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만 기다리세요’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교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세요. 정말 누군
가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청색 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3초만 기다리세요.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바라보아 주세요. 혹시 그 사람이 가
다가 뒤돌아보았을 때 웃어줄 수 있도록…
길을 가거나 뉴스를 시청하다가 불행한 사람을 보면 눈을 감고 3초만 기도해
주세요.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할 것이니까요.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
늘을 보세요. 내가 화낸 것이 보잘것없는 일은 아닌지…
차창을 내다보다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
어 주세요.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러할 것이니까요.
봄날의 산행이나 산책길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개나리를 만나시거든
3초만 정
답게 맞아주세요. 화사하게 핀 꽃이 당신의 고달픈 삶에 여유와 기쁨을 가져
다 줄 것입니다.
재미있는 소풍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에 3초만 놀던 자리를 둘러보세
요. 하나님이 조성하신 정원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치울 수 있는 기회입니
다.
주는 것도 없이 괜히 미운 사람이 미운 짓을 할 때마다 3초만 그를 위해 기
도하세요. 사람들이 나의 미운 짓을 ‘이쁘게’ 보아줄 것입니다.
김 집사의 남모르는 허물이 너무나 커서 공의를 위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알려
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를 때 3초만 자신을 바라보세요. 그 사람이 나보
다 의롭다는 사실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의심스러운 사이트를 모른 체 클릭하기 전 3초만 주님의 눈동자를 들여다보
세요. 당신의 영혼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정결한 처소가 될 것입니다.
빠듯한 생활이 지겨워지고 부자의 여유가 너무나 부럽게 느껴질 때에 3초만
주님의 가난을 생각하세요.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임이
요…
나도 모르는 부자 친척이 많은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까 허망한 대박의 꿈에
잠길 때마다 3초만 허벅지를 꼬집어보세요
. 땀 흘리는 수고의 행복이 되살아
날지도 모릅니다.
교인의 숫자와 헌금의 액수가 어느덧 교회의 자랑거리가 되었을 때에 3초만
피터 드러커를 생각해 보세요. 교회가 아닌 비영리기관조차 사람의 변화를
경영의 목표로 삼는다는 것을…
말 한마디 속 시원하게 쏘아주고 싶을 때 3초만 숨을 크게 들이켜 보세요.
마음의 안채를 불태울 화전의 불은 꺼지고 차분한 승리의 기쁨이 퍼져나갈
것입니다.
내 생각이 틀림없다는 신념이 너무나 확고할 때에 3초만 판단의 근거를 검토
해보세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얼마나 부분적이며 불확실한 것인가…
냉정한 논리가 가슴을 차디차게 만든다고 생각될 때 3초만 사랑의 감격에 젖
어보세요. 뜨거운 논리가 마음의 균형을 잡아 줄 것입니다.
명예로운 자리가 당연하게 생각되고 주어진 권세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질 때
에 3초만 키신저의 경구를 생각하세요. 권력은 더 깊은 욕망을 부추기는 최
음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운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채널을 돌리기 전 3초만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당신이 어려울 때 모르는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
울여줄 것입니다.
북한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왠지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빵과 복음에 굶
주린 불쌍한 주민들을 위해 3초만 조용히 기도하세요. 그곳이 바로 주님이
가라고 명하시는 나의 땅끝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고의 폭이 책상 테두리나 자기 집 현관을 넘지 못하고 생활의 영역이 회
사 사무실이나 예배당 울타리를 넘어가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마다 3초만 지
구본을 안아 보세요. 주님이 온 몸으로 품으신 세상이 거기에 있습니다.
선한 일을 하다가 지치고 힘이 들 때에 3초만 주님의 팔에 안겨 보세요. 모
든 수고에는 끝이 있고 사랑의 수고는 주 안에서 헛되지 아니한 법입니다.
‘안녕, 내일 또 만나.’ 가볍게 작별을 고할 때마다 3초만 ‘마라나다’(주
여 오시옵소서)를 되뇌어 보세요. 기대가 넘치는 내일을 맞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