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위하여 뒤집어 쓴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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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칼럼>

남편을 위하여 뒤집어 쓴 누명

한 부부의 3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입니다. 한번 교회를 떠난 이후 10년이 
다 되도록 교회에 발을 끊고 있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가슴 앓이를 해오고 있
었습니다. 남편이 교회를 떠난 것은 어찌보면 순전히 남의 탓이었습니다. 교
회가 패가 갈려 싸움질을 시작하였는데, 젊고 유망한 이 남편을 두고 양쪽에
서 서로 자기 편이 되라고 부추기자 이 남편은 “싸우는 놈의 교회 그만 다니
겠다”며 교회에 발길을 끊어버렸습니다. 그것이 어느덧 10년 세월이 다 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 열일곱에 좋으신 목사님을 만나 전도를 받고, 착
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였는데, 그놈의 쌈박질에 진저리가 나고, 그렇다고 어
느 한편에도 설 수 없는 난처함 때문에 그만 교회를 떠나버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다가 그 해 부흥회를 계기로 아내는 드디어 
대단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남편을 교회로 이끌어내어
야 된다는 결심을 하고,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하나님께 매
달려보기로 작정을 
한 것입니다. 집회 마지막 날인 금요일 저녁, 이 아내는 교회 마루바닥에 앉
아서 철야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강사 목사님이 마지막 새벽 집회를 인도하
기 위하여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 얼마나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부
르짖어대는지, 집회를 진행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새벽집회 시간이 
되고 강사 목사님이 단 위에 서신 것도 모르고 이 여인은 그렇게 울부짖으며 
남편을 다시 돌아오게 해 주시기를 하나님께 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다 
못한 강사 목사님이 이 여인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단아 물러가
라!” 그 순간 이 여인이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에게 소리를 질
렀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내 남편에게는 지금도 집사라고 부르는데, 
정작 남편은 교회에 안 나오는 것이 너무 원통해서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지 교회에 나오게 하려고 그러는데 목사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게 사단이
라고 하시느냐”고 대든 것입니다. 그날 이후로 여러 날을 이 아내는 앓아 누
웠고, 때로는 헛소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특별한 은사가 임한 것
같아 보이는 언행을 하며 온 
가족을 긴장시켰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남편과 자식들을 머리맡에 앉혀놓고 심문을 하듯이, 
유언을 하듯이 한 사람씩 차례대로 다그치면서 앞으로 신앙생활 잘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 증거로 찬송을 한 장씩 부르게 하였습니다. 자녀들이 눈
물범벅이 되어 찬송가를 한장씩 부르는 동안 이 어머니는 자신의 찬송가를 뒤
적여 찾아서 연필로 그 찬송을 부르는 자녀의 이름을 제목 옆에 기록하였습니
다. 이렇게 하여 그 남편은 10년만에 떠났던 교회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나중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된 자가 나중 된다더니… 사실 이 아내는 남편
의 전도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해서도 한동안을, 교회에 
가자는 남편의 요청을 싫다고 거절하며 안가려 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후 이십수 년이 지나서는, “사단”이라는 끔찍한 누명과 미쳤다는 원통한 소
리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남편의 신앙회복을 위하여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었
습니다. 그때 다시 돌아온 남편은 그후 안수집사가 되고 장로가 되어 교회를 
섬기면서, 다른 것 다 포기해도 신앙은 포기할 수 없고, 다른 것 다 버려도 
하나님은 버릴 수 없
다는 단호함으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수시로 찾아와 괴롭
히던 병 때문에 40대 중반이던 그때 곧 죽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던 그 남편
은 79세까지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내는 남편보다 2년반 먼저 그
렇게 사랑하던 주님께로 돌아갔습니다.
이 여인이 바로 나의 어머니이셨고, 그 남편이 바로 3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나의 아버지이셨습니다. 어머니의 필체로 우리 형제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30
여년 전의 그 찬송가를 나는 지금도 가끔씩 들여다 보며 내 어머니를 생각합
니다. 달 지난 달력을 뜯어서 표지를 싼 내 어머니의 그 찬송가 516장 제목 
옆에는 어머니의 필체로 “창균”이라고 또렷이 써있습니다. 그때 열네 살 꼬
마였던 나는 어머니의 머리 맡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 찬송을 불렀습니다.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 참 평안을 몰랐구나. 내 주예수 날 사랑하시오
니 곧 평안히 쉬리로다. 주 예수의 구원의 은혜로다. 참 기쁘고 즐겁구나. 
그 은혜를 영원히 누리겠네. 곧 평안히 쉬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