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냥 내버려둘 걸 …” 김연경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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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내버려둘 걸 …”

김연경 집사_광명교회 

지난 봄, 잔인한 4월이라지만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
던 그 봄에 우연히 상추박스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하였습니다.
일하는 곳에 아이들이 자주 드나들고 저 또한 잊어버리고 있던 추억을 되살
리는 듯하여 스므울 스므울~~~ 기어가는 달팽이의 모습에 눈길이 쏠렸습니
다. 요즘 같이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도 이렇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을 발견하고서는 저도 모르게 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
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달팽이를 보는 순간 마음이 푹 놓여졌습니다. 이름도 
‘달퐁이’라고 지어주고 상춧잎 한 장 얻어다가 쨈병에 작은 숨구멍 뚫고 
넣어주니 잘 돌아다녔습니다. 스므울 스므울~~~^^

그러다가 상춧잎 얻어다 먹일 생각말고 직접 상추를 심자하고 가까운 화원에
서 상추모를 200원씩 4모를 사고 스티로폼 박스를 잘라서 흙을 퍼다가 나르
고 하여 작은 밭 만들어 심고, 남은 공간이 아쉬워 
고추모를 200원씩 주고 
사서 심고, 옆에 빈자리에는 봉숭아꽃도 같이 심었습니다. 

달팽이 한 마리로 인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기뻐 상춧잎 자라는 대로 뜯어
다 먹이는데, 작지만 먹성이 좋아서 실밥처럼 까만 똥도 놔두고 ‘달퐁이’
는 나름대로 활개(?)를 치며 병 속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한번은 병뚜껑
에 죽은 듯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수돗가에 들고 가 수돗물 틀
어 샤워를 내려주었더니 양쪽 더듬이를 뻣뻣하게 내밀며 살아있는 시늉을 합
니다.

이렇게 ‘달퐁이’를 보면서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경험하기에 점점 더 관심
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미끈거리는 이물질을 닦아줄 
겸 시들어있는 상춧잎을 버리고 새 잎으로 갈아주면서 ‘달퐁이’를 손바닥
에 올려놓고 장난도 치고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그러면서 더 재미를 붙였
던 것 같습니다.

‘달퐁이’의 행동반경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스므울 스므울~~~ 
기어다니는 모습에서 가히 탄성이 나올만치 대단함을 느낀 건 녀석이 나름대
로 참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아는 상식 내에서 
‘달퐁이’를 키우며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
을 뒤지다가 달팽이가 흙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남들이 소개해 준 상식
을 토대로 나름대로 먹이도 만들고, 집도 쨈병보다 훨씬 큰 1.5리터 페트병
으로 옮겨주고 호사스럽게(?) 꾸며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참에 한번 열심
히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나서 달팽이는 자웅동체라는 것도 새롭게 배우
고, 이미 오래 전부터 달팽이 농장을 하는 전문가들의 홈페이지를 자주 넘나
들면서 자꾸 다른 것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아무 일 없이 녀석이 잘 기어다니면서 먹이도 잘 먹고 그야말로 최상
의 환경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겠지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 예쁘게 
단장한 투명한 집을 들여다보았는데, 
“세상에… 맙소사… 이럴 수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달퐁이’의 몸체를 감싸
고 있던 달팽이집이 반 이상이나 깨져서 건덩건덩 매달려 있고, 이미 상처
가 깊은 달팽이는 옴짝달싹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죽은 듯 엎드려 있었습니
다.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배워들은 것을 시험하느라 이리저리 집을 옮기고, 달
팽이에게 좋다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나도 모르게 
‘달퐁이’에게 충격이 가해졌던 모양입니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그냥 냅둘껄…”

교회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달퐁이’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아름
다운 세상에 사는 우리들과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랑하자”라는 말을 들려주었
습니다. 도시 아이들은 달팽이도 희귀한 것이라 서로 보겠다고 아우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자랑스러운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름대로 잘 키우면 달퐁이가 새끼를 낳고 한 가족을 이룰 거라는 기대를 하
면서 상춧잎을 뜯어다가 먹이고, 급기야 미숫가루로 먹이를 만들어 주면 잘 
먹는다는 정보를 읽고 정성들여 만들어서 병에 담아두기까지 했는데 결국 허
사가 된 것이었습니다.

혹시 다시 살아날까? 기다렸지만 결국 예전처럼 신선한 냄새가 아닌 상한 냄
새를 풍기는 게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쉬워서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봤지만 회생의 조짐을 영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그냥 냅둘껄…”
아무리 좋은 집, 좋은 환경, 좋은 먹이를 준다 해도 이미 죽어서 축 늘어져
버린 ‘달퐁이’를 상추 포기 옆에 
묻고는 심히 안타까운 마음이 영 가시지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 나름대로 잘 한다고 한 것
이 결코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 주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냥 냅둘껄…, 하던 대로 그냥 냅둘껄…”

시시때때로 나름대로 하루를 살면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서두르고, 또 
오늘 일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서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고, 나 하나도 
온전치 못하면서 다른 누구를 입에 올리고 내리고, 하나마나 한 얘기로 자
꾸 멀어지는 사이를 느끼면서…

결국은 내 자신이 문제라는 걸 발견하고, 또 저 자신에게도 그냥 놔두면 나
아지기에 더 시간을 벌며 기다리는 것을 겪으며, 안타까움에 탄식이 나오는 
것을 느끼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무슨 문제든지 문제도 내가 알고 답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
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 하고 다른 것을 의지하려는 
마음을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더 시간
을 두고 지내다 보면 해결점이 나오는 것을 깨닫고 늘 기다려 주시는 주님
의 그 사랑을 의지하며 새롭게 더욱 나은 모습
으로 살 것이라는 결단을 해야
했던 고단한 6월이었습니다.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만 흘러내려도 언제나 도와주시는 주님을 의지하
며 함께 만드는 하나의 사랑을 향해 열심히 살아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7월
을 맞고자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