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 된 사람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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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 된 사람 

성주진교수_합신 구약신학 교수

우리는 종종 ‘먼저 사람이 되어라’는 교훈을 베풀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
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런데 문제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난 사람’이 되는 
데 힘을 쏟을 것인가, 아니면 ‘된 사람’이 되는 데 삶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난 사람’은 잘난 사람의 줄임말로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
다. 중성적인 의미로는 뛰어난 재사나 유능한 사업가, 또는 유명 연예인 등
과 같이 보통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서 눈에 띄게 활동하는 사람을 가리
킵니다. 인격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은 난 사람이야’
라는 말로 긍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 사람’과 대조되는 ‘된 사람’은 성숙한 인품을 갖춘 사람, 인격적으
로 본받을 만한 말과 행동을 보여준 사람, 곧 사람다운 사람을 가리킵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겸손하게 예의를 차
리는 사람을 ‘아무개는 사람이 됐
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된 사람은 나름대로 공동체적 가치관을 구현하
는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기만 튀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합니다. 
이렇게 된 사람은 인성과 인격과 같은 내적인 특성을 갖추었다고 인정된 사람
을 가리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은 ‘된 사람’이 되기보다 ‘난 사람’이 되기
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내가 남보다 잘난 것을 보여주어야 하고 남도 내가 잘
난 것을 알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기 쉽습니다. “2
등은 필요 없다. 세상은 오로지 1등만을 기억할 뿐이다”는 광고 카피가 이
런 사회적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난 사람’은 이렇게 경쟁
시대의 모토로서 튀고 싶은 열망,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가득 찬 시대
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난 사람’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된 사
람’ 담론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성경도 ‘난 사람’을 삶의 목표와 축복의 내용으로 제시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곤 합니다. 하나님은 순종하는 자가 ‘머리가 되게 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신다’고 말씀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순종하는 하나님의 백성
에게 주어진 축복으로서, 개인적인 삶의 목표가 아니라, 공동체가 누리는 복
의 내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나님 백성으로 사는 삶이 가져오는 질적인 
우월성이 양적 표현을 통하여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곧 하나님 나
라의 뛰어남을 표현하는 말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개인적인 예로 요셉은 ‘난 사람’이기 이전에 ‘된 사람’입니다. 총리가 되
기 이전에 유혹의 거절과 감옥의 경험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 사람됨을 검증받
았습니다. 원칙적으로 하나님은 먼저 된 사람을 만드신 다음에 난 사람이 되
게 하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군이 되기 전에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는 원칙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분자에게 사역에 앞서 신앙인격이 요청
된다는 말과 상통하는 말입니다. 

난 사람과 된 사람은 사역의 원리가 다릅니다. ‘난 사람’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잘남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삼게 됩니다. 그
러나 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은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섬김의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 하나님이 
기능에 앞서 인격을 요구하시는 이유를 볼 수 있습
니다. 어느 신학교의 교육목표에서 ‘학자가 되라’는 말 앞에 ‘신자가 되
라’는 말이 나오고, ‘전도자가 되라’, ‘목자가 되라’는 말 앞에 ‘성자
가 되라’는 사실도 이와 같은 원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도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나는 난 사람도 아니고 
된 사람도 아니다’라고 좌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
는 삶이야말로 된 사람으로 사는 길이요, 하나님의 일군으로 충성하는 삶이야
말로 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된 사람이 되었고 하나님이 주신 은사 가운에서 이미 난 사람이 되었기 때문
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신분과 자리를 알고 누리는 
삶이 곧 진정한 의미에서 된 사람이 되고 난 사람이 되는 복음적인 방법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