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으로 가자”
이기학 목사/ 경북노회
‘따르릉..,’
‘여보세요.’
‘목사님, 저 원기(가명)입니다.’
‘그래, 몇 시에 출소했어?’
‘예, 지금이요, 저는 지금! 여기 다방인데요…’
‘그래, 기달려, 여기서 거기까지 50분 거리이니, 그 때까지 다방에서 기다
려…’
‘…예!’
다방에 도착하여 보니, 이 친구는 없었다. 왠지 허전한 마음으로 주변을 찾아
보니, 100미터 전방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목사님!’ 하며 어린아이같이
내 품으로 아기가 아빠의 품으로 빨려 들어오듯 안기는 것이다.
‘그래 그동안 수고했지?’
‘아닙니다.’
우리는 다방에 들어가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이 형제는
두 번 다시 춘천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 어디로 갈 거야? 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으로 가자!’
‘목사님, 잠시 서울에 같다가, 부산으로 갈 것입니다. 부산에 갈 곳을 정해
두었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여기 청송뿐만 아니라, 교도소는 끝이다.’
‘목사님. 제가 전과 5범인데, 전 이번이야말로, 여기서 제 자신을 발견한 것
같고 많은 깨닫음이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김천이나, 대전, 안양에 있을 때에
는 별로 못 느꼈는데, 여기 와서는 정말, 많은 것을 느꼈고, 예수 안에서 내
가 해야 할 일을 찾았습니다. 목사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보면, 네가 여기에 온 것은 너에게 있었어. 하나님의 복이요,
은혜 일 것이야.’
‘예, 만약에 제가 감호처분을 받지 않고, 그냥 있었다면, 이처럼 깨달음은 없
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번 감호가 하나님의 부르심이었고, 나도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을 원망했고, 가족들도 증오했는데,
이제는 사랑합니다. 제가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감호자같이 이번
에 금식을 하면서 원망, 불평, 그리고 저주까지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은 감사합니다. 목사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친구야! 감사는 주님께 하고, 이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바라보고,
그 분 안에서 그 분의 뜻을
바라보고 사는 믿음의 사람만 되는 거야. 형제가
알다시피, 세상 의지하면 할 수록, 거기에는 거짓과 위선이 가득하고, 마치
늪과 같아서, 형제의 심령뿐만 아니라, 삶도 마멸시키고 말지’
‘…’
‘목사님, 앞으로 예배 안에서 주님 의지하면서 살 것입니다. 기도해 주세
요.’
‘그래, 힘이 들면 언제든지 전화하고, 아니면, 와’
‘…, 예.’
우리는 이렇게 헤어 졌다.
한 형제의 고백 속에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영혼을 사
랑하고 섬기고 이해하는 것은 곧 주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고,
우리를 얼마나 아끼시고 계시는지 또 한번 체험하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소
외된 분들을 사랑하고 돌아보는 것은 곧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는 그 깊이
를 알게 하는 주님의 선물과 같은 것이다.
오늘 한 형제의 새로운 다짐을 들으면서,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오늘도 나에게 당신의 마음을 알게 하심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