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는 남자 황대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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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는 남자

황대연 목사_한가족교회 

교회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바꾸어 보고 싶은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
가 ‘주일 설거지는 남자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뿌리깊은 유교 문화의 영
향으로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성 위주의 생활상들이 가정에서 뿐 아니
라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봅니다.

주일 아침의 경우, 여성들은 같은 시간에 교회를 오면서도 아침식사 준비하
고, 아이들 깨워 씻기고, 옷 챙겨 입히고, (여자아이의 경우) 머리까지 곱
게 따서 교회를 와야 합니다. 게다가 각 순(구역)이 몇 주마다 돌아가며 담
당하는 교회 식사 당번이라도 끼인 주일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남자들은 마치 누구 위해 교회 나와주는 듯이 자기 몸 하나 이불에
서 빠져 나와 세수하고, 챙겨주는 옷 입고, 차려주는 밥 먹고 나오면 그뿐이
지요. 게다가 신변정리로 조금이라도 아내가 늦는 기색이면 함께 돕기보다
는 먼저 나가 자동차에 올라 빨리 나오라고 크락숀을 빵
빵거리기 일쑤입니
다. 

결국 영적인 쉼과 재충전이 되어야 하는 안식의 날이요 주일날이, 어떤 사람
들, 주로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또 하나의 가사노동의 연장이 되는 ‘안 
쉴 날’이요, ‘죽일 날’이 되는 셈입니다. 

“좀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없을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일 설
거지만큼은 남자가!’였습니다. 
“목사님, 저는 집에서도 설거지 안 합니다.” 

“교회에서는 섬기는 훈련을 위해서라도 하셔야 합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의 
발을 씻기지 않으셨습니까? 한가족교회는 남자들이 설거지하는 교회입니
다.” 

처음에는 이런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사인 제가 먼저 하니
까 어쩔 도리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
습니다. 나름대로 설거지의 비법과 노하우들이 전수되기도 합니다. 설거지하
는 남편들의 뒤에서 아내들은 수다(?)도 떨고 수고하는 남편들을 위해 커피
를 타고, 짧은 시간이나마 여유를 갖는 주일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주일이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교회를 방문자처럼 출석하던 
한 부부가 마침내 교회 등록카드를 
내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
사 후 커피 한잔을 마시는 중에 설거지를 위해 일어나는 당번들을 보면서 
“저희 교회는 남자들이 설거지하는 교회입니다”라고 했더니 그는 웃으면
서, 그러나 약간은 곤란한 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 저는 날마다 집에서 설거지하는데, 교회에서까지 설거지를 해야 
한단 말입니까?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