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헛수고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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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헛수고 

박종훈 목사/ 궁산교회 

집 앞의 텃밭에 여러 종류의 가축들이 서로 어울리며 살고 있다. 모습이 다르
고 소리도 다르지만 같은 먹이를 먹으며 자라기에 다양함 속에 일치를 이루
며 오늘도 오고가는 사람들 눈을 즐겁게 해준다. 

두 해 전에 거위 한 쌍을 키우기 시작했다. 거위는 한 우리에서 생활하는 조
류 중에 가장 덩치도 크며, 나팔소리 같은 큰소리에 잠을 자다가도 깨는 때
가 있었다. 

금실이 어찌나 좋은지 좁은 울타리에서도 잠시만 떨어져 있으면 소리지르며 
서로를 확인한다. 

거위가 낳은 알은 일반 계란의 두 배나 커서 한끼 반찬으로 먹기에 부족하지 
않다. 

울타리 안에 같이 사는 기러기는 다른 가축보다 부화능력이 탁월하여 몇 번
의 자연부화를 기록했었다. 거위도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올 봄에는 고정된 
장소에 알을 낳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힘센 수기러기 때문에 자신이 낳은 알
을 암기러기가 차지하고서 부화시킨 일이 있었다. 올해는 거위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모든 어미가축들이 그러하듯이 거위도 온갖 정성을 다해 알을 품기 시작했
다. 

평소 모이를 주려 닭장에 들어가면 벌써 이들은 경계를 하며 도망칠 궁리만 
한다. 가끔씩 닭을 잡으러 몰고 다니면 덩달아 놀래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해
야 했던 경험에 거위들은 발을 발발 떨면서 불안하여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러한 거위가 알을 품고 있는 근방에 가면 고개만 쭉 늘어뜨리고 나의 눈치
를 살핀다. 나 역시도 놀래서 도망갈까봐 모른 척 지나가며 옆눈질로 훔쳐보
곤 한다. 수거위도 이 기간만큼은 떨어져 있어도 소리지르지 않고 잘 참고 견
디며 기다리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거위는 물과 모이를 먹는 시간 외에는 변함 없이 알을 날개 아래 품으며 정성
을 다해 체온으로 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그 도중에도 아침에 나가보면 몇 일 간격으로 내가 잘 보이는 곳에다 알을 낳
았다. 지금 품고있는 알 외에는 이제 더 이상 부화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다. 

나는 이제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면 어떻게 처리할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
다린 지 한 
달이 지나갔다. 이제나 저제나 그 귀여운 노랑 병아리가 나올까 
기대했지만 거위는 여전히 맡은 사명에 온 힘을 다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반 기러기와 달리 좀 늦겠지 하며 기다리며 몇 번 깨뜨려서 확인하고픈 충
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만약에 며칠 있으면 세상에 나올 알을 깨뜨리면 어쩌
나 하는 걱정에 두고보기로 했다. 

어느덧 보름이 더 지나서 이제는 시험적으로 확인하리라 맘먹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묵직한 거위알을 들고서 힘껏 바닥에 내치었다. 
알은 “퍽!” 소리와 함께 여러 갈래로 깨졌다. 왠 먹이인가 하고 닭들이 달
려온다. 

이제 노란 털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가녀린 부리와 발이 보이리라 생각했는
데….

그 알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아무런 형체도 없는 액체의 모습이었다. 
설마 하며 두 번째 알도 던졌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라도 생명이 있으면 중단하고 기다릴 판이었지만, 열 개정도 되는 알은 
모두 하나같이 맹탕의 알이었던 것이다. 

허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주인인 나도 실망했지만 두 달 동안 헛수고 한 거

가 더 안 되어 보였다. 애초에 생명이 없었던 알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거위도 알고 나도 알았다면 그 많은 수고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며, 변질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가축들과 달리 거위는 육지에서는 수정(授精)이 안 되는 경우
가 아주 많다고 한다. 알을 품으며 온 정성으로 병아리를 부화시키고자 했지
만 결국 맛잃은 소금이 길가에 버려진 것처럼 버려야 했던 것이다. 

그후로 거위는 그 보금자리에 다시는 가지 않고 예전처럼 운동장에서 지내고 
있다. 이제 내년 봄을 기약하며 부지런히 먹이를 주워먹는 모습이 그동안의 
오랜 고생을 애써 잊으려는 듯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