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낮추세요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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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낮추세요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목소리가 저절로 커진다는 것이 엄마들의 한결같은 이야
기입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를 내게 
되는 양육의 고충을 토로하곤 합니다. 특히 사내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아
이의 성장과 더불어 어느덧 억세져 버린 자신의 목소리를 의식하고서 씁쓸해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의 관심을 끄는 데는 큰 소리보다 낮은 목소리가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할 때 아이는 엄마의 말
을 잘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또 엄마의 낮은 목소리는 아이에
게 ‘이 말은 특별히 너만을 위한 말이야’라는 사인을 은연중에 보낸다고 합니
다. 아이들은 엄마의 큰 목소리가 아니라 작은 목소리에서 자신의 소중한 자
리를 발견하는 셈입니다.

낮은 목소리는 엄마가 아이의 기대밖의 행동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대처하겠다는 사인이기도 합니다. 낮
은 목소리는 감정과 흥분이 아니라 이치
와 화해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낮은 목소리는 부드러움과 냉철
함을 함께 갖춘 신비로운 발화이기에, 그 자체로 엄마의 사랑과 요구를 전달
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기가 출제한 목소리 시험에 
엄마가 합격한 후에야 비로소 승복하는 영악한 시험관이고요. 

이러한 육아의 지혜는 인간관계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느 사
회든 다양한 갈등관계와 엇갈린 의사소통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도 
고용주와 종업원, 야당과 여당, 부자와 빈자, 그리고 노년과 청년 등 사회전
반에 걸쳐 다층적인 갈등전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굵직한 현안마다 경제
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지형에 따라 복잡한 대치국면이 조성되어 있습니
다.

갈등이 깊을수록 자연히 자기주장을 관철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특
별히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 마음에 분노가 쌓인 사람, 자기입장에 대한 확신
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
다. 물론 상대방도 비슷한 피해의식과 분노와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보통이므
로 충
돌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게다가 진정한 동기를 숨긴 채, 나름대로 자기
가 붙잡고 있는 사실의 한 자락을 절대화하고 진리의 한 모퉁이를 전체화하
는 경우에는, 더욱 접점을 찾기가 힘들어 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물론 목소리의 크기가 목소리 주인공의 정당성을 말해 주지 않습니
다. 길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지르고, 
가정에서도 꽃병을 깨뜨린 사람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큰 
소리가 아닌, 무언가 다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갈등상황에서는 일단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이러한 제스처
는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목소리를 낮추고 나서야 남의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낮은 
목소리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일방주의를 버리
고 차분하게 상호이해의 공동기반을 찾아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사실, 갈등을 촉발하는 다름은 틀림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제대로 기능하는 
공동체에
서 다름은 분열과 다툼을 조장하는 저주가 아니라, 하나됨을 보다 조
화롭고 풍성하게 만드는 축복입니다. 서로를 채워주는 보완재요, 고무하는 자
극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름은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황금율의 전제
이자 무대입니다.

거친 고함소리가 오가는 삶의 현장에서도 그리스도인은 낮은 목소리로 힘있
게 말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작고 세미한 음성이 엘리야의 마음에 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잠잠케 하고 이스
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에도 드높았던 소음을 잠재운 것처럼, 날마다 주님의 음
성을 새롭게 듣는 그리스도인들은 진리와 사랑의 낮은 목소리로 말할 자유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올라가려고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
어 보면 어떻까요. “여보게, 목소리를 조금만 낮추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