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유지재단에 대하여
< 박병식 목사, 송파제일교회 원로목사 >
합신 97회 총회는 지교회들이 합신 유지 재단에 재산을 출연하도록 적극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후로 지교회들이 유지 재단에 대하여 문의하는 일이 매우 많아졌다. 곧 유지 재단이 무엇인가, 교회 재산을 출연함이 왜 필요한가, 유지 재단이 총회 위에 군림하여 교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이에 2013년 10월 합신 유지 재단 이사회가 회집되었다. 이사회는 이런 문제의 제기들을 취합하여 이를 소상히 밝히고 지교회들이 유지 재단에 가입하기를 권하기로 하였다. 이사회는 필자에게 그 일부를 밝혀 주기를 요청하였다. 필자가 오랜 동안 합신 유지 재단 이사회 이사장직을 역임한 때문이다.
1. 유지 재단의 의미
어떤 특정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집단을 이루는 일들이 허다하게 많다. 그 집단을 이룬 사람들은 그들이 세운 목적을 극대화하고 합법화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갖춘다. 먼저는 정관이요, 다음은 조직이요, 마지막은 재정이다.
어떤 집단이 정관을 정한다. 다음은 조직을 한다. 그리고 재정을 갖춘다. 재정의 정도에 따라 건물을 구하고, 시설을 갖추고, 직원들을 채용한다. 이렇게 모습이 갖추어지면 그 집단은 공공성을 갖게 되고 특히 재정은 공동 소유가 된다. 재정은 정관에 따라 그 집단의 조직체가 관리를 한다. 누구라도 조직체의 결의 없이 사사로이 재정을 처리할 수 없다.
어느 특정인이 그 재산의 전액을 출연했다 해도 그 집단이 조직되면 그 재산은 공동소유가 된다. 그러므로 그 특정인이 재정의 일부를 공적 결의 없이 사사로이 임의로 사용하면 공금 착복이나 공금 횡령이 된다.
그 조직의 결의 없이 그가 재정의 일부를 사사로이 갖다 잠시 사용하고 다시 반환했어도 이는 공금 유용이 된다. 이는 범죄 행위로 간주된다. 이를 보다 법적으로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그 집단들은 유지 재단을 설립한다.
총회도 동일하다. 총회는 여러 지교회들로 이루어진 연합체다. 총회는 역시 헌법이 있고, 조직이 있고 재정이 있다. 총회에는 일반 재정을 수납하기 위한 동산을 갖고 있고 동시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총회는 총회 회관, 총회가 운영하는 학원 혹 병원, 각 부서의 고유 재산 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총회는 이를 잘 관리할 책임이 있다.
총회의 임원회는 총회가 맡겨준 임무 수행을 위해 일반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임원회가 총회의 회관, 학원, 병원 및 특수부서의 고유 재산 등을 관리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는 매년 임원들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오랫동안 관리하기 위하여 유지 재단을 반드시 설립하여야 한다.
유지 재단은 반드시 정부 주무 부처에 재단인가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지 재단은 총회 회관 및 시설, 학원 및 병원, 특수부서의 고유 재산과 유지 재단에 출연한 지교회들의 재산을 관리한다.
현재 합신 유지 재단의 총회 내의 소관은 기독교개혁신보사 및 총회(합신) 세계 선교회와 함께 총회 내의 각 기관 항에 속해 있다. 합신 유지 재단은 재단 운영을 위해 재단 이사회를 조직하였다. 이사들은 지교회의 재산을 합신 유지 재단에 출연한 교회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지 재단이 관리하는 재산은 이사회의 결의 없이 한 개인이나 한 교회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2. 유지 재단의 역사
세속 사회는 신용을 기초로 한다. 학교는 학교 운영을 위해 재단 이사회를 조직하고 정부에 이를 신청해야 한다. 정부는 재단 이사회의 재정 상황 및 조직을 세밀히 조사하고 이를 허가한다. 이 허가를 받으면 학교로서 허가를 받고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이는 그 학교가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이다.
이를 기초로 학생들은 그 학교를 신뢰하고 그 학교의 학생이 된다. 이런 절차가 무시되면 그 학교는 결코 정식 학교가 될 수 없고, 학생을 모집할 수도 없다. 오늘의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신뢰를 기초로 그 구조를 이루고 있다.
교단이나 지교회도 동일하다. 교단이나 지교회가 재단을 조직하고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교단이나 지교회가 한 교단이나 한 지교회로서의 신뢰를 사회로부터 얻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한 교단이 갖는 토지나 혹 건물을 토지 대장이나 건물 대장에 등기할 때 주무관서는 한 교단이나 한 교회의 청원을 그대로 받아 등기해주는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는 교단이라는 집단과 한 지교회라는 집단을 그대로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할 경우 오는 혼란을 생각하면 이는 주무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교단이나 교회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무부서는 그 교단이나 혹 그 지교회에게 부동산 등기 청원과 함께 재단 증명을 함께 제출하기를 요구한다. 재단 증명이 없이는 교단으로나 교회로 신뢰하거나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등기 청원을 받아 주지 않는다. 재단 증명이 없이 등기가 되었다면 교회라 해도 교회에 주는 세금 혜택 등을 전혀 받을 수 없다.
1980년대 합신 교단이 막 출범했을 때다. 그 때 합신 교단이 유지 재단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교단으로 출범했고, 교단 내에 지교회들이 가입되어 있었다. 토지를 매입하는 지교회들이 있었다. 토지를 매도하는 지교회들도 있었다. 예배당을 건축하는 지교회들도 있었다. 교회 건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교회들도 있었다. 이런 중요한 일들은 주무 관서로부터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때 주무관서는 청원서와 함께 재단 증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합신 교단에는 유지 재단이 없었다. 어느 지교회가 토지 매입을 하고 등기 청원서를 주무 관서에 제출하기 위해 합신 총회 회관에 와서 재단 증명서를 요구한다. 그 때마다 합신 총회 회관에 근무하는 직원은 합동 측 총회 회관으로 갔었다. 그리고 재단 증명서를 발행해 주기를 합동측 총회 회관 담당 직원에게 읍소하였다.
담당 직원은 본인이 임의로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절차에 따라 상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합신 교단의 직원이 이를 얻기 위해 받는 수모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을 다 말할 수 없다. 매 건마다 거액의 수수료를 반드시 지불하여야 했다. 합신 교단이 합동측 유지 재단 증명으로 일을 처리하는 일이 바르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총회 회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받았던 수고와 수모를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한국 기독교 총 연합회가 설립되었다. 한 기총이 설립된 이후에는 한 기총에 가서 재단 증명서를 발급받아 지교회가 중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일도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였다. 합신 교단 내 지교회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재단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합신 총회는 유지 재단 설립 허가 신청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유지 재단 허락을 받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고 까다로웠다. 다행히 합신 교단에 속한 모 교회의 한 교인이 재단 허가를 내주는 문화관광부의 장관이었다. 그의 많은 노력과 협력으로 주무 부서로부터 합신 유지 재단 허락을 받았다.
수 백 건의 신청서 중 단 몇 건만 허락됐는데 그 중에 본 합신의 유지 재단 설립 청원이 허락을 받았다. 당시 많은 이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뻐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가 곧 야기 되었다. 유지 재단 허락에 따른 세금이 3억이 넘었다. 당시 3억은 거액이었다. 각고의 노력과 힘을 모았지만 3억을 만들 수 없었다. 결국 유지 재단 설립을 포기하였다. 다시 재단 증명서를 계속 한기총 회관에 가서 받아 와야만 했다.
합신 유지 재단에 획기 할 만한 일이 2001년에 일어났다. 장신과 합신의 합동이었다. 당시 장신은 유지 재단을 갖고 있었다. 양 교단의 합의에 따라 장신 유지 재단은 합신 유지 재단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유지 재단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그 소중함을 우리 모두가 깊이 마음에 담아야 한다.
3. 유지 재단에 출연
합신 총회 유지 재단 정관 제1장 제4조 4항은 유지 재단은 “본 법인 및 각 소속 지교회 재산의 보호 관리”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교회 재산의 보호 관리라는 말이 여러 가지 뉴앙스를 풍길 수도 있다. 그러나 총회 유지 재단이 한 지교회의 재산을 그 교회의 의사나 요구와 상관없이 관리한 경우는 전혀 없다. 또 이러한 일이 있을 수도 없다. 오직 보호 관리만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교회 재산이라고 말할 때, 그 재산이란 주로 토지나 주택과 같은 부동산이다. 경상비가 아닌 거액의 재정도 교회가 원하면 유지 재단이 보호하고 관리해 줄 수 있다.
지교회의 재산이 보다 안전하게 보호되고 관리되기 위해서는 유지 재단에 출연해야 한다. 지교회는 그 이상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는 총회가 보다 더 견고히 세워지기 위해서이다. 교회의 통일성(catholicity)은 여러 교회들의 하나 됨이다. 유지 재단에 출연된 재산을 총유라고 말한다. 이는 한 지교회의 재산이 여러 교회들의 공동 소유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어 지교회들이 갖는 개 교회주의를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교회의 재산이 그 교회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교회로 옮겨지거나 혹은 유지 재단 이사회가 이를 임의로 사용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만일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유지 재단은 세속 법정의 형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규모가 큰 교단의 총회 유지 재단은 총회 고유 재산 관리만을 한다. 그리고 총회 내의 각 지 노회들이 독립된 유지 재단을 다 갖고 있다. 지교회들은 소속된 노회의 유지 재단에 재산을 출연하여 노회 유지 재단의 보호를 받고 있다. 대형 교회들은 그 교회들의 독립된 유지 재단을 설립하여 교회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본 합신 헌법 정치 제17장 총회 제6조 14항은 “총회는 유지 재단을 설립하여 별도의 규약에 따라 일하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교단의 지교회들이 교단 유지 재단에 어느 정도 출연하느냐에 따라 그 교단을 평가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지교회들이 재산을 교단 유지 재단에 출연한 교단들이 있기도 하다. 이런 교단에 대한 정부, 사회 그리고 교계로부터 받는 신뢰가 매우 높다. 이는 지교회들이 지 교단을 깊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교단들은 지교회가 재산을 유지 재단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이런 교단들은 모든 면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교회들이 교단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
소위 군소 교단들이 있다. 이 말이 작은 수의 교회들이 한 교단을 이룬 것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천을 헤아리는 교회들이 교단 안에 있어도 군소 교단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교단의 유지 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지교회들이 거의 없는 경우이다. 교단 내의 교회들이 교단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재산을 출연하지 않는다.
본 합신 교단에 출연한 지교회들은 2013년 10월 현재 16개 교회에 불과하다. 본 교단에 속한 지교회들이 896개 교회이다. 겨우 2%만이 지교회의 재산을 유지 재단에 출연하였다. 이로 보면 본 교단의 취약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교회의 재산을 유지 재단에 출연하려면 교회가 강하게 이의 필요를 인식해야 한다. 먼저 공동의회가 회집되어 재산 출연을 결의해야 한다. 출연 허락 청원서를 노회를 경유하여 재단 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을 위한 제반 서류를 법무사에게 의뢰하여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권리증, 등기부등본, 토지 대장, 건출물 대장, 증여 계약서, 대표자 인감 증명, 주민등록 등본, 당회원들의 인감증명 및 주민등록 등본, 등기 위임장이다. 그리고 관할 세무서장의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이 모든 서류를 법무사에게 의뢰하면 문제없이 준비할 수 있다.
4. 유지 재단의 유익
지교회의 재산이 유지 재단에 출연이 되면 유지 재단이 주체가 되어 공신력을 갖고 모든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다. 교회가 재산상 세상 법정의 처분을 받는 어려움이 생길 때 유지 재단은 이를 강력히 대처한다. 한 지교회보다 유지 재단이 대처할 때 이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지교회가 작은 규모일 때, 이단들이 교회를 탈취하기 위해 대거 등록하여 합법적으로 교회의 재산을 탈취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럴 때, 유지 재단에 출연되어 있으면 개 교회가 아닌 유지 재단을 상대하여 이런 일을 결코 할 수가 없다.
여러 이유로 교회의 재산이 개인 명의로 등기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유지 재단에 출연하는 절차를 거치면 소유권 이전으로 인한 과다한 세금 부과 및 여러 어려운 절차들을 해결할 수 있다.
소유권으로 인해 교회가 겪는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를 교회의 유익이 되도록 해결할 수 있다. 재산을 유지 재단에 출연한 교회는 유지 재단의 명의로 교회당을 이전할 수 있다. 교회 재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일이 유지 재단 명의로 가능하다.
한 지교회의 당회장이 중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일이 있었다. 그 교회의 장로들만의 결의로 교단을 옮겨 갔다. 만일 그 교회가 유지 재단에 출연했었다면 장로들이 결코 다른 교단으로 교회를 옮겨갈 수가 없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에 지교회의 담임 목사가 교회를 다른 교단으로 옮겨가는 일들이 허다하게 이루어진다. 만일 그 지교회가 유지 재단에 출연한 교회라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본 합신 교단의 한 지교회에 다른 교단의 목사가 담임 목사로 부임한 일이 있었다. 대지와 예배당이 있고 성도들이 꽤 모이는 오래된 중견 교회였다. 그러나 그 교회는 합신 유지 재단에 가입되어 있었다. 결국 그 목사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교회를 떠났다. 지교회가 재산을 유지 재단에 출연하면 그 교회는 교회 본연의 사역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유로 유지 재단에 출연한 교회가 다시 재산을 지교회로 환원해야 할 필요가 발생하면 유지재단은 교회의 질서와 관련법규에 따라 최대한 협조한다. 출연한 교회의 재산에 유지재단은 부당하게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이를 십분이해하고 모든 지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재산을 출연하여 개교회들의 재산을 보호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지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재산을 출연하여 더욱 신뢰받은 수 있는 합신교단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