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82)| 힘들고 지친 이 땅의 목회자들에게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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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친 이 땅의 목회자들에게 열왕기상 19장 3-21절

 

< 정창균 목사, 합신 설교학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당신은 여전히 하나님의 일을 하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담임목사라 불리며 목회현장에서 상당한 세월을 보내고, 지금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십 수년째 소위 선생으로 살다보니 험악한 사역 현장에서 안간힘을 쓰느라 힘들고 지친 이 땅의 목회자들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떠오르곤 합니다.

 

뭔가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다가 문득 광야의 로뎀 나무 아래서 좌절과 허탈에 빠져 죽음을 생각하다 쓰러져 잠들어 있는 엘리야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힘들고 지친 이 땅의 목회자들과 이 사람 엘리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엘리야는 특이한 시대 상황 가운데 특이한 방식으로 등장한 선지자였습니다. 그가 보냄을 받은 현장은 왕권에 의하여 이방신 숭배가 압도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왕과 아들 왕이 왕권을 세습하며 이스라엘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악을 행하는 시대였습니다.

 

왕실도, 백성도, 시대의 흐름도, 모두가 생존의 위협이 되는 상황으로 그는 보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참으로 영웅적으로 그의 사역을 수행해 내었습니다.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아합왕과 이세벨을 정면으로 대항하였습니다. 한 번의 기도로 비가 오지 않게도 하고 오게도 하였습니다.

 

갈멜산에서는 불을 내리고 바알의 선지자들을 무찔렀습니다. 그는 손바닥만 한 구름 조각을 보면서 이미 하나님이 약속하신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행동하는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한 때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영웅적으로 사역을 수행해낸 바로 다음 순간 지금까지 자기의 보람이고 영광이고 가치이고 존재의미였던 사역지도, 동역자도, 백성도 모두 던져버리고 혼자서 광야로 도피하여 허탈에 빠져 나무 아래서 죽음을 생각하다 쓰러져 잠들어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도 포기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이 선지자를 계속 위험하고 힘든 사역지로 보내시기만 하시던 하나님이 이제 자신의 천사를 절망에 빠진 이 고독한 선지자에게 보내십니다. 아니, 하나님 자신이 이 선지자를 찾아오시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쳐서 쓰러져 잠들어 있는 선지자를 위하여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을 준비하시고 선지자를 어루만지십니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걸어오십니다. “일어나서 먹으라”(5절). 어떤 음성과 어떤 어투로 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을까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광야의 지친 고독한 선지자와 하나님과의 대면이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친 선지자는 그것을 먹고 다시 쓰러져 잠들고, 하나님은 똑같은 동작, 똑같은 말로 이 선지자 곁에 다시 찾아오십니다(6-7절).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이 선지자를 향한 하나님의 의도가 이미 배어나오고 있습니다.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여호와는 이 사람을 여전히 가게 하려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이 고독한 선지자를 찾아와 시작하시는 고독한 대면을 통하여 확인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이 이 사람 엘리야와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무엇보다도 이 사람에게 확인시키시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내가 너와 동행하고 있다!”

 

엘리야가 나무 아래 주저앉아서 털어놓은 불신앙에 찬 불평어린 말들에 대하여는 한 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4절).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10절).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에 찬 불평이 아니라, 인생이 너무 힘든 종의 신음소리인 줄을 하나님은 아셨음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엘리야는 고독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는 하나님이 동행하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가장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고 싶고 그만 살고 싶을 만큼 깊은 침체와 좌절에 빠졌을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힘들고 지쳐 절망 속에 나자빠져 있는 자신의 종에게 이 사실을 확인시키고 싶으셨습니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끝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엘리야에게 “네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라”(15절)고 말씀하시고, 그에게 하나님이 진행하시는 역사진행의 중요한 몫을 다시 맡기십니다(15-16절). 그리고 엘리야가 회리바람과 함께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 함께 할 제자요 후계자인 엘리사를 붙여주십니다(19-21절).

 

험악한 사역 현장에서 지치고 쓰러진 이 땅의 힘든 목회자들에게 엘리야가 해주고 싶은 말이 이것일 것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효과도 없고 쓸모도 없는 사역자인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하나님이 위로하고 싶고, 맡기고 싶은 일이 여전히 있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