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이벤트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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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이벤트

성주진 교수_합신 구약신학 

민간에 결혼은 일상, 연애는 이벤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소 묘한 말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일상과 이벤트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은 매일매
일 반복되는 삶이기 때문에 평범하고 단조로울 수 있지만, 이벤트는 모처럼 
겪는 특별한 사건이기 때문에 일상의 따분함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기대
할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일상과 이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회사 나가는 날은 일
상이요, 휴가는 이벤트입니다. 월급은 일상이요 보너스는 이벤트입니다. 정기
휴일은 일상이지만 추석은 이벤트입니다.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일상이지
만 온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하는 것은 이벤트입니다. 요즘은 이벤트를 잘 챙
겨야 감동을 준다고 해서 목하 이벤트 회사가 성업 중에 있습니다. 

신앙생활에도 일상과 이벤트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대표적인 일상은 매일
의 경건생활과 매주 예배에 출석하고 봉사하는 일입니다. 반면, 어쩌다 열리
는 
특별 집회나 금식기도 등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하나
님과 누리는 통상적인 교제는 일상이지만 하나님이 어떤 기회에 특별한 경험
을 주신다면 이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과 이벤트는 지켜주어야 할 자기 자리가 있습니다. 자리를 바꾸어서 일상
을 이벤트로, 이벤트를 일상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기도는 일상
의 삶인데 어쩌다 특별행사처럼 실시한다면 경건생활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
제입니다. 성경읽기와 묵상도 일상에 속한 일인데 어쩌다 시행하는 이벤트로 
삼는다면 역시 곤란합니다. 반면, 특별한 경험이 뜻밖의 은총이 아니라 매일 
배급되는 생필품과 같다면 특별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보다는 이벤트에 사람의 마음이 쏠리기 십상입니다. 이벤트는 일
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훨씬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
입니다. 담임목사님의 설교보다 어쩌다 듣는 강사의 특강이 멋지게 느껴지는 
것은 내용의 새로움도 있겠지만 특강의 이벤트적 성격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
떤 체험을 추구하는 것도 일상의 경건을 경시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바라는 것
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에는 일상과 이벤트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약의 경우, 경건
한 성도가 드리는 매일의 기도와 안식일의 예배, 그리고 각종 절기 등이 아우
러져 일과 휴식, 일상과 이벤트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나가 자녀가 없
어 서러움을 당하는 중에 남편의 고임을 받는 것은 일상이지만, 일년에 한 
번 실로의 전에 올라가는 것은 이벤트입니다. 소년 다윗이 양을 치는 것은 일
상이나, 전쟁터에 심부름 가는 것은 이벤트입니다. 

신약에서 일상과 이벤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예는 믿음입니다. 구원을 받
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은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에게 항상 있어야 할 일
상적인 믿음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이벤트처럼 어쩌다가 찾아온다면 신앙생활
은 실로 고달플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비상한 때에 비상한 믿음을 은사
로 주셔서 비상한 사역을 이루도록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믿음은 이벤트적
인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성령충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원칙적으로 항상 성령의 주장과 인
도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성령충만은 일상에 속합니다. 늘 
성령을 근심케 
하고 소멸하다가 어쩌다 특별행사처럼 반짝 성령으로 충만하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성령이 충만한 사도들이 더욱 충만해져서 기사와 이적
을 베풀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상적
인 충만이 있고 사역을 위한 특별한 충만도 있습니다. 

일상과 이벤트가 균형을 잡아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신앙생활
도 마찬가지인 줄 압니다. 비상한 체험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신앙의 수준
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이 없는 비상
은 추락하기 마련입니다. 일상은 이러한 특별한 비상을 내면화하고 생활화하
여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신앙인격을 다져주는 현장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일상
과 이벤트,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을 아름답게 수
놓아 주는 신령한 씨줄과 날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