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세요 황대연 목사

0
9

울지 마세요

황대연 목사/ 한가족교회

저희교회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지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라
고 해야 18평, 22평 짜리 소위 “국민주택”이라는 이름의 평수 작은 서민아파
트에, 세대수도 490세대 밖에 되지 않아 한국교회 교세라고 하는 20%만 계산
해도 100여 가구, 저마다 다니는 교회들이 있으니까 얼른 계산을 해도 우리
교회에 나올 가정은 얼마 되지 않을 터였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전도를 해 
보니 교패붙은 집이 10%정도 밖에 안되더군요… 저는 이것이 교세 집계의 
거품과 과장됨이며, 한국교회의 심각한 허세요,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희는 이미 아파트 입주된 지 3년이나 지났고, 분양이 몇 년째 안되
고 안되던 상가 지하에 뒤늦게 자리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여러모
로 부담스러운(?) 개척교회요, “상가 지하실 교회”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작아서 단지내 상가도 작습니다. 1층에는 작은 슈퍼, 세탁
소, 부동산중개소, 2층에는 피아노학원, 미용실 그리고 지하에는 한가족 

회 등 모두 여섯 개의 점포가 들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일 나중에 들어온 
교회가 얼마나 시끄러울지, 장사 방해는 안될지 경계를 하더니 지금은 교회
가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이 갈수록 손해보는 일은 교
회가 “다 하니까” 말입니다. 
처음 교회가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서 슈퍼를 운영하는 J씨를 사귀었는데, 
사람이 서글서글하고 친절한데다 성실한 것이 장사를 무척 잘했습니다. 서
른 네 살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람에게 전도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기도
하는 중에 어느 한가한 시간을 택하여 진지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아이고 목사님, 저는 먹고살기 바빠서 예수 믿을 시간이 없어요. 제 아내
나 교회 좀 다니라고 하세요…” 
그는 씩 웃으며 어느새 상점 물건을 진열하느라 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
니다. 이 모습을 보고 어렸을 때 주일학교를 다니기도 했다는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며, 웃고 있습니다. 
“은정이 아빠, 사람이 사는 것이 먹고사는 데만 있는 것 아니에요. 삼시 세
끼 먹기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마찬가집니다. 다만, 조금 목구멍에 부드
럽게 넘어가냐 
하는 차이뿐이지, 똥되기는 마찬가지고, 죽는 건 다 마찬가지
요! 그러지 말고 주일이면 한 시간 좀 내려오소. 내, 장사 잘되라고 기도해 
주께…” 
저는 친근한 마음에 볼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전도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장사하는 분들은 참 쉽지 않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하루종일 가
게문이 닫혀있더니 초상났음을 알리는 쪽지가 붙어있었습니다. 
“응? 집안에 누가 돌아가셨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교회를 들어서는 데, 상가 1층 부동산 아주머니가 반색
을 합니다. 
“목사님, 소식 들었어요?” 
“예? ” 
“아이고, 간밤에 은정이 아빠가 그만…” 
“예에? 어쩌다가요?” 
“자다가 급사했데요 글쎄… 과로사라네요…” 
저는 아내와 함께 영안실을 향합니다. 소복차림의 서른 두 살짜리 그의 아내
가 저를 보고 황망히 일어납니다. 참으로 아쉽고 인생이 불쌍해서 눈물이 납
니다. 
장례를 마치고 얼마간 지났을까 은정이 엄마는 이른 아침 네 살, 다섯 살짜
리 딸아이들을 깨워 머리 따고 옷을 곱게 입혀서 교회를 보냈습니다. 아이들
은 그전부터 교회를 좋아했고, 또 저
를 무척 잘 따랐습니다. 이젠 아빠가 없
는 아이들, 가끔씩 아이들에게 천국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천국을 좋아했습니다. 
지난 성탄전야, 이제 일곱 살이 된 은정이는 발레를 했습니다. 언뜻 보니 외
삼촌도, 은정이 엄마도, 은정이 할머니도 다 계셨습니다. 은정이 엄마는 딸
아이의 발레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정을 알기에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교회를 좋아하고, 복음을 들으며 자
라니까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은정이 엄마는 이제 혼자 남아 친정어머니와 함께 슈퍼를 꾸려나가느라 더 
바빠졌습니다. 교회는 늘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잘 챙겨서 보내줍
니다. 저는 심방을 갈 때면 일부러 좀 비싸기는 하지만 은정이 엄마의 슈퍼
에서 물건을 삽니다. 그리고 이젠 남편을 잃은 슬픔이야 마음 한쪽에 담아두
고 아이들과 함께 치열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은정이 엄마에게 마음을 담아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교회 오세요…” 
“예…가야지요…” 
하지만, 슬픔이 많아서일까 은정이 엄마는 아직 교회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
다. 금년에는 이 
영혼과 이 가정에 주님의 복음이, 그리고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는 주님의 위로와 평강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은정이 엄마, 이젠 울지 마세요… 주님이 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