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 달라서…” 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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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달라서…” 

성주진 교수|합신 구약신학 교수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서로 다르듯이, 신자마다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스
타일이 사뭇 다릅니다. 어떤 이는 기도생활에 중점을 두고, 어떤 사람은 성
경공부에 방점을 찍습니다. 어떤 이는 봉사의 일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치중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 주력합니다. 교회도 서로 다
른 신앙생활의 특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그 이후의 삶을 안내하는 성경은 신앙생활의 모습을 
처한 환경 및 삶의 정황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형상화합니다. 농사, 전
투, 경기, 목양, 교육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중 어떤 패턴을 자기의 
모델로 삼느냐에 따라서 신앙생활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농사의 비유에서 두드러진 특성은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일입니다. 농부는 
농사의 경험에서 체득한 지혜대로 심은 대로 거두는 원리에 충실하여 수고
의 땀을 흘립니다. 어려운 일을 당해도 풍성한 추수를 대망하면서 온갖 수고
를 
아끼지 않습니다. 농사 패턴은 늦은 비와 이른 비의 은택을 잊지 않으면
서도, 정직한 노력을 강조합니다. 

신앙생활은 또한 전투로 표현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의 정병으로
서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되, 때로는 복음의 진리와 신앙의 고수를 위하
여 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합니다. 성도는 끊임없이 사탄과 세상 그리고 죄
와 싸우는 존재입니다. 이 경우 신앙생활은 여호수아를 본받아 앞으로 진군
하는 전투를 의미합니다. 

신앙생활은 또한 경기로 비유됩니다. 마라톤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서는 욕망을 절제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달려야 합니다. 당장 포기하고 싶
은 마음이 간절할지라도 하나님이 상 주실 것을 바라보고 끝까지 달리는 것
이 신앙생활입니다. 이 비유는 푯대를 향하여 나아가는 목표지향적인 신앙생
활의 특성을 강조합니다. 

신앙생활은 또한 목양과 관련되어 표현됩니다. 신앙생활은 곧 목자를 따르
는 일입니다. 목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발자취를 따르는 삶입니다. 목자되
신 예수님의 뒤를 따라 기름진 초장에서 꼴을 먹는 것이 신앙생활의 핵심입
니다. 목자를 따르지 않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요, 다른 목자를 따르
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신앙생활은 제자도로 제시됩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일이
요, 다른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일입니다. 물론 성경의 제자교육
은 교실에서 가르쳐지는 지식이기보다 삶의 현장에서 전수되는 지혜가 중심
입니다. 이 지식은 정보의 축적을 뛰어넘는 인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
다.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패턴을 신앙생활의 모델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성
격이 근면성실한 사람은 농사의 비유를 모델로 삼기 쉽고, 외향적이고 적극
적인 사람은 신앙생활의 본질을 전투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하기 좋
아하는 사람은 신앙생활은 곧 성경공부라고 보기 쉽고, 기도의 신비에 압도
된 사람은 신앙생활은 곧 기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강조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
하는 성도에게 주어진 다양성의 축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패
턴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균형을 잃어버리는 일은 곤란합니다. 예를 들면, 신
앙을 전투로만 이해하면 매사에 호전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습
니다. 지나치
게 농사의 비유에 집착하면 보수적, 수동적 심성이 고착될 수 있습니다. 개
인경기의 비유만 고집하면 팀웍의 조화보다 개인기 위주의 경쟁심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비유들은 독립적으로 완전한 신앙의 모델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인 패러다임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무지개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한 색깔만을 떼어내서 절대화하는 것은 무지개 전체의 아름다움과 온전함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하나의 신앙 패턴만을 고집하는 신앙적 ‘환원주의’입
니다. 다양한 신앙의 패턴은 교회의 유익을 위하여 주어진 것입니다. 각자
가 자기색깔의 신앙적 특성을 드러내되 하나의 특성에 함몰되거나 다른 스타
일을 배척하지 아니할 때, 교회는 합하여 조화를 이루고, 주님이 허락하신 
은혜의 풍요로움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