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 제1원인과 제2원인 <제5장 2항> _김병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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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1원인과 제2원인 <5장 2>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5장 2: “모든 일들은1원인곧 하나님의 예지와 작정과 관련하여 볼 때불변하게 그리고 틀림없이 확실하게 일어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하나님께서는동일한 섭리에 의해2원인들의 성질에 따라서,모든 일들이 필연적으로자유롭게또는 우발적으로 일어나도록 명하십니다.”

 

기독교의 섭리론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자유로이 작정하신 것 보여줘

 

2항에서 교훈하는 것은 이러합니다첫째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제1원인인 하나님의 작정에 따라 어떤 변화나 어긋남이 없이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일어난다는 필연성과 관련한 것입니다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들은또한 제2원인들에 따라 어떤 일들은 그것들의 성질에 따라서 필연적으로자유롭게또는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제1원인인 작정과 관련하여서는 불변하게 필연적으로 실행이 됩니다그러나 제2원인들의 성질과 관련하여서는1원인의 필연성으로 인하여 어떤 제한도 받지 않은 채 실행이 됩니다곧 우발적인 일들이나 자유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일어나는 일들이나또는 물리적이거나 화학적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같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작정에 따라 절대로 어긋나거나 변화가 없이 반드시 실행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들은 또한 그것들의 성질에 따라 우발적으로자유롭게혹은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곧 하나님의 작정은 그것의 실행을 섭리할 때 실행의 수단을 배제하지 않으며 제2원인들에 대해 중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작정된 일들은 제2원인들의 방식에 따라 그것들의 성질에 의해 다양한 모양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하나님의 작정의 실행에 대한 신앙고백의 설명이 주는 신앙의 실천적인 유익은 무엇일까요?

 

첫째우발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작정이 실행이 됨을 보고 하나님의 인도에 순종하는 태도를 갖는 믿음을 교훈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쳐죽인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나 만일 사람이 고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나 하나님이 사람을 그의 손에 넘긴 것이면 내가 그를 위하여 한 곳을 정하리니 그 사람이 그리로 도망할 것이며”(출 21:12-13; 참고 신 19:5)라는 계명이 있습니다이것은 과실치사로 인하여 사람을 죽이게 된 경우그것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이 있는 줄을 알고 과실치사를 범한 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명령입니다.

 

또 이스라엘의 왕 아합이 전쟁터에서 적군의 화살을 맞아 죽게 된 일과 같은 우발적인 일도 성경은 그의 죽음과 관련하여 하나님께서 선지자 미가야를 통해 예언하신 바가 이루어진 일임을 명확히 합니다. “한 사람이 무심코 활을 당겨 이스라엘 왕의 갑옷 솔기를 맞힌지라 왕이 그 병거 모는 자에게 이르되 내가 부상하였으니 네 손을 돌려 내가 전쟁터에서 나가게 하라 하였으나 이 날에 전쟁이 맹렬하였으므로 왕이 병거 가운데에 붙들려 서서 아람 사람을 막다가 저녁에 이르러 죽었는데 상처의 피가 흘러 병거 바닥에 고였더라”(왕상 22:34-35).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게 되는 일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그러한 일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 일임을 믿을 것을 성경은 분명하게 교훈을 합니다.

 

둘째비록 사람이 스스로 뜻을 세워 작정을 하고 행한 일이라도 그것 자체가 이미 하나님의 작정에 따른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일임을 믿도록 교훈합니다. “앗수르 사람은 화 있을진저 그는 내 진노의 막대기요 그 손의 몽둥이는 내 분노라내가 그를 보내어 경건하지 아니한 나라를 치게 하며 내가 그에게 명령하여 나를 노하게 한 백성을 쳐서 탈취하며 노략하게 하며 또 그들을 길거리의 진흙 같이 짓밟게 하려 하거니와 그의 뜻은 이같지 아니하며 그의 마음의 생각도 이같지 아니하고 다만 그의 마음은 허다한 나라를 파괴하며 멸절하려 하는도다”(사 10:5-7).

 

하나님께서는 앗수르를 일으켜 북왕국 이스라엘을 심판하셨습니다그 때 앗수르는 스스로 작정하고 준비하며 침략하여 북왕국을 파괴하였지만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는 하나님의 막대기이며 몽둥이였습니다실로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시며”(잠 16:9), 또한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사람의 길이 자신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렘 10:23)의 말씀과 같습니다하나님의 작정은 인간의 생각과 자유로운 의지를 거슬리지 않으면서 실행되어집니다.

 

셋째이처럼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작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구실로 삼아 자신이 나름대로 자유롭게 결정하는 일들의 역할이나 책임들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할 수 없음을 교훈합니다왜냐하면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강제로 억압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윗은 사울이 마침 자신이 부하들과 함께 숨어 있는 동굴로 들어와 뒤를 보게 되어 그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었으나 그를 살려준 일이 있었습니다사울이 동굴 밖으로 나가자 자신도 따라 나가서 사울에게 어찌하여 자신의 생명을 빼앗으려 하는지를 묻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켜주실 것이라 사울에게 호소를 하였습니다이 때 사울이 이렇게 답을 합니다.

 

네가 나 선대한 것을 오늘 나타냈나니 여호와께서 나를 네 손에 넘기셨으나 네가 나를 죽이지 아니하였도다사람이 그의 원수를 만나면 그를 평안히 가게 하겠느냐 네가 오늘 내게 행한 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네게 선으로 갚으시기를 원하노라”(삼상 24:18-19).

 

사울은 자신이 하필이면 다윗이 숨어있던 동굴로 들어가게 된 일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 일임을 고백하였습니다그러한 자신을 살려둔 다윗이 다윗을 죽이고자 한 자신보다 의로운 자임을 인정을 하고 하나님께서 선으로 갚아주실 것을 기원하였습니다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주어졌으나하나님의 기름을 부음을 받은 자를 죽이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 말하며 그를 살려둔 다윗은 스스로 행하는 자유로운 결정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잘 드러내 줍니다.

 

이러한 신앙고백 제2항의 교훈은 하나님의 섭리를 소위 말하는 운명론과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가르칩니다어떤 이들은 이 세상의 일은 우발적인 것이 없으며 심지어 사람이 자유롭게 결정하는 일도 없으며모든 일들이 자연법칙과도 같이 결정이 되어 있다는 식의 운명론을 주장합니다또 어떤 이들은 이 세상의 일들이 마치 하늘의 별자리의 변화나 기운들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는 식의 운명론을 말합니다신앙고백은 이러한 운명론들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하게 교훈합니다.

 

하나님의 작정과 관련하여 이 세상의 일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지만그렇다고 하여 이 세상의 일이 제2원인들의 성질에 우발적이거나 자유로이 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진리가 아닙니다별자리들의 변화나 하늘의 어떤 기운이 이 세상에서 나타나는 일들을 결정한다는 것은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작정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매우 어리석으며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독교의 섭리론과 매우 유사하지만 잘못된 운명론이 있습니다그것은 시도행전 17장에서 바울이 아데네에서 설교할 때 만났던 스토아학파의 주장입니다이들의 견해들 가운데 일반적인 해석을 따르면 하나님조차도 어쩔 수가 없는 인과적인 굴레가 하나님 밖에서 결정론적인 운명의 힘으로 지배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섭리론은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필연적인 까닭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자유로이 작정을 하셨기 때문임을 말할 뿐이지스토아학파가 말하듯이 하나님조차도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지배되는 절대적 필연성을 말하는 결정론이 아닙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자유로운 뜻에 따라서 작정이 된 바가 제 2원인들의 성질들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이 되는 하나님의 섭리를 운명론이라 일컫는 것은 칼빈이 말한 바처럼 여러 가지 잘못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금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입니다(기독교강요 1.16.8).

 

무엇보다도 운명이라는 단어가 성경에는 사용이 되고 있지 않음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