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심으며… _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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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를 심으며… 

박종훈 목사/궁산교회

한동안 매일 눈이 오더니만 어느새 봄의 기운을 물씬 풍기며 사람들이 바쁘
게 움직인다. 정원에는 수선화와 상사화의 잎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고 있
고 매실나무는 꽃봉오리를 맺히고 있다. 

작년에 마당가에 심었던 노란 국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몇 배로 넓은 자
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가을에 한동안 세간의 화제(話題)로 등장했던 국화
베개에 대한 정보를 듣고 꽃잎을 따다가 그늘에 말려서 베개를 만들었다. 향
이 좋아서 잠이 잘 오는 것 같다. 물론 나는 평소 잠이 많아서 탈이라고 여기
기에 베개와 상관없이 잘 자는 편이다. 

올해는 길가 화단의 나무 밑에 국화를 심기로 마음먹고 작년에 핀 국화를 캐
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포기나누기를 한 것이다. 국화종류는 해마다 포기나
누기를 해야만 꽃도 크고 번식도 잘한다.그냥 그 자리에 놔두면 점 점 생기
를 잃고서 죽어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눠야 잘 되는 국화를 심으며 주님의 음성이 들린
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
다 복이 있다는 말씀이다. 나눌수록 기쁨도 크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음을 살아온 체험을 통해 절실히 느낀다. 시골동네의 공동체에서도 나
누기를 좋아하는 집은 부족한 것 같아도 늘 풍성하고, 받기만을 좋아하고 나
누기는 인색한 집은 풍성한 것 같아도 늘 쪼들리는 것을 한 세대만 지나면 확
연히 드러난다. 

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난다. 미국의 어느 설문조사를 통해서 밝혀
진 것은 받기만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누고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훨
씬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통계이다. 시대와 환경이 변해도 주님이 말씀한 진
리는 자연의 식물에서도,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깨
달았다. 

올 가을에는 더 많은 국화를 감상할 것을 생각하며 심겨진 국화가 잘 자라기
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