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기  박종훈 목사

0
7

고구마 캐기 

박종훈 목사/ 궁산교회

작년에 이어 올 해도 노랑 호박 고구마를 캐서 나누는 즐거움을 누렸다. 
면적은 전보다 더 늘렸지만 심어놓고 관리가 부족하여 군데군데 빈 땅이 되었
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먹는 작물이라서 때가 되니 이처럼 알찬 수확으로 보답하고 
있었다. 
땅위에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작물은 푸른색에서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
며 거둘 시기를 알려 주지만, 흙속에서 커가는 고구마는 막상 캐서 확인해야 
소출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다. 

가을 서리가 내리면 고구마줄기는 마치 불에 그슬린 듯 힘없이 쳐진다. 이 때
에 수확의 적기이다. 열심히 태양의 양분을 받아 모태의 태아가 자라듯 키웠
던 잎과 줄기의 사명은 이로써 끝나고 땅속에 고구마를 해산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먼저 두둑에 옷을 벗기듯 줄기를 걷어내면 처음 심었던 모습으로 기다란 고랑
들이 농부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처음과 다른 것은 줄기가 묻혀있는 곳에는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구불구불하게 갈라져 있다. 
그 곳에 고구마가 숨어 있
음을 확인시켜준다. 
고구마를 캐는 방법은 그 량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다. 많은 양은 소가 끄는 
쟁기로 캐기도 하고 그 보다 덜한 것은 쇠스랑으로 캐지만, 이 두 경우는 다 
자란 고구마를 많이 상할 수가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비록 능률은 더디지
만 호미로 조심조심 흙을 들추며 캐는 것이 상처 없이 거둘 수 있다. 

다른 작물은 지상에서 이미 잘 여문 알곡을 확인하지만 흙속에 고이 숨어있
는 고구마는 캐는 이로 하여금 기대와 흥분된 마음으로 하기에 훨씬 재미가 
있다. 
어린 소년의 발목과 같은 크기와 불그스런 뺨을 닮은 고구마는 마치 세상에 
태어난 아이 같은 느낌을 준다. 
흙속에 습기를 머금은 그 모습은 더없이 싱싱한 곱디고운 생명의 숨길을 전해
준다. 

한 줄기에 어떤 것은 세 개, 또 어떤 것은 다섯 개가 붙어 있었다. 어쩌다 
큰 고구마가 나오면 와! 하며 탄성을 지르지만 금새 실망한다. 한개만 달린 
것은 혼자 영양분을 다 빨아들인 욕심장이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고구마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품가치에서 열외 되
는 것이다. 사람들이 손에 가는 
것은 크지도 않고 한입에 먹기 좋은 작은 고
구마를 원한다. 
작은 이유는 한 줄기에 여럿이 달려서 양분을 나눠먹는 바람에 작게 만들어
진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면접시험을 치루며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인성(人性)을 본
다. 
핵가족시대에 독자로 자라난 사람보다는 여럿이서 살아온 사람들이 우선 기
본 점수를 더 얻는다.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형제가 많으면 그 환경이 사람
을 만들어간다.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양보와 타협, 협력도 하며 무엇보다도 진한 가족애를 
갖추게 된다. 

삼남매를 키우며 살펴보면 처음에는 하나같이 자기위주로 나아간다. 
그러다 서로를 인정하며 공평도 배우고 각 자의 책임과 의무도 자연스럽게 적
응해 간다. 
한 때는 하나만 낳자고 예비군 훈련 가면 의례 홍보하며 수술을 강조하던 정
책이 얼마 못가서 이제는 그 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갓 곡식의 하나인 고구마도 한 줄기에 여럿이 달린 열매를 사람들이 좋아 
하는데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눈앞의 현실
만 생각한 그 결과의 심각성을 자연은 소리 없이 말해준다. 

이번에 고구마
를 수확할 때 도시에 사는 몇 몇 교회 사모님들을 초청했다. 흙
사랑 체험도 하고 싱싱한 고구마도 나눠줄 겸해서이다. 처음으로 고구마를 캐
봤다는 어느 사모님은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 내년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
애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한다. 
고구마 밭은 보기보다는 바탕이 있어선지 기대한 만큼 많이 나왔다. 
즉석에서 고구마전용 박스에 담아 운반과 나눠주기 좋도록 작업했다. 
그 동안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에게와 선물로 드리고자 하는 곳에 주다보니 
점 점 줄데 가 늘어난다. 열심히 다니며 나누다보니 정작 우리 집에서는 한 
박스도 남아있지 않았다. 
겨우 상품가치 없는 부스러기로 만족해야 했지만 미자립 시골교회에서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웰빙시대에 고구마는 모두들 기뻐하고 고마워했
다. 아직도 더 줘야 할 곳이 있지만 이제는 마음뿐이다. 내년에는 더 많이 심
어 나눠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네년 이맘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