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에 대한 성경적 연구
이화영 목사(남노산교회)
오늘 날 교계일각에서 제비뽑기로 담임목회자를 선택하고 총회의 임원을 선
택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참으로 일리가 있고 신선한 의견임에는 틀림
이 없다. 목회자선택이나 임원선택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잡음이 생기는 것
을 볼 때 제비뽑기를 시행하는 용단과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성경을 보면 제비뽑기는 아무 때나 시행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
다. 그러므로 제비뽑기를 시행하는 데는 반드시 성경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
며 제비뽑기를 적용하는 일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제비뽑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기 어려운 중요
한 일이 생겼을 때나 지도자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만 시행한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뜻을 모르면 언제든지 제비
를 뽑으라고 가르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다음은 성경이 보여주는 제
비뽑기의 실례 중 일부이다.
1)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이성 공격을 실패한 후에 그 실패원인이 범죄자가
있었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 범죄자가 누구라고 가르쳐
주지도 않고 확실한 증인도 없자 여호수아는 하는 수 없이 제비를 뽑아서 범
인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아간이 뽑혔다.
2) 가룟 유다가 죽었을 때 사도들은 가룟 유다의 자리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
를 알 수 없었다. 너무나 훌륭한 주님의 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사도들은 하는 수 없이 성도들에게 훌륭한 사람 중에서 두 명을 추천하라고
하여 추천을 받은 후에 그 두 사람을 놓고 제비를 뽑아서 가룟 유다의 자리
를 대신하게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밝히 알 수 있을 때나 사
람이 판단하기 쉬운 일일 때는 제비를 뽑을 필요가 없이 그냥 사람들이 판단
해서 시행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다음의 성경말씀이 이 사실을 분명하게 증
거한다.
[겔 24:6] “그러므로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피흘린 성읍,녹슨 가마 곧 그
속의 녹을 없이 하지 아니한 가마여 화 있을진저 제비 뽑을 것도 없이 그 덩
n이를 일일이 꺼낼지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어느 성읍이 분명하게 많은 죄를 범하자 그 성읍의 심판
여부를 제비뽑아 알아낼 것도 없이 심판을 시행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뻔
한 일을 놓고 왜 제비를 뽑느냐는 것이다.
다음은 밝히 알 수 있는 일을 놓고 제비를 뽑지 않고 처리한 경우이다.
1)다윗은 정부의 요인들을 뽑을 때 제비를 뽑지 않고 기도하면서 지혜롭게
임명을 했다. 이로 볼 때 임명제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도임을 알 수 있
다.
2)바울과 바나바는 마가를 전도여행에 데리고 가는 문제로 의견대립이 생기
자 제비를 뽑아 결정하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서 동행전도자를 선정했
다.
성경을 사람들이 밝히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일은 제비뽑기를
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면 성경은 일반적으로 범인을 결정하는
일은 증인을 세워서 결정하라고 하였지 제비뽑기로 결정하라고 하지 않은 것
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왜 뻔한 일을 놓고 제비를 뽑지 못하게 하시는가? 추측하건대 다음
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1) 분명하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데도 제
비
를 뽑는 것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고, 2) 분명한
일을 놓고 제비를 뽑는 것은 일종의 직무태만일 수도 있기 때문이고, 3) 분
명한 일을 놓고 제비를 뽑는 것은 시간과 인력의 낭비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
이다.
이상의 증거들을 볼 때 제비뽑기가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
는 틀림없으나 제비뽑기는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시행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제비의 남용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므로 제비의 남용은
반드시 경계를 해야 할 일임을 알 수가 있다. 단순한 일이나 사람들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한 후에 사람들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하나님
의 뜻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오늘 날 널리 시행되는 투표제도도 반드
시 나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하나님이 기뻐하는 제도임을 알 수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