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사랑의 증거
정창균 목사/새하늘교회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케케묵은 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솔로몬의 재
판 이야기입니다. 각각 아이를 출산한 두 부인이 있었다지요. 그런데 한 부인
이 아이를 옆에 뉘어놓고 자다가 그만 잠결에 아이를 깔아서 죽였다지요. 자
기 아이를 잃은 그 부인은 옆에 있는 다른 부인의 아이와 죽은 자기의 아이
를 바꿔치기 하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자기 아이를 죽은 아
이와 바꿔치기 당한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두 어머
니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지 않습니까. 서로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고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겠지요. 서로가 하늘에 맹세코 자기가 옳다고
자기 주장을 하였겠지요. 서로가 살아 있는 그 아이가 자기의 아이라고 악을
쓰며 싸웠겠지요. 그러다가 결국 솔로몬 왕에게 판결을 받으려고 왔답니다.
그러나 지혜롭기로 소문 난 이 왕은 전혀 지혜롭기는커녕 무지막지하고 포악
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이를 둘로 쪼개어 반반씩 나누어 가지라!” 한 어머
니는 “좋다. 그렇게라도 하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였습니다. “제발 그 아이를 쪼개지 말고 저 여자에게 주어서 기
르게 하십시오.” 이 순간에 이 왕의 지혜가 빛을 발하였습니다. “이 아이의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포기한 저 여자다. 이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라.” 진
짜 엄마라면 자식에 대한 사랑의 증거를 대라는 요구였던 것입니다.
이런 순박하다 못해 유치하기 까지 한 재판 방법이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꿰뚫고 한 발 앞서가며 수를 쓰는 영악한 이 시대에도 통할런지는 모르겠습니
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솔로몬이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붙잡은 원리만은 만고
불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그것 혹은 그 사람의 유익을 무엇보다도 앞세운다는 사실입니다.
지도자들 사이에 싸움이 붙어서 교인도 두패로 갈라지게 되고, 그것이 그
지역의 화제거리가 되고, 교회는 점점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는 어느 “싸우
는” 교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이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계속 생각났
습니다.
서로가 “교회를 위해서”라고 할 것이지만, 교회를 위해서 한다는 그 싸움 때
문에 정작 교회는 가장 큰 손상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진
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할 것이지만, 그 진실 하나 밝히자고 교회 전체를 교
회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 무서운 사실을 보고나 있는 것인
지… 그간의 서운하고 억울한 내력을 밝히고 차제에 교회를 바로 세워야 한
다고 할 것이지만, 자기의 억울한 사정 하나 풀자고 온 교회를 쑥대밭으로 만
들어 가고 있다는 이 사실을 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의 공
의를 믿으며,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되심을 확신한다고 말은 하면서 실제로는
하나님이 손을 쓰실 여유도 없이 자기의 혈기로 교회를 온통 물들일 수도 있
다는 위험성을 감지하고나 있는 것인지… 모든 것을 제쳐두고, 주님의 몸된
교회를 그렇게 손상시키고, 그 교회를 향한 주님의 역사 진행을 그렇게 왜곡
해버리고 있는 일에 대하여 질풍노도처럼 닥쳐오고 있는 하나님의 진노를 알
고나 있는지, 두려워나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진노는 상대방의 불의함
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일 것이고, 교회를 위해 싸운 우리에게는 승리의 면류관
이 씌워질 것이라는 엉뚱한 착각 속에서 안심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
떤 사람들은 교회를 위하여 순교도 한다는데, 우리는 교회를 사랑한다면서도
자신이 당하는 작은 억울한 일 하나 바로 잡기 위해서, 자신이 당한 서운한
일 하나 앙갚음 하기 위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자신의 의견하나 관철시키
기 위해서, 그리고 왜곡당한 자신의 작은 정당성 하나 입증하기 위해서 아이
를 반씩 나누어 가져도 좋다는 식으로 나오는 가짜 엄마처럼 그렇게 교회 생
활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진짜 엄마라는 진실만 밝혀지면 아이는 반쪽으로 쪼개져 죽어도 상관없
다는 식으로 교회 생활을 할 때가 있습니다.
교회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했기 때문이지요. 정말 교회를 사랑
한다면, 어떤 자기 희생을 치루면서라도 그 교회를 살리고 유익하게 하는 쪽
을 택하게 될 것이지요. 솔로몬의 재판에서 진짜 어머니 처럼 말입니다. 그것
이 바로 사랑의 증거아닌가요?
금년에도 큰 선거가 두 차례나 있다는데, 우리는 또다시 국가와 민
족을 들
먹이면서 사실은 자기의 야심을 채우려고 국가와 민족을 망치는 일을 스스럼
없이 하는 정치꾼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 정치꾼들이야 본래가 그
러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교회의 지도자들이 교회를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 아닌가요? 자식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못키우는 한이 있어
도 아이를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그 어머니의 정신을 가진 교회 지도자들이 많
아지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