만들고 기꺼이 낭송하면서 친구의 혼인을 축하해 주었다. 친구는 고신에
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오랜 시간 특수 목회분야에서 일해왔다. 장애인 선교
단체 간사로, 호스피스선교회에서, 그리고 최근까지 교회문제연구소에서 고생
(?)을 하였다.
그런데 친구는 혼인과 함께 실직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다. 목사로서, 새신랑으
로서 혼인과 함께 일할 자리가 없다.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
는 일이었다. 계속 그를 위해 기도하며 연락을 취했다. 그때마다 친구는 한 1
년 쉴 것이라며 태연해 했다. 자기 스스로 안식년을 가지게 된 셈이다. 새해
에는 그가 아주 멋지게 출발하기를 소원해 본다. 그의 아내가 출퇴근하는 남
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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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친구는 영국에 가 있다. 신학교로는 후배지만, 지금 내가 섬기는 교회
에서는 나의 선임자였다. 가족과 함께 WEC 선교부에서 주관하는 언어훈련과
선교훈련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이다. 이 친구는 내가 부임해 오기 전에 교회
에서 사역을 참 열심히 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담임목사로부터 좋은 인정
을 받으면서, 훈련을 마친 후에는 본교에서 파송하는 선교사가 되도록 내정되
어 있다. 출국 한지 어느새 1년 8개월이 지났다. 우리 가족은 이 친구의 가족
과 서로 교통하며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다. 기도의 동역자가 된 셈이다.
아직 선교지에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타 문화권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에
게 얼마 전에 여러 가지 녹음테이프를 보내준 일이 있었다. 그가 요청한 테잎
은 의외로 한국말로 된 동화나 성경이야기였다.
영국에 가면 한국말 테잎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어 한 두 개만을 가지고 갔
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나가서 생활하다보니 한국말이 그렇게 그립더라며
그런 요청을 한 것이었다. 아마 이런 그리움은 새해가 되면 더 커지게 될 것
이다. 친구의 동역자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
주
고 싶다.
3.
마지막으로 또 한사람의 친구는 최근에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고대도리에
있는 고대도교회의 목회자로 들어간 친구이다. 이 친구는 신학 1년 선배이
다. 그러나 친구처럼 지내곤 했다. 한 교회에서 1년 정도 같이 사역했고, 내
가 사역하고 떠난 또 다른 교회에서 한참 후에 사역을 하다가 고대도교회에
가게 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 오래도록 연락을
못하고 지낸 상태였지만 바로 곁에 있는 친구에게 하듯이 전화를 걸어 축하
와 격려를 나누게 되었다.
고대도는 조용하지만, 많이 외로울 것이고 사역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
지만 작은 키의 그 친구는 그 외로운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계획까지 이미 가
지고 있었다. 언제든지 쉬고 싶을 때에는 오라 한다. 쉬고 싶을 때 갈 곳이
되어 줄 친구가 있음이 행복하다. 새해에는 정말 그가 공해 없는(?) 쉴만한
그늘이 되어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