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옮길지언정 황대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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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옮길지언정

황대연 목사_한가족교회

그 누가 전도를 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찾아와 등록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
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초신자라기보다는 기존신자인데 새로 이사 온 분이
거나, 아니면 다니던 교회에서 이런저런 상처들을 받아 이 교회, 저 교회 하
는 식으로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온 분들입니다. 

새로 이사를 와서 가까운 교회를 찾아 몇 번 예배를 참석해 보고 마음을 정
해 등록을 하는 경우는 별문제입니다만, 문제는 이전 교회에서 상처를 안고 
교회를 옮겨오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
고 성도들끼리의 교제도 경계하면서 그저 뒷자리에 앉았다가 예배만 드리고 
축도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서둘러 빠져나가곤 합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열려 등록을 하였기에 목회심방을 하면, 저는 담임목사로
서 그동안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를 질문하는데, 이 분들은 자신들의 신
앙생활 이력뿐 아니라 이전 교회에 대한 불평이나 부정적인 말들을 하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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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저는 상당히 부담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목회 경험상, 하는 말이니까 그냥 듣기만 할 뿐 맞장구를 쳐주지 않습니다. 
같은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입장에서 성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 도의적인 책임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상처라는 
것이 대개 상대적일 경우가 많아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 본인
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즉, 이 사람 역시 교회를 
옮겨오는 와중에 목회자에게 상처를 주고 왔을 수 있고, 그쪽 교회의 교우
들 간에 아픔을 남겨 놓고 떠나왔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교회들이 오늘날처럼 한 집 건너, 두 집 건너 식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때
에 같은 지역에서 교회들을 옮겨온 교인들은 목회자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
을 일으키기에 썩 반갑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근래에 저희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근처의 대형교회인 S교회
로 많이 갔습니다. 그 교회는 어린이 전담 전도사님도 여럿이 있고, 매주일
마다 과자파티에 각종 선물공세 등 도저히 개척교회인 우리 교회가 같은 방
식으로 상대하
기에는 좀 무리였습니다. 또 그런 방식에 회의가 생기기도 하
고… 아이들이니까 이리저리 마음이 홀려(?) 이동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면서
도 한편으로는 ‘한가족교회 아이인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서운한 마음
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교회를 다니던 아이들이 친구 따라 저희 교회
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입장이 반전되는 것이지요… 그 교회 목
사도 저처럼 마음이 서운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목회 현장의 서글픔이
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교회를 옮겨도 그저 그 교회가 재미가 있다, 없다 정도일 뿐 크게 
헐뜯는 불평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옮겨온 장년 교인들일 경우에는 그 말
을 들어주는 것도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이전 교회의 교인들로부터 시작해
서 담임목사의 설교, 담임목사의 행동, 심지어 사모에 대한 불평까지… 저
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가 우리 교회에 등록을 한다고 하지만 머지않아 또 
떠날 수도 있는 사람이며, 또 다른 교회로 옮겨가서 우리교회나 저, 그리고 
제 아내에 관하여도 악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털
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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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도시화와 직장문제 등으로 이사가 잦아 옛날처럼 한 교회를 평생 섬
기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형교회들의 등장과 함께 위성 TV나 케이블방송, 인
터넷 등을 통해 소위 설교를 잘하고 은혜가 넘치는 목사들도 생중계가 되
고, 자동차가 보편화되었기에 교회를 옮겨 다니는 일들이 흔한 시대가 되었
습니다. 삶의 환경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사람들의 인격은 여전히 죄성을 가
진 허물투성이임을 발견합니다. 

교회를 옮길지언정, 이전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삼가는 것
이 좋을 듯 합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말이란 돌고 
도는 것이며 가까운 지역에서 옮겼을 경우 그 말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다 전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설령 전달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님 앞에
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신앙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희 교회 근처의 지역 교회에서 우리 교회로 옮겨온 ‘수평이동 교
인’들은, 그리고 그들이 교회의 직분자들이라면 더더욱 그 옮겨온 이유들
을 확인하며, 더 나아가 이전 교회의 담임목사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도 아니고 개척교
회 형편에 찬밥, 더운밥을 
가리는 그야말로 배가 불러서도 아닙니다. 그것이 목회윤리이며 건강한 교회
로 가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옮기지 않고 평생을 자녀
들과 더불어 한 교회를 섬길 수 있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