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실천과 명예에 대한 존중
< 우종휴 목사 · 황상교회 >
“교회를 위한다는 핑계로 형제의 명예 훼손하지 말아야”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어느 교회의 송사 건을 취급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맡아 처리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우리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법으로 따진다면 죄가 안 될 것이 없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가장 흔하게 짓는 죄 중에 하나는 아홉 번째 계명을 어기는 것이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9계명, 즉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지니라’는 우리가 다 잘 아는 대로 우리의 이웃에게 진실해야 할 것과 이웃의 명예를 보호해주고 더 좋게 해주라는 계명입니다. 우리 주님의 말씀대로 십계명은 사랑의 계명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존귀합니다. 최고로 명예로운 존재입니다.
가끔은 자신의 명예가 크게 모욕당한 사람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몹시 안타깝지만 그런 행동은 ‘존귀한 사람에게 명예란 목숨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일깨워 줍니다.
칼빈은 이 계명에 대하여 간략하게 해설하면서, 명예란 그 어떤 보물보다도 귀중하여 명예를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손으로 도적질하는 것보다 거짓증거로 이웃에게 더 큰 손해를 끼친다고 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명예를 존중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 또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말을 옮길 때 우리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끔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잘못된 말에서 비롯합니다.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혹은 잘 못 전달함으로 일어납니다. 잘 못 알아듣거나 잘 못 전달된 말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서 화평이 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존중하지 못하는 원인이야 말할 것도 없이 이웃이나 형제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거나 없어서 일 것입니다. 형제나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거나 없어서 일 것입니다. 더욱 우리가 주 안에서 한 몸이라고 고백하는 믿음 안에서 형제의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을 사랑함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요리문답 제143, 144, 145번은 제9계명과 관계된 문답들입니다. 그중 144번에서는 “제 구 계명에서 요구된 의무는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답하기를 “제 구 계명에서 요구된 의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실과 우리 이웃의 명성을 우리 자신의 것과 같이 보존하고 조장하며, 진실을 위하여 나서서 이를 옹호하며, 재판과 판결의 일들에 있어서 무슨 일에서든지 진심으로 성실하게 자유롭고 명백하고 충분하게 진실만을 말하며, 우리의 이웃을 사랑으로 평가하며, 그들의 명성을 사랑하며 소원하고 기뻐하며, 그들의 연약을 슬퍼하고 덮어주며, 그들의 은사와 은혜를 기꺼이 인정하고, 그들의 결백을 변호하며, 그들에 관한 좋은 소문을 쾌히 받아들이고, 나쁜 소문을 시인하기를 즐겨하지 않으며, 고자질하는 자와 아첨하는 자와 중상하는 자들의 기를 꺾고, 우리들 자신의 명성을 사랑하고 보호하여 필요한 때에는 이를 옹호하며, 합법적 약속을 지키며, 무엇이든지 참되고 정직하고 사랑스럽고 좋은 소문을 연구하여 실천하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합니다.
사실 제144, 145번을 읽으면 우리가 이웃이나 형제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빈약한가를 새삼 깨닫습니다. 사람으로서는 이 계명을 지킬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락한 인간의 본성은 오히려 그 반대로 하는 것이 익숙하고 쉽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교회를 위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이웃의 명예를 훼손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죄의 본성이기도합니다.
다른 계명과 같이 제9계명을 지키는 길도 주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우리의 이웃이나 형제에게 최소한의 사랑이라도 베풀어 그들에게 악을 행치만 않아도, 명예를 훼손하지만 않아도 다툼이나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에서나 노회에서나 총회에서나 교회 연합기관에서나 우리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모여 의논할 때, 혹은 사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할 때에 제9계명을 지키려고 애를 쓰기만 해도 그 모임은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가 주 안에서 한 몸이라면 형제의 명예는 곧 나의 명예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셔서 우리가 서로의 명예를 존중함으로써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이름을 더 빛나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