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그 눈물이 그 눈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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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칼럼>

그 눈물이 그 눈물일 줄이야!

오래 전 이었습니다. 설교를 하면서 보니 나이 드신 여집사님 한 분이 자주자
주 눈시울을 붉히시면서 저의 설교를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오늘 은혜받
으시는구나.” 설교하는 저도 힘이 났습니다. 그런데 예배 후에 집사님이 다가
오시더니 제 손을 꼭 쥐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약한 몸으로 소리소리를 
지르며 힘들게 설교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되보여 자꾸 눈물이 나와서 혼
났네요.” 한순간에 저는 맥이 탁 풀어졌습니다. 설교에 은혜를 받은 것이 아
니고, 그 약한 체구를 가지고 그 고생을 하는 제 신세가 참 처량하고 안되어 
보여서 나오는 동정의 눈물이었던 것입니다. 그 때 저는 몸무게 52kg 미만이
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눈물이면 다 같은 눈물인 줄 알았다가는 큰 
코 다치겠구나.” 아마 대부분의 설교자들에게는 저의 이 경험이 결코 낯선 이
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제가 가르친 제자 목사님 한 분도 그런 경험을 한 모
양입니다. 글을 하나 써
놓았는데, 그 글을 보니 오래 전 제 생각이 다시 나
서 제자 목사님의 글을 여러분께도 소개 합니다.

갓 서른에 목사 안수를 받고 한번 잘해보겠다는 열정과 열심으로 방배동 어
느 교회를 섬기던 때였습니다. 분열과 분쟁의 와중에서 젊은이들은 다 떠나
고 오십을 훌쩍 넘기신 분들 30여명만이 덩그라니 널찍한 예배실을 지키고 있
는 교회였습니다. 마른나무에도 싹이 나고 고목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데… 
저는 교회의 체질을 한번 바꾸어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 새벽
시간에 홀로 강단에서 무릎을 꿇을 때마다 저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곤 하
였습니다. 설교 시간에는 성경을 모두 같이 찾아가면서 한 목소리로 읽도록 
했습니다. 때로는 돌아가면서, 때로는 인도자인 저와 한 절씩 교독으로… 그
러던 어느 주일 저녁이었습니다. 말씀에 능력이 있었던지 한 사람씩 저녁예
배 참석자가 늘어가더니 평소에 저녁 예배 참석을 전혀 않던 K여집사님 까지 
자리에 계신 것입니다. (아, 이제 교회에 새 바람(?)이 부는가 보구나…) 저
는 여느 때처럼 성경 본문을 교독했고, 설교를 시작했는데 앞자리에 앉은 K집
사님이 연신 눈물
을 훔치는 것이 아닙니까? (옳거니…은혜를 받으시는가보
다…) 

저는 더욱 용기를 내어 설교를 했는데, 집사님은 예배를 마치고도 한참을 그
렇게 울고 가셨습니다. 그러더니 그 다음 주일부터 교회를 안나오는 것입니
다. 몇 주일째 결석을 하던 즈음 박 권사님이 귀띔을 해 주었습니다. “아무래
도 K집사가 시험이 든 모양이니, 목사님께서 심방을 좀 해 보세요…” 그래
서 심방을 했습니다. K집사님은 그래도 목사가 왔다고 문을 열어주고, 아랫목
에 앉으라고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집사님, 무슨 힘든 일 있으세요?” 나의 
물음에 입술을 움찔움찔하면서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한참을 뜸을 들이던 집
사님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목사님,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너무 섭합
니다. 흑흑…” 뜻 밖이었습니다. “예? 저한테 섭섭하시다구요? 뭐가요?” “아
니, 내가 무식한 년이라고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래욧, 나 한글 모
르는 까막눈이유 까막눈. 나보고 성경을 읽으라고 꼭 그렇게 만인 앞에 망신
을 주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내…그 날 얼마나 서럽고 분하든지 울 엄
니 돌아가실 때 보담 더 
많이 울었습니다.”어이가 없었습니다. “하하… 집
사님, 그 눈물이 그 눈물이었어요? 난 또… 맨 앞자리에서 은혜 많이 받으시
느라 눈물 흘리신 줄 알았지요.” 저는 정중히 사과하였습니다. “집사님, 젊
은 목사가 잘 몰라서 그런거니까 이해하시고 맘 푸세요. 그리고 글 모르면 입
만 벙긋벙긋하시지 그러셨어요…? 어차피 다 같이 읽는 건데요.” 결국 집사
님은 마음이 풀어지긴 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제 마음속에는 목회가 쉬운 일
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정신이 번쩍 나면서 얼마나 식은 땀이 나던
지요. 시험이 들려니까 성경을 읽으면서도 들더라구요. 지금은 성경을 교독하
거나 할 때는 “글씨가 잘 안보이시는 분들은 잘 듣기만 하셔도 됩니다.”하고 
안전장치를 해둡니다. 다 그때 배운 지혜입니다.

설교를 하다 보면 별 것이 다 시험거리가 되기도 하고, 별 것이 다 은혜의 실
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설교가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러니 목사는 설교
를 잘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