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이퍼의 <로마서 강해1 : 복음과 하나님의 의>
< 민현필 목사, 중동교회 교육담당 >
“다원주의 사회에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보편성과 유일성 변증해”
기독교 희락주의로 국내 목회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존 파이퍼. 그는 지난 2013년 3월 31일 부활절 설교를 끝으로 미네아폴리스 베들레헴 교회 목사로서의 목회 여정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이 책의 의의
지난 32년 동안 그는 시종일관 기독교 희락주의 사상에 천착하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하나님의 열심’을 선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다. 그의 희락주의 사상은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 안에서 가장 크게 만족할 때, 우리 안에서 가장 크게 영광을 받으신다(<Desiring God> p.10)로 정의된다.
그런 그의 설교 사역 가운데 가장 기념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로마서 강해다. 그는 1998에 이 강해 시리즈를 시작하여 2013년 목회 현장을 떠날 때에야 비로소 마칠 수 있었다.
무려 16년간, 파이퍼의 목회 사역 절반의 기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쏟아 부었을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들인 설교였다. 때문에 우리는 이 설교집을 통해 설교가로서의 존 파이퍼의 진면목을 잘 확인할 수 있다.
복음의 보편성과 유일성에 대한 변증
필자는 이 책을 탐독하면서 그의 희락주의 사상이 어떻게 설교 가운데 녹아져 들어가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고자 노력했다. 그는 먼저 이 로마서를 강해함에 있어서 1세기 당시의 다문화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사회 분위기와 오늘날 현대 미국 사회의 다원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연결시키면서 로마서 강해의 의의를 설명한다.
1세기 당시 바울이 여러 종교와 사상들이 난무하던 다원주의 사회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보편성과 유일성을 변증했다면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도 이 바울의 복음은 유효하며, 절박한 것임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오늘날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눈여겨볼 만한 중요한 대목입니다. 지금은 교회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던 1세기의 상황과 아주 유사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어느 한 부족의 종교가 아니며, 모든 족속, 모든 언어, 모든 민족, 모든 나라의 믿음과 충성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은 여러 신들 중에 하나가 아닙니다. 그분은 만군의 주시며 왕 중의 왕이십니다.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습니다. 로마서의 이 강력하고도 자비로운 메시지는 여러 구원의 길 중 하나가 아닙니다. 이것은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독생자시며 구원자이시기 때문입니다(p.27).
죄의 문제
파이퍼가 죄나 복음의 의미에 대해 정의하는 것을 보면 ‘희락주의’라는 것이 결코 성경을 지엽적으로 왜곡시킨 개념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죄에 대한 파이퍼의 설명은 간단명료하다.
우리가 하나님께 빚진 자(죄인)가 되는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를 주셔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분의 영광을 도둑질했기 때문입니다. 도둑질 역시 우리를 빚지게 만듭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우리가 향유할 보화로 보는 대신 우리가 원하는 다른 것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도둑질한 것이지요. 그것이 죄의 본질입니다(p.136).
죄는 하나님 안에서 기쁨을 찾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p.521).
죄에 대한 이같은 정의는 파이퍼가 그려내고자 하는 복음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복음은 곧 하나님의 영광의 회복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하나님이 복음이다>(IVP, 2006)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실, 파이퍼가 말하는 ‘희락주의’는 세속화된 쾌락주의의 아류나 변종이 아니라, 참된 기쁨과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희락주의를 뒤짚어서 얘기하면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하나님의 열심‘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에 관해 파이퍼는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책에서(p.52) 조나단 에드워즈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영광을 구하면서 자신의 피조물의 영광을 구하신다. 왜냐하면 하나님 자신의 영광의 발산은 하나님 자신의 영광을 나누어 준 피조물의 탁월함과 행복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충만함을 피조물에게 어떻게 나누어 주심에 있어서 하나님은 이것을 자신을 위해서 하신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구하시는 피조물의 유익은 하나님 자신과 아주 많이 연합되어 있고, 하나님 자신과 교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조물의 탁월함과 행복은 하나님의 영광의 발산과 표현일 뿐이다(천지 창조의 목적 114번).
따라서 파이퍼가 복음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는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복음의 핵심
복음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보고 그에게로 이끌려 주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이고 영광스러운 그리스도를 신뢰하면 누구나 구원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주신 것입니다(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