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척 목회자의 부활_전 홍구 목사

0
12

어느 개척 목회자의 부활 

전 홍구 목사(새출발교회)

교회 개척에 대하여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갖고 있었던 꿈을 잊어 본적
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학생 시절에 “개척 목회는 절망과의 싸움”이라는 개
척 선배의 말도 직접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개척이란 겉으로 보여지는 것 
이상의 쉽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러한 꿈을 늘 잊지 않으면서 8년여 부교역자 생활을 끝으로 하나님의 강권
적인 인도하심 가운데 개척을 시작하였습니다. IMF 한파(寒波)의 영향도 있었
지만, 사역하던 교회를 사임한 다음날 현재 장소가 연결되어져서 만 4년 가까
이 개척목회 사역을 수종들고 있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 보다 내 몸이 앞섰고, 하나님 앞에 드리는 기도보다 젊
은 의욕이 앞서며 뭔가(?)를 보여주리라는 각오도 있었습니다. 땅을 사지 않
고, 수십억 짜리 예배당 건물을 짓기보다는 먼저 사람 성전(고전 3:16)을 짓
는데 투자하는 교
회를 세워가리라는 다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름의 꿈
을 갖고 출항한 개척호. 그러나 막상 이론과 관망이 아닌 몸으로 마주친 개척
의 바다는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야기 하나. 절대로 땅을 사지 않겠다던 치기(稚氣)어린 맹세는 개척을 시작
한지 불과 5-6개월만에 침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감정평가사라며 낯선 사람
이 카메라를 들고 예배당과 방안 구석구석을 촬영해 가더니 1차 경매 통보가 
날라 오고 2차, 3차 경매 통보로 몇 달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교회와 
사택을 포함하여 5천만원이 넘는 전세금을 모두 잃고 쫓겨나든지, 아니면 땅
을 사든지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1년이 넘도록 법원으로 땅 주인에게로 경매 신청자에게로 좇아 다녔지만 해결
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길이 보여지지 않는 암담함 가운데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쫓겨나리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
인 마감 일자를 1주일여 남겨 두고 경기서노회 여러 선배 목사님들과 교회들
의 도움으로 개척 2년이 못되어 수천만원의 은행 채무는 있지만 지금의 예배 
처소인 조그마한 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둘. 신학 재학생 시절에 5년이 넘어도 개척교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선배 목사님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만이 아시는 불성실
함과 게으름이 있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판단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
는 저들과는 다르리라는 일종의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초라한 개척호는 잔 물결, 큰 물결에 일엽
편주(一葉片舟)인양 요동쳤습니다. 왔다가 가는 성도, 서로서로 부딪치면서 
깨어지는 성도, 친 형제보다 더 반갑게 개방한 목회자 가정의 삶의 모습을 가
까이 접하면서 시험든 성도,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간관계의 부대낌 
속에서 기둥같이 여겼던 성도들의 너무나 쉬운 이동 등등이 거센 파도로 몰아
쳐 왔습니다. 

3년이 지나 자립은 고사(固辭)하고, 몇 안 되는 성도나마 오히려 감소하는 형
편. 그리고 쉽게 만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성도들이 몇 명이
냐?”는 관심 표현을 받을 때마다 개척 목회자로서의 영적인 자존감과 사명에 
대한 자긍심은 무력감으로 전이(轉移)되면서 분노의 감정으로 변하게 되었습
니다. 

지난해 8월 어느 새
벽기도 시간. 아무도 오지 않는 예배실 강대상 의자에 엎
드려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차라리 나
를 죽여 주십시오!” 낮아질 대로 낮아진 자존심과 완전하게 깨어져 버린 것 
같은 목회적 야망(?)에 대한 좌절감은 불빛 하나없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조각배와 같았고, 로뎀나무 아래에서 하나님께 죽기를 기도했던 엘리야의 심
정(왕상 19:4)과 같았습니다. 

그 때에 들려진 하나님의 음성은 “네가 이제야 깨달았느냐!”라는 말씀이셨습
니다.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으라'(눅9:23)는 말씀을 개척 목
회 표어로 삼고서도 알지 못했던 것을 한 순간에 기억나게 하셨습니다. 
새벽기도 시간에 순간적으로 깨달아진 말씀은 나의 목회적 야심과 교만과 자
만심과 어리석은 우월감에 대한 죽음을 선고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
음 순간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이 느껴지며, 찬송이 회복되고, 오히려 개척
교회 목회자의 길로 인도하심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성
도가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 되었든 하나님께서 지금 현재 맡겨 주시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7)라는 말씀의 위로
와 함께 옛사람이 죽고 새로운 목회적 방향으로의 부활을 체험하였습니다. 그
리고 몇 주일 후 개척이래 최대의 등록 사건(?)이 있었습니다. 근처의 3가정
의 초신자들이 함께 찾아와서 한 주일에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7개월여 
지금껏 2가정은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어느 개척 목회자의 부활은 만경창파(萬頃蒼波) 거센 물결 속에 빠져가는 듯
한 완전한 좌절의 환경을 통과하면서도, 모든 것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도
록 하신 후에 깨닫게 하여 주신 하나님의 위대한 선물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