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간의 평양 방문_안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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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간의 평양 방문

“다시 함께 예배하는 날을 기다리며”

안숙아(한민족복지재단 의료지원 팀장)

2002년 6월 14일. 평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
까 생각하지만 나 역시 ‘평양은 어떤 곳일까 북한을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일
까’하는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서해 공해상을 직접 날아 1시간여 뒤 평양 순
안공항에 내렸다. 우리일행 외에는 아무도 출입객이 없는, 외국 비행기 한 대
가 없는 조용하다못해 쓸쓸한 공항. 평양 최고의 호텔인 고려호텔에 여장을 
풀고 그들로서는 최고의 성찬으로 준비한 뷰페식사를 먹으면서 내가 가진 북
한에 대한 첫 느낌은 ‘아픔’ 그것이었다. 그 맛있는(?) 식사를, 자꾸만 나오
려하는 눈물과 함께 삼키면서 나는 ‘내가 왜 이럴까’하고 생각했다.

1998년 10월 11일. 라진·선봉시 선봉군인민병원에 들어갈 의료봉사단 9
인의 한 명으로 몇 개월씩 준비하며 하나님과 많은 지체들 앞에서 파송예배
를 
드린 이후, 그 땅을 밟지 못한 채 북한을 마음에 담고 의료지원 일을 시작
한지 4년. 그러나 내가 주님의 심장으로 사랑해야 할 내 동족들의 영혼을 위
하여 기도할 때마다 느끼던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힘들게 했었다. 솔직
히 말해서 나는 ‘내가 품고 있는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 아닐
까’ 하는 자책에 괴롭기도 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북한땅을 밟으며 사람들
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는 지금 한없이 불쌍한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눈시울
이 뜨거워졌다. 사랑한다는건 ‘불쌍히 여기는 것’ 그래 그런 것인가 보다. 하
나님도 날 보시면 안쓰럽고 측은하고 그러실까…? 그래 그러실 것 같다. 그
러나 우리는 부족한 인간인지라 예정했던 일정대로 약속이 이행되지 못하며 
서로 다른 견해 차이로 설왕설래하는 아름답지 못한 모습들을 보면서 곱지 않
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2002년 6월 18일. 4박 5일간의 내 평생에 잊지 못할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오기 위해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다시금 나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
고 싶었다. 어두운 땅 가운데에 하나님이 그들을 더 이상 그냥 놔두시지 않기

n를 바라면서.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북한. 그들을 바라보며 그리도 마음이 
아팠던 며칠. 또 오라며 손을 흔들던 그들의 눈망울을 기억하며 이제는 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울이 하나님 앞에 자기의 동족들을 위해 했던 그 기도
를. 우리가 언제쯤 자유롭게 서로 왕래하고 언제쯤 함께 손잡고 하나님을 예
배하게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날이 올 때까지, 그 날까지는 계속해서 아버지
의 마음을 내게 부어 주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함께 동행했던 많은 주의 자
녀들 마음속에도…

“우리가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간 줄을 알거니와 사
랑치 아니하는 자는 사망에 거하느니라.”(요한일서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