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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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성탄절은 모든 역설적 진리의 극치입니다. 성탄은 무한하신 하나님이 유한
한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심으로써 죄 많은 세상을 하나님의 영광의 무
대로 만드신 성육신 사건입니다. 이 성육신은 거룩하신 하나님이 죄인을 지극
히 사랑하신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심으로써 인
간이 일그러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처럼 성육신은 가장 천한 죄인을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로 만드는 신
적 사랑의 정점입니다. 

성탄절의 의미는 깊고도 넓어서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습니다. 그 의미는 대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
이 죄인을 구원하기 위한 초석을 놓아주는 구속적 의미, 다음으로 죄인을 구
원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계시적 의미, 그리고 마지막
으로 성탄절의 주인공인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무리들이 어
떻게 살아야 하
는지 보여주는 모범적 의미입니다. 여기에서는 마지막의 모범적 의미에 치중
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육신의 모범적 의미는 톨스토이의 유명한 이야기 “세 가지 질문”이 감동적
으로 예시되어 있습니다. 그는 먼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
가?”라고 묻습니다. 대답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다른 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성육신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대답은 매순간이 성육신의 기회라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사랑을 위하여 낮아지라는 성육신적 요청을 담고 있습니다. 성육신의 안목에
서 볼 때 사랑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평범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고귀
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가장 범상한 이 순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
러내는 가장 비범한 시간입니다. 

다음으로 톨스토이가 던진 질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
가?”라는 것입니다. 그 대답은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하여 ‘성육신’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멀리 있는 막연한 존재가 
아니고 바
로 지금 내가 상대하고 있는 구체적인 그 사람, 지금 내가 만나서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는 그 사람입니다. 바로 그 이웃이 내가 하나님의 사랑
을 쏟아야 할 대상이라는 교훈 또한 성육신의 표현이자 요청입니다. 무기력
한 삶과 표류하는 인간관계에서 이러한 성육신의 정신을 어느 정도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의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관계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을 던집니다. 그 대답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바로 그 일, 특히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위하여 베푸는 사랑의 수고입니다. 이 교훈 또한 성육신
의 정신을 잘 나타냅니다. 성육신 사건은 참 사랑에는 자기희생이 필연적으
로 따라오게 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자기희생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성탄의 요체인 성육신은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실
천적인 삶의 원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육신의 정신은 가장 인
간적인 일이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신적인 일로 승화되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
이기도 합니다. 

성탄절은 
타락한 이 세상이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성육신의 사랑으로 다가가
야 할 대상임을 보여줍니다. 이 세상은 성육신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꿋
꿋이 버텨야 할 바로 그 자리요,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연기’해야 할 바로 
그 무대인 것입니다. 시대의 타락한 정신은 언제나 개인과 단체, 교회와 사
회,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침투하여 영적으로 무력하게 만
들고자 합니다. 

이미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서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개인과 단체는 브레이크 
없는 승용차와도 같이 나름대로 파국을 예상하면서도 멈춰 서지 못하고 있습
니다. 반면 성육신은 죄 많은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세상을 새롭
게 하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이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들은 바로 이 순간, 바
로 이 사람, 바로 이 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 세상에 성육신의 영광을 드
러내는 일에 동참하는 제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